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당면과제 "안희정·이재명을 안아라"
안철수로 지지층 이동 방지 시급…박광온 "두 후보 철학, 선거운동에 반영"
입력 : 2017-03-30 16:18:10 수정 : 2017-03-30 16:18:10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지난 29일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선출 충청권역 투표에서 사실상 본선행을 확정지은 것으로 평가되는 문재인 후보의 당면과제로 그간 경쟁하던 안희정·이재명 후보 지지세력을 어떻게 끌어모을지가 꼽힌다. 특히 안희정 후보 지지층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쪽으로 옮겨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다.
 
문재인 후보는 전날 충청권역 투표결과 발표 후 기자들을 만나 “정권교체는 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안희정·이재명·최성 후보와 함께 힘을 모아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경쟁관계에 있던 후보들과의 협력을 강조하며 당 내 경선 후 본선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문 후보 캠프 수석대변인으로 있는 박광온 의원은 30일 “평소 밝혀온 ‘한 팀’ 기조를 보다 더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경선 직후 들어가는 본선 선거운동에서 양 후보를 도왔던 국회의원이나 지지한 국민들과 함께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문 후보는 지난 27일 호남경선 전까지만 해도 ‘압도적 지지를 통한 조기 후보결정’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두 차례의 순회경선을 통해 후보선출이 안정권에 접어들었다는 판단 하에 이제는 타 후보들과의 화합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인다. 당초 충청경선 연설문에 충남지역 맞춤형 공약이 포함됐지만 막판에 제외하면서 안희정 후보를 배려했다는 말도 나온다. 캠프 관계자는 “31일 영남권역 투표에서도 연설문 등에서 다른 후보들과 화합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중에서도 안희정 후보 지지층을 끌어안는 방안을 놓고 숙고를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매일경제·MBN 의뢰로 지난 19·20일 전국 성인남녀 1509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문 후보와 안희정 후보의 당 내 결선투표를 가정했을 경우 기존 이재명 후보 지지계층의 문 후보 지지율은 67.5%에 이르렀다. 반면 문 후보와 이 후보의 결선투표를 가정했을 경우 기존 안희정 후보 지지층 중 문 후보를 지지한 비율은 42.2%에 불과했다. 이 후보를 지지하거나 기권·모른다는 답을 한 사람이 57.8%에 이르는 것이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안희정 후보 지지층 상당수가 민주당 경선이 끝나면 일정기간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 중 상당수가 안철수 후보 지지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리얼미터가 30일 발표한 3월 다섯째주 주중집계에 따르면 안희정 후보 지지도는 지난주 대비 5.1%포인트 급락한 12%를 기록했다. 반면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은 같은 기간 4.8%포인트 급등한 17.4%로 나타났다. 수치상으로는 안희정 후보 지지층이 안철수 후보 지지로 옮겨간 모양새다. 권순정 리얼미터 조사분석실장은 “안희정 후보 지지층을 보면 민주당·비민주당 지지자가 절반씩 있는 상황”이라며 “비민주당 지지층에는 국민의당 뿐만 아니라 자유한국당·바른정당 지지층도 많다”고 설명했다. 보수층으로의 확장성이 높다는 점은 민주당 경선기간 중 안희정 후보 측의 중요 논리이기도 했다.
 
다만 이같은 모습이 일시적인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문재인 후보 선출을 가정했을 경우 안희정·이재명 후보 지지자들이 마음을 추스르는 시간이 며칠 걸린다”며 “이들이 지지후보를 결정한 내주 주말 데이터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순정 실장도 “내주 초까지는 안희정·이재명 후보 탈락으로 정착지를 찾지 못하고 유보층으로 남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며 “문재인·안철수 등 살아남은 후보들 입장에서는 이들 계층이 마음을 정하는 다음 주가 가장 중요한 시기다. 각 캠프도 이 점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선일이 불과 40여일 남은 상황에서 각 후보가 내주 내놓는 메시지가 본선 향배를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후보 측도 이같은 사실을 인지하는 한편 지지층을 아우르기 위한 고민을 이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안희정·이재명 후보 캠프에 있던 인사들을 아우르는 당 중심 선대위 구성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박광온 의원은 “경쟁 후보들이 갖고 있는 철학을 우리가 새로 제시할 공약이나 선거운동 과정 중 연설에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이재명, 안희정 대선 예비후보(왼쪽부터)가 29일 오후 대전시 중구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후보자 충청권역 선출대회'를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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