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정상-영국, 충돌…협상 난항 예고
"이동자유 없이는 시장접근도 없다"…EU, 대영 강경기조 천명
9월16일 추가 대책 논의키로
입력 : 2016-06-30 17:18:52 수정 : 2016-06-30 17:18:52
[뉴스토마토 어희재기자] 유럽연합(EU) 정상들은 영국과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을 앞두고 ‘연쇄 탈퇴’를 막기 위한 EU의 기본 규정인 ‘이동의 자유’를 강조하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기로 했다. EU는 또 유럽의 금융 허브였던 영국을 배제하고 자본시장동맹을 추진하는 등 결속력을 다졌다.
 
29일(현지시간) BBC뉴스에 따르면 27개국의 비공식회의에서 EU 정상들은 영국이 EU 단일시장에 남기 위해서는 4가지 자유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EU 공동체의 핵심 규정인 사람과 물건, 자본, 서비스의 자유로운 이동이 허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도날드 투스크 EU 상임의장은 “특히 이동자유권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EU 시장에 대한 접근권은 사실상 불가하다”고 강조했다.
 
전날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브렉시트 탈퇴가 결정된 것에 대해 ‘EU 이민정책’을 원인으로 지목하며 EU 이민자 수용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어야 EU와 영국이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한 것에 대해 쐐기를 박은 것이다.
 
CNBC는 "EU 정상들은 현재 첫 EU 탈퇴 회원국이 될 영국과의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EU 내 탈퇴가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어 강경 노선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브렉시트 이후 유럽 내 반 EU 정서의 극우 세력들이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네덜란드 하원은 자유당의 발의로 넥시트(네덜란드의 EU 탈퇴) 투표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반대 우세로 부결처리 됐다. 가디언은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모두 극우정당을 중심으로 반 EU 정서가 대중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스콧 밀러 국제전략 연구센터 수석 연구원은 “유럽 정계가 난장판이 될 것”이라며 “그럴수록 EU는 영국에게 탈퇴 대가를 강력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의를 마친 EU 회원국들은 금융시장에서도 결속력을 재차 확인했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영국을 제외한 EU 회원국들이 자본시장동맹(CMU)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유로존인 영국을 제외하고 유로화를 기반으로 자본거래와 규제 등을 단일화하는 방안을 고민하면서 EU 단일시장의 결속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장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좌)과 도날드 투스크 EU 상임의장이 29일(현지시
간) EU 회의 끝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AP
 
EU의 결속력이 강화되면서 잔류를 원하는 스코틀랜드의 입지 역시 흔들리게 됐다. 스코틀랜드는 현재 영국과 달리 EU에 잔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나 프랑스와 스페인은 스코틀랜드의 잔류 방안에 ‘예외는 없다’며 반대 의사를 표했다.
 
이날 회동에서 결론에 이르지 못한 EU 정상들은 영국의 새 총리가 결정되고 난 며칠 뒤인 9월16일 슬로바키아에서 다시 비공식회의를 갖고 브렉시트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강경노선을 택한 EU와 영국의 협상은 향후에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9월9일 선출될 캐머런 영국 총리 후임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현재 새 총리 후보에는 탈퇴 진영을 이끈 보리스 존슨 런던 전 시장과 테레사 메이 내무장관 두 명의 2파전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BBC는 "EU와 최대한 순조로운 이별을 이끌어낼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이 간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BBC는 "메이 장관은 잔류파의 후보로 이번 협상에 있어 최적의 리더쉽을 강조하고 있으며 존슨 시장은 브렉시트를 이끈 인물로 탈퇴 이후 영국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갖고 있어 EU 협상에 있어 보다 강한 지도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어희재 기자 eyes4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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