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잃은 성과주의)③"'웰스파고 사태' 타산지석 삼아야"
"허위성과에 대량 고객피해 발생…고객가치와 연계된 새로운 보상체계 마련"
입력 : 2016-10-13 06:00:00 수정 : 2016-10-13 11:10:28
[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성과주의가 빚은 신화'로 불리는 미국 대형은행 웰스파고가 최근 성과주의 폐단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웰스파고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고 실적만능주의로 인한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신중한 설계 및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미국 4대 은행 중 하나인 웰스파고 직원들이 고객 몰래 유령 계좌를 만들어 수수료를 챙긴 사실이 당국에 의해 적발됐다. 미 연방 소비자금융보호국에 따르면 웰스파고는 2011년부터 고객 명의를 도용해 허위 예금과 신용카드 계좌 200만개를 만들었다.
 
은행 직원들은 고객의 기존 계좌 잔고 중 일부를 유령 계좌로 옮기는 방법을 썼다. 가짜 이메일 주소와 비밀번호를 만들고, 고객 몰래 고객 명의 체크카드를 발급했다. 허위 신용카드 연회비 등 명목으로 고객 계좌에서 빠져나간 돈이 40만달러가 넘는다.
 
이에 따라 웰스파고는 소매판매 부문에서 목표 판매량을 폐지하고 고객가치와 연계된 새로운 보상체계를 마련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국내에서도 금융노조는 "성과주의의 폐단이 드러났다"고 주장하는 반면, 금융위원회와 은행연합회는 "성과주의 때문이 아니라 잘못된 경영전략에 기인한 것"이라고 맞서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성과주의 도입 및 성과연봉제 확대가 우리나라의 문화적 특징이나 지점 생산성 등을 무시한 채 과도한 개인성과가 강조될 경우 웰스파고 사태를 답습하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은행 지점장을 지낸 한 관계자는 "개인성과를 강조하는 구미식 성과주의는 공동체 내에서의 역할과 관계를 중시하는 한국적 문화와 충돌해 도입 과정에서 진통을 겪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 웰스파고 사례 뿐만 아니라 영국 대형 소매은행들도 상품판매 실적에 따라서만 평가보상을 시행하다가 불완전판매 및 고객 민원 급증, 고객 신뢰 상실 등 부작용 초래했다.
 
시장점유율 기준 영국 4대은행(Lloyds·RBS·Barclays·HSBC)에 대한 고객민원은 지속 증가 추세로, 2010년 상반기 약 2만6000건에서 2014년 상반기 약 7만6000건으로 급증했다.
 
실제로 2000년 이후 불완전 판매 등에 따른 벌금과 보상으로 총 385억 파운드를 지출했으며, 은행을 완전히 신뢰한다고 응답한 영국인이 7%에 불과할 정도로 대중의 신뢰 상실했다.
  
최근 영국 은행들은 뒤늦게야 보상의 핵심을 판매실적에서 판매 절차 준수 및 고객만족 으로 전환하는 등 영업문화의 개혁을 위한 다양한 이니셔티브를 진행 중이다.
 
이재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현재까지 성과연봉제 관련 논의는 성과주의에 대한 노사의 시각차에 갇혀 구체적 실행 방안에 대한 논의가 부재하다"며 "소모적인 논쟁을 넘어서 부당해고에의 악용 방지는 물론 현업 실정에 맞는 성과지표 설정 등 설계와 실행에 집중할 때"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7월 은행연합회의 ‘민간은행 성과연봉제 도입 가이드라인’이 공개한 바 있다. 동일직급 내 연봉격차 및 성과급비중을 확대하고 개인평가를 보상에 반영하는 등 성과에 따라 보상격차를 확대하는 내용이다.
 
현재 부지점장급 이상에만 일부 적용되는 성과연봉제를 일반 직원까지 확대하고 기존에 실시하던 관리자급 성과연봉제 및 전행성과급제도 각각 차등폭 및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은행권이 추진하려고 하는 보상제도 혁신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직무주의 인사 도입 및 성과관리 도구로서의 평가제도 개선 등 인사제도의 전반적 혁신이 동반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내 은행들이 주로 채택하고 있는 연공주의 및 순환직무제 등은 속인주의 인사의 산물로서 다양한 직무 특성과 개인의 전문성이 고려되지 않는 체계이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성과연봉제가 실시되면 직무에 따라 개인별 연봉 차등화 정도가 크게 달라지면서 기존의 일반직 공채제도, 순환직무제 등 속인주의 인사체계가 유효하지 않을 것"이라며 "직무 특성과 직무수행역량, 업무 실적 등 직무성과와 직결되는 요인들을 평가 및 보상, 배치의 기준으로 삼는 직무주의 인사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미국 웰스파고뿐만 아니라 영국 소매은행들도 상품판매 실적에 따라서만 평가보상을 시행하다가 불완전판매 등의 부작용을 초래했다. 사진은 콜로라도 덴버에 위치한 웰스파고 지점에서 직원과 고객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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