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연령 만 18세로 낮춰…총선서 주요 변수 부상
내년 총선에 만 18세 유권자 53만여 명…여야 '셈법' 분주
입력 : 2020-01-01 06:00:00 수정 : 2020-01-01 06:00:00
[뉴스토마토 조현정 기자] 공직 선거법 개정안이 지난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내년 총선부터 선거 연령이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낮아졌다. 총선에서 선거권이 생기는 만 18세 유권자는 53만여명으로 추산된다.
 
2020년 4월15일 총선일을 기준으로 생일이 지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투표권을 갖게 되는 셈이어서 선거 연령 하향은 내년 총선에서 주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젊은 유권자들의 신규 등장에 정치권은 촉각을 세우고 있다.
 
국회를 통과한 선거법 개정안은 현행 만 19세 이상에게 보장된 대통령 및 국회의원 선거권을 만 18세에게도 보장하는 내용이다. 선거 운동 가능 나이도 기존 만 19세 이상에서 18세 이상으로 확대했다.
 
선거 연령 하향은 1997년 김대중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18세 선거권을 처음 공약한 이후 약 23년 만에 성사됐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대부분은 만 18세를 선거권 연령 기준으로 정하고 있고, 스코틀랜드는 만 16세부터 선거에 참여할 수 있다.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 373회국회(임시회) 제 1차 본회의에서 공직 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내년 총선부터는 53만2000여 명이 새로 선거권을 부여받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내년 총선부터 적용되는 만큼 여야는 유불리 계산에 분주하다. 보수 진영은 '교실 정치화' 등을 우려해 선거 연령 하향에 반대해왔다. 정치권에서는 선거 연령이 낮아져 투표권이 확대되면 진보 진영에 유리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투표자의 나이가 어릴수록 진보 진영에 대한 지지가 높다는 이유에서다.
 
선거 연령 인하를 주장해 온 더불어민주당은 반색하는 분위기다. 내년 총선부터 청소년·청년 관련 맞춤형 공약을 준비해 표심을 끌어오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특히 정치권이 최근 공 들이고 있는 '청년 이슈'와 맞물려 핵심 공략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민주당은 '모병제 검토', '청년 신도시 조성' 등 청년 맞춤형 이슈를 던진 바 있다. 발 빠르게 총선 준비에 나선 민주당은 '인재 영입'과 '청년 정책'을 내세워 청년 민심을 사로 잡을 방침이다.
 
민주당 박주민 최고위원은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OECD 국가 중 우리나라만 선거 연령을 19세 이상으로 하고 있다. 일본도 2017년에 18세로 2살을 낮췄다"며 "국내 법적 체계를 봤을 때도 당연하다. 현재 18세가 되면 군대에 갈 수 있고 공무원이 될 수 있는데 투표만 못 하는 것도 지나친 기본권 제한"이라고 밝혔다.
 
청년 정당을 표방해 온 정의당도 기대하는 모습이다. 심상정 대표는 "청소년들은 가만히 있지 않을 권리가 있다"며 선거 연령 인하를 강력하게 주장해왔다.
 
심 대표는 나아가 만 16세까지 선거권을 부여하는 캠페인을 하겠다고 밝혔다. 심 대표는 29일 국회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만 18세 선거권 부여는 우리 정치가 너무 낡은데 비하면 아주 최소한의 조치"라며 "만 16세까지 선거권을 부여하는 캠페인과 정당 가입 연령 제한에 대한 위헌 소송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 진영에서는 현재 창당 작업 중인 '새로운보수당'이 가장 적극적이다.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쳐 최대 50%까지 청년층으로 공천한다는 계획이다. 청년 보수층을 흡수하겠다는 것으로, 하태경 창당준비위원장은 23일 출마 연령 제한을 현행 25세에서 20세로 낮추는 선거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선거 연령 인하를 우려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선거 연령 하향으로 학교 교실이 정치화가 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선거법 개정안 통과 직후 입장문을 통해 "헌법재판소에 권한 쟁의 심판 청구와 헌법소원을 내겠다"고 밝혔다.
 
심 원내대표는 22일 '문재인 정권 좌편향 교과서 긴급 진단 정책 간담회'에서 "역사와 사회를 왜곡하는 교과서로 학생들을 오염시키고 선거 연령까지 낮추면 고등학교는 완전히 정치판, 난장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재원 정책위의장도 "선거 연령을 내리면 고등학교 3학년 교실이 선거판이 된다"며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도 학제 개편을 하는 경우에 한해 논의하자고 공감대가 형성됐었는데, 정치적 이해 관계에 따라 그냥 선거법에 반영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당 일각에선 이들의 투표 참여가 현실화된 만큼 표심을 얻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장제원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만 18세 청년에게 투표권을 주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며 "선거 연령 하향에 대해 비판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청년들이 선호할 수 있는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는 인재 영입과 정책 제시를 서둘러야 한다"고 당 차원의 대비를 촉구했다.
 
조현정 기자 jhj@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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