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에 휩싸인 노트르담에 관하여
입력 : 2019-05-22 06:00:00 수정 : 2019-05-22 06:00:00
 
<대성당>, 1954-니콜라 드 스타엘
파이프 오르간 연주가이자 작곡가인 티에리 에스케쉬가 노트르담 대성당 공연을 앞두고 있던 어느 날 저녁, 나는 이 성당의 석조 연단에 올라 파이프 오르간을 가까이서 지켜볼 기회를 얻었다. 외부인 출입이 제한된 시간이었기에, 성당 안에는 공연 리허설을 참관하던 나와 몇몇 지인들만 오롯이 남아 있었다. 우리는 장장 두 시간 동안 노트르담 대성당의 장엄한 궁륭(穹?) 천장 아래서 파이프 오르간 소리를 감상하는 기쁨을 누렸다. 파이프 오르간 제작 명인 아리스티드 카바이에콜이 만든 이 기가 막힌 악기를 연주한 티에리 에스케쉬는 즉흥 연주를 곁들이기도 했다. 
 
그의 연주를 들으며 성당의 중앙홀을 굽어보는 아케이드와 그 바깥으로 길게 늘어선 복도를 보고 있노라니, 어느새 중세의 색채와 종교, 문학, 음악의 발자취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공간에 압도돼 당대의 역사 속으로 빠져드는 듯한 감미롭고 묘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노트르담의 꼽추 콰지모도가 어딘가에 몸을 숨기고 있을 것만 같은 분위기였다. 저명한 오르간 연주자였던 루이 비에른은 1937년의 어느 날, 바로 이 오르간을 연주하다 숨을 거뒀다고 한다.
 
시테섬에서 30년을 줄곧 살아온 나는 스스로 ‘노트르담 대성당 구역’의 주민이라 여기며, 주변을 지날 때마다 수시로 성당에 들어가 그곳의 고즈넉한 기운과 특유의 공간, 그리고 향내를 한껏 만끽하곤 했다. 관광 인파가 아무리 많아도 성화(聖?)와 성물(聖物), 신앙심 혹은 주술적 의미를 담는 촛대가 놓인 성당 안쪽의 제실(祭室) 사이사이를 거니는 나의 즐거움을 가로막지는 않았다. 성당 앞쪽 제단에서 미사가 진행될 때면 관광객과 신도들의 영역이 분리돼 병존하는 듯한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지만, 성당의 넓은 공간은 종교와 광장의 역할을 함께 포용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나는 기하학적인 고딕양식 구조와 대비되는 횡복도 위의 장미창과 바로크풍의 제단의 아름다움을 조용히 감상하곤 했고, 이후 성당을 나설 때면 성당 앞뜰 바닥에 있는 프랑스의 거리 측정 기준점 ‘푸앵제로(Poin zero, 도로원표)’에 눈길을 뺏기곤 했다.
 
노트르담 대성당에 들를 때마다 그때그때 마음을 끄는 요소를 새로 발견하곤 했기에, 어디 하나 애정을 쏟지 않은 구석이 없을 정도다. 우선, 샤누아네스 거리 방향에서는 성당 북쪽 외벽의 석상과 석누조(石漏槽; 악마 형상을 한 고딕 건축물의 낙수받이)를 가까이에서 차분하게 살펴볼 수 있는데, 19세기 오스만 파리 개조사업으로 생겨난 대광장에서 조망하는 성당 서쪽의 장엄한 자태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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