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협력이익공유제…재계, 한 목소리 반대
경총·한경연, 공식 입장 표명…"기업 경영원리에 배치돼"
입력 : 2018-12-05 15:26:41 수정 : 2018-12-05 16:32:00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경제계가 연일 정부가 추진 중인 주요 법안들에 반대 의견을 내고 있다. 상법 개정안,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안에 이어 이번에는 협력이익공유제에 대해 입을 열었다. 대내외 경영 여건이 악화되는 상황 속에서 기업의 활력 마저 떨어져 산업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게 그 이유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5일 국회에 협력이익공유제에 대한  반대 입장을 건의했다. 오는 9일 정기국회 종료 후 협력이익공유제 통합 발의가 예상되는 만큼 협력이익공유제가 초래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를 사전에 국회에 전달하려는 의도다. 같은 날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협력이익공유제에 대한 경영계 의견'이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협력이익공유제는 대기업의 재무적 성과와 관련된 협력 중소기업(중견 포함)과 사전 약정에 따라 공유하는 모델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달 6일 협력이익공유제 도입을 위해 올해 안에 기존 발의된 상생협력법 개정안 4건을 통합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중위)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제계가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협력이익공유제의 가장 큰 문제는 기업 경영 원리에 배치된다는 것이다. 기업은 재무적 성과(이윤) 극대화를 목적으로 하는데, 영업활동의 최종산출물을 다른 기업과 공유토록 하는 것은 기업의 독립성·책임성·자율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 경총은 "기업이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창출한 이익을 다른 기업과 공유해야 한다면 이윤 추구를 위한 경제적 동기가 저해된다"며 "이는 결국 혁신 유인 감소로 이어져 기업과 경제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이 지난 10월 열린 자유한국당-한국경영자총연합회 일자리 정책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목표 이익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도 부정적 의견이 뒤따랐다. 한경연은 "기업의 이익은 금리·환율·내수 및 수출시장 동향 등 다양한 외생변수에 따라 수시로 변동한다"며 "이익 목표를 미리 설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고 지적했다. 이어 "(목표를) 미리 설정하더라도 대기업의 경우 글로벌 경쟁사에 대한 경영 전략 노출 위험이 있다"며 "협력업체별 기여도를 산정하는 것 역시 기술유출, 경영간섭 등의 부작용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경총도 "기업의 이익은 연구개발, 기획, 마케팅, 영업과 같은 경영활동과 임직원의 생산성, 노하우 등의 종합적 결과물"이라며 "개별 부품·물품이나 개별사업·프로젝트별로 협력이익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참여기업 간 경영부담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총은 "연구개발에서부터 마케팅까지 경영활동 전과정에 걸친 리스크와 성과를 책임지는 대기업의 최종성과를 생산과정 일부만 참여하는 중소기업과 공유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며 "대기업의 영업적자에 대해서는 책임을 공유하지 않는 점 역시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한경연은 "대기업과 거래하는 일부 협력 중소기업에만 특혜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협력기업은) 자발적 혁신동기 상실로 영세화되거나 대기업의 영구적 수직 하청구조로만 존재하게 돼 강소기업으로의 성장이 곤란해질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중장기적으로는 대기업이 부품업체를 직접 운영하거나 이익을 나누지 않아도 되는 계열사 혹은 해외 협력사와 거래비중을 높여 국내 중소기업 네트워크를 약화시킬 수도 있다고도 우려했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위배된다는 시각도 있다. 일부 외국 대기업이 협력사와 이익공유 모델을 도입하고 있더라도 이는 기업들의 자발적 행동이지, 제도 자체를 명문화하는 나라는 없다는 주장이다. 한경연은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는 국내 대기업들에게 역차별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경총은 "국내외 협력업체에 차별적으로 이익을 배분하는 것을 이유로 통상마찰이 제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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