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업계, '재조해양' 안간힘
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 '가시화'…업계도 경쟁에서 상생으로
입력 : 2017-08-31 06:00:00 수정 : 2017-08-31 06:00:00
[뉴스토마토 신상윤 기자] 한국은 끝내 해운업 불황의 파고를 넘지 못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두 선사가 이끌던 해운산업의 엔진도 하나가 꺼졌다. 100만TEU를 넘었던 한국 해운업계는 이제 절반에도 못 미치는 선복량으로 엄혹한 글로벌 시장에 놓였다. 문재인정부는 해운산업 재건을 목표로 '재조해양'을 내걸었다. 업계는 현대상선을 100만TEU 이상의 선사로 육성함과 동시에, 그외 선사들에도 금융 및 정책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지난 24일 제4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정부 부처 합동으로 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 방안을 발표했다. 한국선박해양과 한국해양보증보험 등 기존의 선박금융기관을 통합해 자본금 5조원 규모의 공사를 설립하는 것이 골자다. 내년 6월 부산에서 정식 출범한다.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관련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공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이었다. 해운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사 설립이 필요하다는 업계 요구를 받아들였다. 이번에 발표된 공사의 역할은 해운산업에 대한 금융과 정책 지원이다. 공사는 ▲선박 매입 등 투자 보증 ▲항만터미널 등 물류시설 자산투자 ▲중고선박 매입 후 재용선 사업 ▲해운 지수와 시황 예측 관리 ▲노후선박 대체 등을 맡는다.
 
법정 자본금 5조원은 기존 한국선박해양(1조원)과 한국해양보증보험(5500억원) 등을 통해 일부 마련하고, 정부의 항만공사 지분과 해양수산부 예산(1000억원) 등 정부 출자금으로 충당한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한국해양진흥공사는 해운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담은 것"이라며 "해운업 재건의 발판이자, 글로벌 해양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 정부는 선사의 고효율 선박 확보를 위해 내년부터 폐선 보조금 지원을 시범사업으로 진행한다. 20년이 넘은 노후 선박을 폐선하고, 새로 건조할 경우 신조선가의 10%를 지원한다. 2022년까지 50척의 노후선을 교체하겠다는 목표다. 이외에도 오는 2019년 국가필수해운제도를 통해 국가가 선박을 건조해 소유하고, 이를 선사에 빌려주는 정책도 시행한다. 해당 선박들은 비상시 화물운송 체계를 구축하는데 사용할 수도 있다.
 
지난 8일 김영춘(앞줄 왼쪽 네번째) 해양수산부 장관, 이윤재(앞줄 왼쪽 다섯번째) 한국선주협회 회장을 비롯한 한국해운연합 가입 선사 대표들이 체결식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의 지원책과 맞물려 업계도 해운산업을 살리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지난 8일 아시아 지역 내 국적 선사들 간 과당경쟁을 막기 위해 한국해운연합(KSP)을 출범시켰다. 고려해운·장금상선·현대상선·SM상선 등 국적 컨테이너 선사 14곳이 모두 참여했다. 역내 컨테이너 정기선 시장에서 ▲항로 합리화 ▲선복 교환 확대 ▲신규항로 공동개설 등을 협의해 국적 선사들의 윈윈 전략을 추구한다. 앞서 올해 3월에는 현대상선과 장금상선·흥아해운이 HMM+2K 협의체를 꾸린 바 있다.
 
원양선사인 현대상선과 SM상선도 경쟁력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대상선은 올 상반기 연결기준 259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전년 동기 대비 적자 폭이 1577억원 줄어들었다. 컨테이너 1TEU 당 매출원가가 22%가량 감소하면서 수익성도 개선됐다. 현대상선이 부산항에서 처리하는 물동량도 증가했다. 지난달 부산항에서 처리한 물동량은 16만7018TEU로, 전년 동월 대비 93% 늘었다. 한진해운의 미주 노선을 인수하며 신규 출범한 SM상선도 선대 확대와 신규 노선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SM상선은 연내 그룹 계열사 대한상선과 우방건설산업을 인수·합병할 계획이다. 자산 규모를 1조원대로 확대해 현재 5만TEU 수준인 컨테이너 선복량을 20만TEU까지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미국 동부와 캐나다 밴쿠버를 잇는 컨테이너 항로 신설을 추진한다. 장기적으로는 선복량을 70만TEU까지 확대해, 오션이나 디얼라이언스 등에 참여할 방침이다.
 
업계는 메가 선사로서의 성장 가능성이 유일한 현대상선의 역할론에 방점을 두고 있다. 2020년 3월 끝나는 2M(머스크, MSC)과의 전략적 제휴가 첫 단추가 될 전망이다. 글로벌 대형 선사들이 선사 인수·합병과 선박 발주를 통해 몸집을 키우는 만큼 현대상선도 선대 확장에 나서야 최소한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2020년 국제해사기구의 황산화물 배출 규제 강화도 선박 발주를 앞당겨야 할 요인 중 하나다.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은 "2M과의 관계를 계속 확대해 나가기 위해 선복량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며 "현재 기준 대형선 40척 정도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 내부적으로 논의를 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신상윤 기자 new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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