(국가미래연구원)헌법부터 지키는 '개혁적 보수'가 시대정신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시대 흐름에 순응해야"
입력 : 2016-05-09 12:54:05 수정 : 2016-05-09 12:54:05
프란체스코 교황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도자이다. 왜 그런가? 진정한 변화의 지도자이기 때문이다. 그는 매우 보수적인 가톨릭교회의 2000년 된 낡은 문화를 급격히 변화시키고 있다. 마피아 영화에서조차 조롱거리가 됐던 바티칸의 재무운영 구조를 투명하게 했다. 그의 이러한 지도력은 권위가 아니라 뛰어난 소통 능력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의 언행에는 소탈과 겸손이 가득하다. 그러나 그의 간결한 메시지는 강력한 설득력을 갖는다. 이러한 그의 설득력은 그가 추구하는 바가 분명하기 때문에 더욱 강해진다. 그는 불평등 해소와 빈곤 퇴치를 지향하고 있다.
 
중국의 시진핑은 강력한 부패 척결 의지를 보이고 실제로 행동하고 있다. 저우융캉 전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쉬차이허우 전 중앙군사위 부주석 등 소위 기존의 성역을 깨뜨리고 예외 없는 법치 확립에 진력하고 있다.
 
힌두교도인 인도의 모디 총리는 개혁을 바탕으로 한 경제력 강화와 1억5000만명이 넘는 무슬림 교도들을 포용해 국민통합을 이루려는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다. 인도가 떠오르고 있는 것은 그의 개혁과 포용의 리더십이 유효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제20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여당은 참패했고 대통령의 리더십은 상처를 입었다. 무엇 때문인가? 기본적으로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를 외면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국정운영은 답답할 정도로 권위주의가 넘쳤다. 그것은 1970년대를 연상케 했다. 이런 국정운영 방식은 인공지능의 시대, 세계가 하나 되어 움직이는 시대에는 적절하지 못하다. 더욱이 SNS의 빠른 속도와 강남스타일식의 리듬, 개성과 다양성에 익숙한 세대들에게는 강한 거부감을 준다.
 
붕당정치는 조선시대의 유물이다. 4색 당파가 조선을 망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새누리당에 ‘진박’이라는 붕당이 생겼다. 이들과 이들의 엄호를 받은 공천책임자는 안하무인, 오만불손 그 자체였다. 그들은 무대 위에 노출되어 있었고 그들의 언행을 국민들이 보고 있었다. 그 국민들은 통합을 원하고 있었다. 변화와 통합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좌절되면서 그것은 분노로 표출되었다. 집권세력은 시대의 흐름을 관통하고 있는 시대정신을 망각하고 있었다.
 
이 시대, 우리 사회 구성원 다수를 지배하고 있는 이념은 뭘까. ‘헌법정신을 제대로 지키되 필요한 변화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자’는 것이 아닐까? 이것이 바로 ‘개혁적 보수’이다. 이런 이념을 지향하는 국민들이 헌법 자체를 부정하는 국민들보다 훨씬 많다고 본다.
 
헌법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가? 헌법 제1조 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이다. 이 조항의 정신이 살아있고 지켜지고 있는가? 권력이 국민 위에 군림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헌법 제11조 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이다. 영화 ‘베테랑’과 ‘내부자들’은 모두 허구인가? 네이처리퍼블릭이라는 화장품 회사의 대표가 거액의 돈을 변호사에게 주었다는 사건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부패는 통제되고 있는가? 헌법 제31조 1항은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이다. ‘금수저’가 받는 교육이 ‘흙수저’가 받는 교육과 비슷한가? 개혁적 보수 세력은 헌법이 ‘제대로’ 지켜지기를 원한다. 권력이 겸손하고 법치가 확립되고, 기회가 균등하게 되기를 원하는 것이다.
 
변화가 요구되는 헌법조항들도 있다. 현행 헌법이 내포하고 있는 정치체제는 1987년이라는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그 이후 세계질서가 재편됐고 국내 정치·경제 질서도 큰 변화를 겪었다. 20년간의 변화를 수용하고 반영하는 내용으로 국가 지배구조 관련 조항들은 개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통령 4년 중임제, 중·대선거구제 등은 도입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개혁적 보수 세력은 시대적 흐름에 순응하여 국가지배구조도 변화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현 집권 세력은 이러한 개혁적 보수 세력을 실망시켰다. 그래서 다수의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게 된 것이다. 차기에 집권을 원하는 정치세력과 지도자들은 개혁적 보수 세력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읽어야 할 것이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사진/뉴시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서강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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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