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금융개혁 결산)①ISA·사잇돌…빛 바랜 정책상품
국민자산 증식 목표라더니 수익률 '마이너스'…금융사 자체 상품보다 실적 떨어져
입력 : 2016-12-29 08:00:00 수정 : 2016-12-29 08:00:00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거친 금융개혁’ 발언을 시작으로 금융권은 연초부터 시끄러웠다. 금융당국이 금융개혁의 주요 과제이자 '국민 재산 증식'의 취지로 정책 상품을 줄줄이 내놓으면 금융사들은 경쟁적으로 팔아치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자산을 늘리는 옥동자는 커녕 자산을 깎아먹는 천덕꾸러기가 됐다. 오히려 금융사가 자체적으로 내놓은 상품이 정책 상품보다 잘 팔리는 결과도 연출되기도 했다. 정부에서는 금융개혁으로 인해 시장 자율성이 높아졌다고 자평하고 있지만, 냉온탕을 오가는 시장 개입 정책에 금융권의 눈치보기는 연말까지 계속되고 있다. 뉴스토마토는 지난 1년간의 금융개혁을 고객과 금융사 입장에서 평가해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점검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뉴스토마토 이종용·이정운기자] 금융당국이 지난 1년간 백화점식으로 내놓는 정책상품들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금융개혁의 주요 과제이자 '국민 재산 증식'의 취지로 정책 상품을 줄줄이 내놓고 민간 금융사들이 반강제적으로 판매 경쟁을 벌였지만 실효성 논란을 받고 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중금리 대출상품인 '사잇돌 대출'이 그렇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만능통장'으로 불리기도 했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며 가입자는 빠르게 줄고 있는 모양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월31일 기준 ISA 누적 가입자는 240만2708명으로 전달보다 2500명가량 줄었다. 지난 3월 처음 출시된 ISA는 3월31일 기준으로 12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끌어모았다. 초창기 은행들의 고객 유치 경쟁에 가입자는 두배 가까이 늘었지만, 9월부터 해지 물량이 늘며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다. 9월부터 10월까지 두달새 계좌를 해지한 고객만 총 8447명에 달한다.
 
가입자가 줄어든 것은 수익률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말 기준 현재 운용 중인 일임형ISA 상품의 3개월 평균 수익률은 -0.32%다. 전체의 70%가량 상품이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고 있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제도가 급하게 추진되면서 은행권에서는 불완전판매와 과당경쟁, 직원 실적 압박 문제까지 불거졌었다"며 "세제혜택 확대 등 국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정책금융상품으로 추진해 온 저축은행들의 중금리 대출상품 '사잇돌대출2'에 대한 회의론도 확산되고 있다. 
 
사잇돌대출2의 금리 수준은 연 14~15%에 집중돼 최근 저축은행권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SBI저축은행의 '사이다'(연 6.9~13.5%), JT친애저축은행의 '와우론'(연 12~19.9%), 웰컴저축은행의 '텐'(연 8.9~19.9%) 등과 크게 다르지 않아 경쟁력이 떨어진다.
 
특히 저축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내놓은 중금리 상품보다 승인율도 떨어진다. 사잇돌2대출 승인율은 지난 11월 기준 30%에 불과했다. 이는 SGI보증보험 심사 통과를 기준 수치로 실제 대출을 받는 소비자는 신청자 3명 중 2명은 대출을 못 받았다는 것이다.
 
반면 실제로 저축은행들의 기존 상품들과 실적에서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 11월 기준 사잇돌2대출의 30개 저축은행(9~11월)이 취급한 규모는 795억3000만원으로 1인당 평균 대출금액은 879만원으로 집계됐다. 상품출시 3개월 간 1개의 저축은행이 26억원 수준에 그친 상황이다. 이는 저축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내놓은 중금리대출 상품보다 현저히 떨어지는 수치다.
 
실제로 SBI저축은행의 '사이다' 상품은 지난해 출시 10일 만에 25억원을 넘어선 데 이어 현재 누적대출액이 2000억원을 돌파했다. 또한 JT친애저축은행의 '슈퍼와우론'상품의 경우 출시 40일 만에 누적 대출금액 100억원을 넘어 현재 1000억원 누적대출 실적을 돌파하고 있다.
 
업계는 사잇돌2 대출의 경우 기존에 중금리대출 상품으로 선보이고 있는 저축은행별 상품보다 한도제한이나 대출금리, 승인율 부분에서 뒤떨어지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정책방향에 따라 실적 확대를 위해 영업하고 있지만 타 상품 대비 내세울만한 특징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종용·이정운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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