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불평등 보고서)①기후의 역습…빈곤의 덫
'기후 변화' 불평등 심화…가난하면 피해 더 받아
"불평등 해소 위해 빈곤 국가·지역 우선 지원해야"
입력 : 2024-06-21 17:30:00 수정 : 2024-06-21 18:42:27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전 세계 의제로 떠오른 '기후 위기'에 대한 각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잦은 이상 기후 현상을 떠나, 기후 위기 속에 엿보이는 빈곤·불평등 등의 문제는 전 세계에 경종을 울리고 있는데요. 기후 위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 세계 사회의 극심한 불평등과 부조리가 고스란히 엿보이면서 현시대에 지나칠 수 없는 문제의식을 던져줍니다.
 
특히 기후 변화가 빈곤한 국가와 지역사회 사람들에게 더 큰 타격을 입히면서 근본적으로 불평등의 구조를 드러내고 있는데요. 기후 위기 상황에 대한 책임의 무게가 다를 뿐, 기후 위기 대응에 있어서 '정의로운 전환'을 올바른 대응으로 여기는 것은 각국의 공통된 인식입니다. 때문에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빈곤한 국가와 지역에 대한 고려와 지원이 우선적으로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기후 위기로 2049년까지 전 세계 소득 19% 감소"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 5일 '전 지구 1~10년 기후 업데이트 보고서'를 발간하고 향후 5년 동안 지구 온도가 꾸준히 상승해 1850~1900년 기준보다 1.1℃ 이상 높아질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또 이 기간 동안 최소 한 해는 지금까지 가장 더웠던 지난 2023년보다 더 뜨거울 가능성이 86%에 이른다고 예측했는데요. 
 
산업혁명 이전보다 기온이 더 높아진다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2028년 5년 동안 평균 기온이 산업혁명 이전보다 1.5℃ 이상 높아질 가능성은 47%에 이르는데요. 이는 지난해 보고서가 밝혔던 32%보다 크게 증가한 수치입니다. 올해는 1.2°C~1.6°C, 2025년에는 1.2°C~1.7°C, 2026년에는 1.2°C~1.8°C, 2027년에는 1.3°C~1.9°C, 2028년에는 1.3°C~1.9°C가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문제는 이 같은 기후 변화로 인해 각국의 경제 손실은 물론, 극심한 불평등이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실제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PIK)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후 변화로 인해 전 세계 소득은 오는 2049년까지 평균 19% 감소할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인류가 이미 배출한 온실가스로 인해 초래될 경제적 피해만 따진 것인데요. 현재까지 나온 배출량으로 인해 2049년까지 세계 경제소득의 평균 약 5분의 1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는데, 이를 연평균으로 환산하면 약 38조달러에 이릅니다.
 
특히 눈여겨봐야 할 점은 피해 상당수가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저소득 국가에 집중될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연구소 연구진이 예측한 소득 손실은 영국 7%, 미국·독일·일본 등은 11%, 프랑스 13%, 한국 14% 등으로 예상됐는데요. 이 중 가장 큰 소득 손실이 발생할 국가로는 카타르(31%)가 지목됐는데, 카타르는 상대적으로 선진국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국가로 꼽힙니다. 이어 이라크(30%), 파키스탄(26%), 말리( 25%) 등이 뒤를 이었는데, 마찬가지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저소득 국가라는 사실입니다. 즉 기후 위기로 인한 경제 손실은 저소득 국가에 집중적으로 나타났고, 이 같은 손실이 불균형하게 발생함으로써 국가 간 불평등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한 것입니다.
 
연구진은 이 같은 격차가 결국 '기후불평등'의 결과란 점을 지목했는데요. 공동 저자인 안더스 레버만 PIK 박사는 "연구에서 상당한 '기후불평등'이 발견됐다"며 "기후 변화에 대한 책임이 가장 적은 국가는 고소득국보다 최대 60%, 온실가스 다배출국보다 40% 더 큰 소득 손실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안전시스템 개편 종합대책 및 기후위기 재난대응 혁신방안 제20차 추진상황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기후플레이션'도 심각…"빈곤 국가, 지원 우선돼야"
 
지구 온난화 등 기후 변화가 불평등뿐만 아니라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위험을 높이면서 각국의 '기후플레이션(이상 기후+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엔 이상 기후 현상으로 각종 농산물 작황이 부진해지면서 먹거리 물가가 상승하는 '기후플레이션'이 심각해지면서 각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는데요.
 
실제 미국 국립환경정보센터(NCEI)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올해 1~4월은 175년 만에 가장 더웠습니다. 세계 곳곳의 폭염과 그에 따른 가뭄은 농산물 가격을 밀어 올리고 있는데요. 이에 따른 관련 식품의 가격도 들썩이고 있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초콜릿플레이션'입니다. 초콜릿의 주원료인 코코아 가격은 지난 4월에 이어 6월 현재 톤(t)당 1만달러를 다시 육박하고 있는데요. 코코아 가격이 치솟는 건 세계 코코아 생산의 80%를 차지하는 서아프리카의 극심한 가뭄 영향이 큽니다. 엘니뇨 등 이상 기후의 영향으로 기후플레이션이 발생했고, 기후플레이션은 글로벌 공급망 교란으로 이어지면서 각국의 인플레이션 현상이 극심화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때문에 물가 안정을 위해서는 갈수록 세지는 기후플레이션의 기세를 꺾어야 한다는 각국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요. 결국 기후플레이션조차 기후 위기의 또 다른 이름이기에 기후 위기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전문가들은 기후 위기 시대의 불평등 확대를 막기 위해 상대적으로 빈곤한 국가·지역에 대한 고려와 지원이 우선적으로 요구돼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연장선상에서 스베냐 슐츠 독일 경제협력개발부 장관·페르난두 아다지 브라질 재무장관·에녹 고동과나 남아프리카공화국 재무장관 등 선진국과 신흥국을 대표하는 재무장관들은 기후위기 등 전 세계적으로 처한 난관을 아우르는 하나의 요인으로 '경제적 불평등'을 지목하며 빈곤 퇴치를 위해 '글로벌 부유세' 도입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김성훈 연세대학원 환경금융학과 교수는 "기후 위기 이면에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자리하고 있다"며 "기후 변화가 각 나라에 경제적으로 미치는 영향의 양상 차이가 크기 때문에, 자국의 정확한 경제적 기후변화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면 경제정책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기후 위기 대응책으로 일단 개발도상국 등 각국의 고려와 지원이 우선적으로 요구돼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세계 환경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양산을 쓴 한 시민이 기후위기시계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 박진아

지금 이 순간, 정확하고 깊이있는 뉴스를 전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