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기판'이라지만, 갈길 먼 유리기판
원천 특허 미·독 쥐고 있어 기술 개발 어려움
깨짐 현상 및 유리 관통전극 등 기술적 한계 여전
업계 "상용화 멀지만 유리기판 기술 발전 방향 맞다"
입력 : 2024-05-22 14:22:18 수정 : 2024-05-23 06:24:47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꿈의 기판'으로 불리는 유리기판의 기술력이 현재로선 부족한 상황입니다. 유리기판은 미국의 인텔을 필두로 국내에선 SKC와 AMAT의 합작회사인 앱솔릭스, 삼성전기, LG이노텍이 뛰어들며 주목을 받고 있지만 예상 외로 지지부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유리기판은 현재 초기 단계로, 시장 선점을 위한 관련 기업들의 물밑 경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유리기판은 표면이 매끄러운 데다 기판 두께를 줄이기 용이하고 다른 소재에 비해 전력 소비가 30% 정도 적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힙니다.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내건 앱솔릭스 경우 관련 인력 수혈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인텔 엔지니어가 테스트 유리 코어 기판 패널을 들고 있는 모습.(사진=인텔)
 
문제는 유리기판 시장이 예상 외로 지지부진하고, 상용화까지도 먼 미래가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업계에서는 그 첫 번째 이유로 유리기판 원천 특허권을 미국과 독일 업체들이 보유하고 있어서 진입이 어렵기 때문으로 진단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코닝의 경우 코닝저열팽창 유리소재를, 독일의 쇼트는 대면적 초박형 유리에 대한 기술 확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유리기판은 유리의 순도를 높이거나 반도체에 특화된 공법들이 필요한데, 이러한 특허를 미국 기업에서 보유하고 있어서 국내 기업들이 유리기판 연구를 하더라도 진입이 상당히 어렵다"고 했습니다.
 
유리기판이 검증이 덜 된 재료라는 점도 개발의 어려움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외부 충격에 약한 유리기판에 열을 가하거나 타깃을 했을 때 깨지는 현상이 대표적입니다. 유리를 깎거나 홀을 뚫어 전극(TGV)을 이어지게 해야 한다는 점과 기판을 크게 만들수록 휨 현상이 일어나는 등 기술적 한계도 보완해야 합니다. 
 
이 관계자는 "샘플 정도의 유리기판 크기에서는 수율이 좋은 반면 열을 가하거나 가스를 넣어 증착 등 여러 물질을 쌓는 공정을 거치면 전체 형태에 변형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수율 제고를 위한 기술과 공정 개발이 유리기판 시장 활성화의 관건"이라고 했습니다.
 
때문에 업계가 제시한 목표와 달리 상용화 시점이 유동적일 수 있습니다.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는 "유리기판 기술은 가야할 방향이기에 모든 회사에서 양산을 목표로 기술 개발 중"이라며 "업계가 2026년을 목표로 개발 중이지만 기술 난도가 높아 2030년쯤이 돼서야 기본 기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관련 업체에서 양산하는 시점이 2027년이더라도 고객사에 들어가서 실제로 유리기판이 적용된 제품이 나오는 시점은 2030년 이후가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제작비용이 비싸고 생산라인 구축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양산 대한 투자비용 크다는 점에서 사업 리스크가 커질 위험성도 있습니다. 유리기판 기술에 뛰어드는 경쟁자가 많은 만큼 생산품을 내놓아도 가격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기술적 난관 외에도 사업 측면에서 넘어야 할 장벽이 산적해있습니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리기판은 공정 장비를 바꿔야 하기 때문에 공급망 재구성이 필요하고, 유리 소재와 관련된 신뢰성 검증이 더 필요하다"며 "대량 양산을 위한 표준화 작업이 수반돼야 하는데 대량 양산할 경우 수율이 불확실하다"고 했습니다. 이어 "주요 업체가 2026~2027년 이후 도입을 계획하고 있는 만큼 관련 공급망의 이익 기여를 논하기 이른 시점"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다만 장기적으로 볼 때 유리기판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게 업계 의견입니다. 상용화까지 도전하지 쉽지 않는 분야지만, 실리콘 기판 대비 가격이 저렴하고 신호 전달 속도 등이 우수하기 때문에 결국 해당 기술을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모아질 것이란 이유에서입니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미세화 트렌드를 최적화하기 위해 향후 미래 기판소재의 핵심은 유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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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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