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경쟁 지역 면세점, 눈에 띄는 차별화
잇단 경영난 속 지역 특성 활용…성공사례 '눈길'
입력 : 2016-06-21 06:00:00 수정 : 2016-06-21 06:00:00
[뉴스토마토 이성수기자] #1. 최근 인천광역시에 위치한 엔타스면세점은 때 아닌 호황을 누렸다. 인천에 위치한 송도석산이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몰린 것이다. 특히 인천시와 자매결연을 맺은 중국 허난성(하남성) 등 중소도시의 관광객을 중심으로 외국인 고객을 독점 확보하는 데 성공한 엔타스면세점은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전월 대비 매출신장률이 3개월 연속 평균 20%씩 증가하는 호실적을 기록했다.
 
#2. 대구 그랜드면세점은 2013년 오픈 이후 1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면세점이 1년만에 흑자로 돌아서는 사례는 보기 드문 경우다. 매장이 자사 호텔인 그랜드관광호텔 내에 입점해있다는 입지적 장점을 최대한 살린 것이다. 그랜드면세점에 따르면 호텔과의 시너지 효과에 힘입어 지난해 연간 기준 매출이 6개 지역 중소·중견 시내면세점 중 가장 높았다. 그랜드면세점은 이 기세를 몰아 2014년 중소면세점 최초로 온라인면세점을 열었으며, 대기업 포함 4번째로 중국어 온라인면세점도 연달아 오픈하며 온라인 시장에 대한 대응도 강화했다.
 
#3. 2013년 6월 문을 연 울산 진산면세점은 오픈 1년차에는 연매출 19억4200만원에 불과했으나, 2년차에 들어서면서 11개월만에 126% 가량 상승한 43억9400만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특히 울산항 입항 외국적 선박의 선원 고객을 중점적으로 노린 것이 주효했다. 매일 40∼50척씩 입항하는 외국적 선박 선원의 매출 비중이 매월 6%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진산면세점은 향후 이 비율을 10% 정도로 늘릴 수 있도록 마케팅을강화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말 울산항만공사와 울산항 입항 선원의 복지 증진을 위한 MOU를 맺기도 했다. 또 공항 면세점보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을 내세워 울산시민의 이용 또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중소·중견기업만이 운영할 수 있는 지방면세점들이 고객몰이에 크게 성공하지 못하며 잇따라 경영난에 시달리는 가운데 일부 면세점들이 지역적 특성을 활용해 관광객 등 고객 유치에 나서며 높은 실적을 올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국에 23개의 시내면세점이 영업 중인 가운데 서울과 부산, 제주지역을 제외하면 ▲인천 엔타스면세점 ▲수원 앙코르면세점 ▲천안 디에프코리아 ▲청주 중원면세점 ▲대전 신우면세점 ▲대구 그랜드면세점 ▲울산 진산면세점 ▲창원 대동면세점 등 전국에 8개의 지방면세점이 운영 중이다.
 
중소·중견면세점 연합회에 따르면 대기업의 면세점 시장점유율이 2012년 80% 초반에서 지난해 90%로 높아지면서 지방 소재 중소·중견기업 면세점의 입지는 점차 좁아지고 있다. 특히 중소·중견면세점은 2012년 12월에 9개, 2013년 4월에 2개 등 총 11개 업체가 사전승인을 얻었지만 5개 업체가 이를 반납했고, 나머지 6개 업체도 극심한 매출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지방면세점의 연간 영업 손실률은 10~30%에 달한다.
 
정부가 대기업독과점 방지와 지역경제·관광 활성화를 위해 2013년부터 지역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운영 특허를 내준 지방면세점이 정책의 엇박자와 대기업의 공격적인 영업에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위기 속에서도 일부 지방면세점은 저마다의 전략으로 지방 고객을 끌어오며 영업실적을 키워나가고 있다. 정부지원이 사실상 끊긴 마당에 직접 일어서지 않으면 안된다는 위기감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이들 지방면세점은 각자의 지역 관광명소와 지자체 자매결연 도시 등을 활용한 영업활동으로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또 지방면세점들은 공항과 항만 등에 추가 점포를 오픈하며 사세를 잇따라 확장하고 있다. 
 
판매상품을 사전에 직매입으로 구입한 후 판매해야 하는 면세업의 특성상 점포 수를 확장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하는 것은 빼놓을 수 없는 과제로 꼽히기 때문이다.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에 항만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엔타스면세점은 '인천 지역 면세점'이라는 기업 정체성을 그대로 살려 지난해 인천국제공항에도 면세점을 오픈했다. 지난해 9월부터 주류·담배 매장을 운영 중인 엔타스면세점 인천공항점은 대기업들도 적자를 면하기 어려운 이 곳에서 올해 1~4월 누계매출이 직전 4개월보다 12% 증가하는 등 꾸준히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그랜드면세점 역시 대구국제공항에서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서울 시내면세점에도 도전장을 내미는 등 적극적인 사업확장에 나서고 있다.
 
지난 4월 한국을 방문한 중국 아오란그룹 단체관광객들이 인천 엔타스면세점을 방문해 쇼핑하고 있다. (사진제공=엔타스면세점)
 
이성수 기자 ohmytru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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