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시대 은행이 달라진다)①시중은행, 모바일플랫폼에 사활…점포·ATM은 축소
생활 밀착형 앱 출시·확장 안간힘…영업점포 올해도 270 곳 이상 통폐합
입력 : 2016-08-19 08:00:00 수정 : 2016-08-19 08:00:00
은행권이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기존 앉아서 하던 영업방식으로는 더이상 생존할 수 없는 시대 도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저금리 기조 장기화가 은행 영업방식 변화의 촉매제가 되고 있다. 저금리 장기화로 이자수익이 반토막나면서 적자를 내는 점포가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다. 안일했던 은행들이 기존 대면채널인 영업점포와 현금입출금기(ATM)를 감축하는 대신, 고객 접점 강화를 위해 모바일플랫폼으로 갈아타기 위한 작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뉴스토마토>는 은행권의 변화를 시작으로 앞으로 변화될 금융시장의 판도변화에 대해 짚어봤다.(편집자)
 
"최근 내놓은 모바일 앱에 대한 할당 압박이 단순 홍보 마케팅 수준이 아니다. 기존 은행권 영업방향의 변화가 예상될 정도로 분위기가 다르다."
 
은행권에서 마케팅 용도로 분류되던 모바일 플랫폼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일부 은행에서는 새로운 먹거리 수준으로 취급할 정도로 사활을 걸고 사용자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이같은 은행권 분위기는 과거 은행업무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영업점과 현금입출금(ATM)기를 줄이고 인터넷과 모바일 부문을 확대하는 등 영업형태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은행의 주 수입원이던 이자수익이 급감하고 있는 반면, 대면 채널 이용률은 갈수록 하락하고 있어 대내외적으로 은행의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면서 "수익성과 활용도가 낮아진 영업점과 ATM기 채널을 축소하는 대신, 고객 접점을 넓히기 위한 모바일 플랫폼 개발 및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최근 다양한 모바일 플랫폼을 선보이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6월 '현금 거래 없는 스마트한 생활'을 표방한 새로운 모바일 플랫폼인 'Liiv(리브)'를 내놨다.
 
이 플랫폼은 일정, 디데이(D-day), 모임, 경조사, 선물하기, 교통, 더치페이 등 생활밀착형 서비스와 리머니 보내기, 리브간편조회, 리브출금, 스마트상품 등 인증서, 보안매체 없는 간편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플랫폼 하나로도 일상의 모든 생활이 가능한 것이다.
 
이달에는 농협은행이 '올원뱅크'를 출시했다. 올원뱅크는 지문이나 핀번호(개인식별번호) 등 다양한 간편인증 방식을 도입해 비대면 계좌개설과 대출 신청 등 이용자의 편의성을 강화했고, 은행상품과 보험상품, 캐피탈과 저축은행의 대출상담 등 전 계열사의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밖에 우리은행은 지난해 출시한 '위비뱅크'에 이어 모바일메신저인 위비톡과 위비마켓 등 다양한 플랫폼을 추가하고 있다.
 
특히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은 스마트폰 자체의 홍체인증을 활용한 비대면 인증을 도입하고, 기존의 공인인증서를 대체할 수 있도록 했다.
 
은행들은 또한 모바일플랫폼 강화에 영업력을 집중하고 있다.
 
신한은행 WM영업본부는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말까지 직원들에게 그룹 통합멤버십인 '신한 판(FAN)클럽' 고객 유치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일부 신한은행PWM에서는 직원당 '신한 판(FAN)클럽' 고객 150명 유치를 할당하고 실적을 배분하기도 했다.
 
우리은행은 위비뱅크·위비톡 등의 자체 모바일플랫폼과 메신저의 활용도를 높이고 관련 상품을 지속해서 출시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이 연말까지 설정한 위비톡 목표 가입자 수는 300만명이다. 이는 현재 가입자의 두 배다.
 
모바일플랫폼 강화와는 대조적으로 기존 영업채널인 영업점포와 ATM기는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
 
신한·국민·우리·KEB하나·농협은행 등 5대은행의 영업점포 수는 5년째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 5352개에 달하던 신한·국민·우리·KEB하나·농협은행 등 5대은행의 영업점포 수는 2013년(5308개), 2014년(5181개), 2015년(5096개), 올 6월 말(5029개) 등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특히, 이들 은행은 올 상반기에만 127곳의 점포가 폐쇄했다.
 
이 기간 가장 많은 점포를 폐쇄한 은행은 신한은행으로, 총 36곳의 점포를 축소했다. 우리은행은 서울 삼성중앙지점, 쌍문역지점 등 28개의 지점을 없앴다. 반면, 이 기간 새롭게 문을 연 점포는 4곳에 불과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인근 거리에 점포가 있은 곳은 하나로 합치고 방문고객이 줄어든 곳은 과감히 없앴다"며 "올해에만 추가로 27개 점포를 통폐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올 상반기 22개의 점포를 폐쇄했다. 대신 점주권 분석을 통해 전국 점포를 '기업형', '자산관리형', '개인형', '애프터 뱅크', '외환송금센터' 등으로 분류하며 영업점 리모델링을 진행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올 하반기에도 10곳의 점포를 추가로 통폐합할 계획이다.
 
구 하나은행과 구 외환은행의 통합작업을 추진하고 있는 KEB하나은행은 올 상반기 16곳의 점포를 통폐합했다. 이어 올 하반기에도 47곳의 점포를 추가로 통폐합할 예정이다. 농협은행(25개)도 점포를 축소했다.
 
이들 은행은 올 하반기에도 100여개 이상의 점포를 추가로 폐쇄할 계획이다. 이 경우 5대은행의 점포 수는 5000개 미만으로 하락할 전망이다.
 
은행이 운영하는 ATM기도 최근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ATM기 수는 지난해 말 기준 5만1115대를 기록했다. 이는 1년 전(5만3562대)보다는 2447대, 2년 전(5만5513대)보다는 4398대 감소한 수치다.
 
종류별로 보면 현금의 입금과 출금이 모두 가능한 ATM기가 2013년(4만7937대), 2014년(4만7015대), 2015년(4만5415대)로 감소세를 보였다.
 
출금만 가능한 CD기의 경우 지난해 말 974대에 불과해 2년 새 62.9%가 줄었다.
 
은행별로 보면 신한은행은 2년 새 950개의 ATM기를 줄였다. 이어 국민은행(553개), 우리은행(272개), KEB하나은행(669개), 농협은행(609개)도 모두 ATM기를 줄였다.
 
이처럼 은행들이 영업점포와 ATM기를 줄이고 있는 이유는 수익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순이자마진(NIM)은 매년 사상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시중은행 NIM은 2007년 말 2.7%에서 2013년 말 1.88%로 1%대에 진입한 뒤 지난해 말 1.53%로 하락했다. 2005년 20.52%였던 시중은행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지난해 4.32%까지 떨어졌다.
 
금융거래에서의 ATM기 이용률도 하락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금융서비스 채널 현황 자료에 따르면 CD기 또는 ATM기의 금융서비스 이용 비율은 38.2%로 사상 처음으로 인터넷뱅킹(40.2%)에 뒤쳐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점포당 평균 월 임대료로 2000만원이, 월 관리비로는 300~400만원의 비용이 지출되고 ATM기도 한대당 한해 2000만원 가까이 손해를 보고 있다"며 "수익성을 내지 못하는 점포와 ATM기를 계속 끌고가기에는 손해가 막심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분간 점포당 수익성은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점포의 통폐합은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뉴시스
김형석 기자 khs8404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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