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금융)②관치로 얼룩진 금융개혁…서민경제·노사관계 파탄
당국 기획상품·정책 홍보에 금융사 동원 구설수
성과주의·인터넷은행은 미완…불합리한 그림자규제 여전
입력 : 2016-11-11 08:00:00 수정 : 2016-11-11 08: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윤석진기자] 임종룡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장관 내정자는 금융위원장으로서 박근혜 정부의 핵심 과제인 '금융개혁'에 강경 드라이드를 걸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년 반동안 금융개혁을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다 보니 금융사 경영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정황들도 속속 표출되기도 했다.
 
임 내정자가 지난 2일 경제부총리로 내정된 소감으로 "금융개혁 등 4대 구조개혁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강조하면서 금융권이나 구조조정 대상 기업들은 임 내정자의 정식 임명이 현실화될 경우 관치금융의 기조가 더욱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신상품 개발, 신기술 접목 등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할 사안에는 관치금융이 노골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당국이 서민들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주도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사잇돌 중금리 대출'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금융당국이 주도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는 잡음이 시끄러웠고 흥행은 처참하다. 시중은행들이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느라 ISA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현재 잔고 1만원 이하의 '깡통계좌'가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서민들의 대출금리 인하 방안으로 저축은행이 내놓은 정책금융상품 '사잇돌대출2'는 수요자와 금융사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자체적으로 중금리 상품을 팔고 있는 저축은행보다도 실적이 뚝 떨어진다. 사잇돌2를 받을 만한 고객은 대부업을 이용하다가 2금융으로 넘어오는 경우가 많은데 신용도에 있어서 자격 미달인 경우가 많다. 금융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졸속으로 금융정책을 추진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책 홍보 목적으로 금융사들이 동원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금융위는 핀테크 홍보대사를 받고 있는 영화배우가 출연한 영화의 티켓을 금융사들에 대량으로 사들여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는 "금융사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은행·보험사 등이 최대 1만여장까지 구입하는 비정상적인 행태가 설명되지는 않았다.
 
관치금융의 족적은 금융권 성과주의 확대 추진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금융위는 노사가 개인 연봉 문제에 적극 개입하면서, 논의가 진행되기는커녕 노사정간 불신의 골만 깊어졌다.
 
현재 성과주의 확산은 사실상 물 건너 간 분위기다. 현재 시중은행 금융노사는 성과연봉제 도입 관련 협상을 중단한 상태다. 지난달 19일 전국금융노동조합이 사측에 요청한 산별교섭을 끝으로 은행 노사간 관련 논의는 완전히 중단된 상태다.
 
임 내정자가 최근 이사회 의결을 통한 시중은행들의 성과연봉제 도입을 주문했지만 은행들의 반응은 차갑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민간기업에 이사회 의결을 통한 성과연봉제 확대를 주문하는 것은 도를 넘어 선 것"이라며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르면 연내 문을 여는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기로에 서 있다. 은산분리(은행과 산업자본의 분리)를 완화하는 것이 인터넷은행 활성화의 핵심인 만큼 공은 국회로 넘어가 있는 상황이다. 은산분리를 완화하지 않으면 인터넷은행은 금융권의 '메기' 역할을 고사하고 기존 은행의 이중대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임 내정자가 은행법 개정 등 인터넷은행 제반에 관심이 여전히 크다고는 하지만 부총리 내정자를 겸임하면서 사실상 신경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며 "국회서도 최순실 국정논단 사태로 거국내각 논의가 진행되는데 우선 순위에서 밀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금융회사의 혁신을 가로막는 불합리한 '그림자규제'도 남아있는 실정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2월부터 행정지도 목록에 없는 그림자규제를 당하면 소속 직원이 익명으로 신고할 수 있는 옴부즈만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특히, 기술 발전과 환경의 변화에 민감한 핀테크 업체의 원성이 높다. 법제화 미비, 보안 불안 등을 이유로 선조치·후규제 원칙이 깨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핀테크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그림자 규제를 없애겠다고 선언했지만, 실제 현장에는 여전히 다양한 규제가 존재한다"며 "기술력으로 승부를 보는 핀테크 회사라 규제에 한 번 발목이 잡히면 다른 나라 회사와의 경쟁에서 앞서갈 수 없다"고 토로했다. 
 
양대노총 공공기관 및 금융부문 노조 조합원들이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공공기관 성과연봉제와 퇴출제 도입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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