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평가원, '낙하산' 우리금융에 A+
금감원 "CEO 선임절차 조속히 개선해야"
입력 : 2024-06-04 06:00:00 수정 : 2024-06-04 15:18:28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주요 금융지주회사들이 지배구조 취약성을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서 우수 등급을 받아 뒷말을 낳고 있습니다. 회장이 채용비리로 유죄를 선고 받았거나, 낙하산 회장이 내려온 곳도 이런 평가가 나왔다는 점에서 ESG 평가 무용론이 나옵니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와 관련한 조속한 개선을 요구했습니다. 
 
지배구조 리스크 큰 데 우수등급 일색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우리·하나 등 4대 금융지주는 한국ESG평가원의 1분기 ESG 평가에서 우수등급에 해당하는 S 또는 A+ 등급을 받았습니다. ESG 평가 등급은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 등 영역별 등급과 종합 등급으로 나눠지는데요. S등급부터 C등급까지 총 7개 등급으로 분류됩니다.
 
KB금융지주는 4대 금융 가운데 가장 높은 종합등급 S를 받았습니다. 환경(A+), 사회(S), 지배구조(A+)에서 고루 우수 등급을 받았습니다. 나머지 지주사들은 종합등급 A+를 받았습니다. 신한금융지주는 환경(A)·사회(A)·지배구조(A+), 우리금융지주는 환경(A+)·사회(A)·지배구조(A+), 하나금융지주는 환경(A)·사회(A+)·지배구조(A+) 에서 골고루 우수 등급을 받았습니다.
 
특히 지배구조 부문에서 4대 금융 모두 A+ 등급을 받았는데요. 지배구조는 경영자 평가와 주주권리 보호, 이사회 구성 및 운영, 감사기구 및 리스크관리를 평가테마로 합니다. 평가 항목으로는 경영자 위법·비도덕성, 후계자 승계정책, 관계사 위험, 내부통제정책 등 항목을 평가합니다.
 
문제는 하나금융과 우리금융 등 최고경영자(CEO) 거취 관련 지배구조 이슈가 불거진 금융사도 우수 등급을 받았다는 점입니다. 하나금융의 경우 지난해 11월 함영주 회장이 채용 비리 혐의로 항소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으면서 함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부각됐습니다.
 
함 회장은 은행장으로 있던 지난 2015년 공채 당시 인사청탁을 받고 특정 지원자들에게 특혜를 준 혐의로 2018년 6월 기소됐습니다. 또 2015·2016년 공채에서 남녀비율을 미리 정해놓는 등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채용비리 소송 2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이 나오면서 함 회장은 내년 3월까지 회직을 수행할 수는 있게 됐습니다. 다만 임기 중에 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함 회장은 회장직을 반납해야 합니다. 금융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금융사 임원이 될 수 없습니다.
 
함 회장이 안고 있는 사법 리스크로는 해외금리 연계 파생 결합펀드(DLF) 판매 관련 징계 취소 소송도 있습니다. 함 회장은 지난 2020년 DLF 판매와 관련해 당국으로부터 중징계인 문책 경고를 받았습니다. 함 회장은 징계 취소 청구 소송을 냈고 2심에서는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아냈습니다. 다만 금감원이 대법원에 상고하면서 재판 결론이 언제날지 알수 없는 상태입니다. 문책 경고가 확정되면 연임을 못 할 뿐만 아니라 3년간 금융기관 취업도 제한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금감원 "모범관행 기반 보완 계속"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정권 교체시기가 되면 외부출신 회장이 들어오는 관행이 계속되는 곳입니다. 지난해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회장에 선임되면서 금융권 낙하산 논란에 불을 지폈지만 지배구조 A 등급을 받았습니다. 낙하산 논란 이후 실적 부진이 지속되면서 임 회장은 '경영자 평가' 면에서도 인색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우리금융은 올 1분기 홍콩H지수 ELS 손실 배상비용 관련 충격이 작았음에도 불구하도 4대 금융 중 가장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신한금융의 순익은 1조3215억원, KB금융 1조491억원, 하나금융 1조340억원에 이어 우리금융은 8245억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습니다. 우리금융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8% 줄어든 규모입니다. 
 
한국ESG평가원는 "지배구조(G)가 환경(E)와 사회(S)를 포괄한 종합적인 ESG경영을 드라이브한다는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가중치를 부여하고 있다"면서도 "경영승계절차 외에도 ESG 경영의지·활동내역, 주주결의권 활성화, 배당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금융당국 역시 지난해 12월 마련한 은행권 '지배구조 모범관행'과 관련해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이 제시한 모범 관행에는 CEO 상시 후보군을 관리·육성하는 등 CEO 선임과 경영 승계 절차를 투명하게 운영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습니다.
 
금감원은 금융사들이 대체로 모범관행 취지에 맞게 개선안을 마련하고 있다면서도 여전히 불명확한 항목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경영승계 절차, 이사회 구성 및 평가 등과 관련한 사항의 경우 CEO 선임 및 사외인사 선임·평가 등의 절차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전에 개선 방안을 조속히 확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고경영자(CEO) 소송리스크, 낙하산 인사 등 지배구조 이슈가 여전한데도 불구하고 KB·신한·우리·하나금융 등 4대 금융지주가 한국ESG평가원으로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우수등급을 받았다. 사진은 4대 금융지주 외경 (사진=각 사 제공)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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