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금융)①'경기부양' 코드 맞추기 급급…가계부채·구조조정 당국 역할 상실
'LTV·DTI 규제' 독립적 의견 없이 미봉책 반복…조선·해운업 물류대란 수습 실기
입력 : 2016-11-11 08:00:00 수정 : 2016-11-11 08: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미국 대통령 선거가 트럼프의 승리로 끝나고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국정 공백 장기화 우려로 금융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지금까지 현 정부가 추진해왔던 경제·금융정책의 부작용으로 국내 금융 시장은 금융위기 수준의 위기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대기업 살리기 중심의 경기부양책으로 가계부채 관리 실패·기업 구조조정의 실기 등이 대표적이다.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앞으로 추진해야하는 동력까지 상실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면서 정부 경제팀의 주축인 경제부총리와 금융위원장의 교체론이 제기되고 있다. <뉴스토마토>는 지금의 위기상황에 책임이 있는 임종룡 경제부총리 내정자의 금융정책을 진단하고, 살얼음판 위를 걷는 금융시장의 해법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는 급증하는 가계부채와 취약업종에 대한 기업 구조조정이 꼽히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가계부채 증가세는 최악의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그 발판이 된 것이 은행과 제2금융권의 무분별한 주택담보 대출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011년 말 800조원대이던 우리나라 가계부채 규모는 현재 1300조원에 육박한다. 5년 동안 무려 46%가 늘어난 것이다. 전년 대비 가계부채 증가율도 지난해에는 2006년 11.8% 이후 역대 최고인 11.0%까지 치솟았다. 가계부채는 총량도 늘었지만 질도 나빠졌다.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2013년 160.7%에서 올해 6월 말 173.9%로 13.2%포인트나 뛰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 '금융시장 안정' 의지 실종
 
임종룡 내정자가 지난 1년 6개월동안 금융위원장으로서 관할해온 가계부채의 문제를 들여다보면, 부동산 경기 활성화에 역점을 둔 정부 정책에 편승하면서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금융당국이 주도권을 상실했다는 비판은 줄곧 제기됐다.
 
금융위는 2014년 초까지만 해도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내비쳤지만 지난해 최경환-임종룡-이주열의 '3각편대'가 형성된 이후로는 인식의 차이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LTV·DTI 규제를 완화한 것을 두고 임종룡 내정자는 "필요한 조치였다"는 설명을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임 내정자가 박근혜 정부와 '코드 맞추기'에 급급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위는 금융시장의 안정을 목적으로 독립적으로 설치한 기구인데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경기부양 정책에 종속적으로 움직였다는 것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다른 모든 부처가 경기부양에 방점을 찍더라도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정책의 핵심에 둬야 하는 금융당국의 수장으로는 가계부채 대책에 대한 정책이 적절한 것이냐는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신에 금융당국은 미시적인 접근해왔다. LTV나 DTI는 손대지 않고, 변동금리·거치식 일시상환 위주였던 주택담보대출 구조를 고정금리·비거치식 분할상환으로 유도하는 질적 개선이 그렇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16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 419조4000억원(주택금융공사 정책모기지론 제외) 중 순수 고정금리 대출은 5%에 불과했다.
 
그동안 금융위는 고정금리 중심의 대출관행이 정착되는 중이라고 수차례 밝혔으나, 대출 후 3∼5년이 지나면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무늬만 고정금리인 혼합형 대출을 고정금리 실적으로 인정하면서 나타나난 착시효과였다.
 
임 내정자는 지난 2일 박 대통령의 경제부총리 지명을 수용하면서 LTV와 DTI 완화로 인해 "가계부채 등 여러 리스크 요인이 생긴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개선 노력을 강화하겠다는 미봉책만 되풀이하고 했다.
 
◇컨트롤타워 자처하다 대마불사·최순실 의혹만 무성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는 조선·해운 구조조정의 책임에서도 임종룡 내정자는 자유롭지 못하다.
 
한진해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따른 혼란이 대표적이다. 청와대 '서별관회의' 논란 이후 임종룡 내정자는 구조조정은 '채권단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손을 놓았고 그 사이 법정관리가 이뤄지면서 한진해운발 물류 혼란이 현실화됐다.
 
임 후보자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선 불가피했다"고 밝혔지만 세계 7위, 국내 1위 선사의 자금줄을 끊으면서 사전 준비를 제대로 못한 부분에서는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여기에는 박 대통령의 발언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물류대란이 한창 때인 지난 9월13일 국무회의에서 "최근 현안이 되고 있는 한진해운의 경우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노력이 매우 미흡했다", "정부가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이라는 식의 기업 운영방식은 결코 묵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한진해운을 겨냥해 직설적인 초강경 발언을 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에 따라 한진해운 물류대란 사태에 대한 사후 대책에 대한 다른 방향은 검토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임 위원장은 국정감사에서도 한진해운 물류대란 사태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은 한진해운과 대주주에 있다는 원칙성 발언을 반복했다.
 
최근의 구조조정 난국의 책임을 임 내정자 한 사람에게만 묻기는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지만 임 내정자가 구조조정 컨트롤타워를 자처한 면이 크다는 분석이다.
 
구조조정과 관련 채권단이 산업은행 등으로 구성돼 있어 관여를 하지 않을 수 없으나 기획재정부 등이 할 일까지 맡았다.
 
예를 들어 대우조선해양 등에 대한 자본확충 문제에 있어서도 임 위원장은 직접 한국은행이 적극적으로 개입을 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은은 금융위 소속이 아닌 기재부 소관으로 큰 틀에서 본다면 금융위 보다 기재부에서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구조조정과 관련해 논의는 각 부처가 하는데 왜 굳이 금융위가 도맡아 하는지 모르겠다"며 "금융위 역시 대우조선의 주요주주로 있는 이해관계자인데 최근의 '대마불사' 논란을 자초한 측면도 크다"고 말했다.
 
임 내정자가 인사청문회 과정을 밟는다 하더라도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문제는 임 내정자의 발목을 끝까지 붙잡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최순실씨의 국정 개입 의혹이 금융당국이 주도한 한진해운 구조조정까지 번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대주주로 있는 대우조선해양은 결국 살리고, 대주주가 있는 한진해운은 왜 정리했느냐는 의문에 임 내정자가 원칙론만 강조하다보니까 이런 의혹이 터지는 것"이라며 "금융당국 수장으로서의 구조조정 컨트롤타워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 이종용

금융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