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하나·우리·농협은행, 대우조선 여신등급 조정 '눈치'
신한·국민은행은 여신 등급 '정상→ 요주의' 하향 조정
"은행권 확산은 아직…당국 메시지 살피는 중"
입력 : 2016-06-02 14:59:23 수정 : 2016-06-02 18:27:52
[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의 여신등급을 '정상'에서 '요주의'로 하향 조정 했지만 상대적으로 여신이 많이 물려 있는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 농협은행 등은 동참에 주저하고 있다.
 
이들 은행들은 채권단이 진행하고 있는 대우조선 해양의 재무건전성 심사 결과를 지켜봐야한다는 입장이지만 '주채권은행과 움직임을 같이 해달라'는 금융당국의 주문에 여전히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들은 대우조선해양의 정상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여신등급 재분류 계획이 없는 상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신한은행은 대우조선의 여신등급을 '정상'에서 '요주의'로 강등했다. 앞서 국민은행 역시 신한은행과 마찬가지로 대우조선의 여신등급을 조정한 바 있다. 여신등급의 하락은 은행 입장에서는 추가 충당금 적립을 해야 하고 기업 입장에서는 추가 자금 확보가 어려워지게 된다.
 
은행은 여신등급을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등 5단계로 나눠 관리한다. '정상' 등급은 충당금을 거의 쌓지 않지만, '요주의' 등급부터는 대출 자산의 7~19%, '고정'은 20~49%, '회수의문'은 50~99%, '추정손실'은 대출액의 100%를 충당금으로 각각 쌓아야 한다.
 
대우조선은 수년째 적자를 기록해 온 데다 지난 1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이 6638%에 달했다. 올 들어 신규 수주를 단 한 건도 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도 대부분의 은행들이 대우조선 여신을 '정상'으로 분류해왔다.
 
신한·국민은행 등 시중은행들이 이제야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해운 기업에 대한 대손충당금 확보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다른 시중은행들은 여신등급 재조정에 여전히 주저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여신 규모가 크지 않아 곧바로 여신 재조정에 들어가도 충당금 적립 부담이 적다"고 말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은행 여신은 총 20조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이 각각 9조2000억원, 6조3000억원으로 가장 많다. 이어 농협은행이 1조4000억원 수준이다. 이밖에 KEB하나은행(8250억원), 국민은행(6300억원), 우리은행(4900억원), 신한은행(2800억원) 등 주요 시중은행의 전체 대출규모도 2조원을 웃돈다.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 등은 대우조선 스트레스 테스트(재무건전성 심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외부 기관에 의뢰해 지난달 초부터 진행해 온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를 막바지 조율 중이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대우조선을 대상으로 한 스트레스테스트가 마무리되고 있는 만큼 그 결과를 봐야 한다"며 "지금 당장 여신분류를 변경하거나 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은행이 여신등급 조정에 머뭇거리는 이유는 금융당국에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장이 이들 세 곳의 은행장들을 지정해서 자리를 가진 후 얼마 되지 않아 조선사 여신 등급을 내리겠다는 자체가 밉보이기 쉬운 일 아니겠나"며 "부화뇌동하지 말고 주채권은행의 움직임과 함께 해달라는 메시지를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이 4조2000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아 경영정상화가 진행 중인 점과 기업에 미치는 파장을 고려해 여신등급 재분류를 계획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의 모습.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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