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횡령'에 내부통제 강화 스텝 꼬인 금감원
은행별 이사회 면담도 차질 불가피
갈피 못 잡는 중 내주 은행장 소집
입력 : 2024-06-14 08:00:00 수정 : 2024-06-17 08:02:45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금융감독원이 주요 금융지주 내부통제 강화에 나섰지만, 우리은행에서 거액의 횡령 사고가 또 터지면서 스텝이 꼬인 모습입니다. 은행권이 금융당국 지침에 맞게 내부통제 자구책을 마련하고 금감원이 점검하고 있지만 이대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 금융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은행장을 소집할 자리에서도 내부통제 사고가 화두가 될 전망입니다.
 
내부통제 대책 부실 지적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달부터 내부통제 강화를 당부하기 위해 시중·지방은행 이사회와 릴레이 면담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금융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지난해부터 '국내은행 내부통제 혁신 방안'을 발표하며 은행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있기도 합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당초 은행 이사회 면담이 내부통제 시스템 현황을 제출받은 것을 근거로 보완점을 전달하는 성격이었지만, 금융사고가 잇따르면서 취지가 무색해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 이사회 면담은 그대로 진행하고 있지만 검사가 진행 중인 금융사의 경우 검사 결과를 같이 이사회에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금감원은 현재 정기검사 중인 농협은행과 하반기 검사 대상인 국민은행은 검사가 마무리된 후 이사회 면담을 가질 예정입니다. 우리은행의 경우 최근 대규모 횡령 사고가 발생하면서 금감원이 사고 경위와 책임 소재 등을 점검 하기 위해 현장 검사에 나선 상태입니다.
 
우리은행의 한 지점 직원은 올해 초부터 최근까지 대출 신청서와 입금 관련 서류를 위조해 대출금을 빼돌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횡령 자금을 해외 선물 등에 투자해 약 60억원 손실을 보았고 지난 10일 경찰에 자수했습니다. 우리은행 횡령 사고는 지난 2022년에도 발생한 바 있습니다. 당시 기업개선부 소속 직원이 700여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15년이 확정됐습다.
 
금융사고가 잇따라 터지면서 금감원도 체면도 구기게 됐습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금융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오는 19일 17개 은행장과 만나기로 했는데요. 당초 부동산 PF와 가계부채 관리, 내부통제 등을 중점으로 논의할 예정이지만, 우리은행의 횡령 사고가 북가될 수밖에 없습니다.
 
금융감독원이 거액의 횡령 사고가 발생한 우리은행에 대해 현장검사에 착수했다. 우리은행 김해지점의 한 직원은 올 초부터 최근까지 대출 신청서와 입금 서류를 위조하는 방식으로 대출금을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빌딩 모습. (사진=뉴시스)
 
책무구조도 내년에야 시행
 
금융당국은 지난해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으로 책무구조도 카드를 꺼냈습니다. 지배구조법에 의해 금융사들은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지만 금융사고 발생이 반복됐기 때문입니다.
 
책무구조도는 임원이 담당하는 직책별로 책무를 배분해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간 금융사고가 발생해도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고 어떤 책임을 져야 할지도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금융사 자체적으로 임원의 책임 영역을 확정토록 하고 사고가 발생하면 책무구조도에 의해 책임을 묻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고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에는 책무구조도 역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내부통제 의무를 구체화해도 개별 기준 준수 여부가 모호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책무구조도를 도입해도 직원들의 인식 변화가 없다면 내부통제 시스템에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2022년 우리은행 직원의 7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횡령 사고가 드러나면서 은행 내부통제 시스템이 무용지물이라는 비판이 커졌습니다. 이후 금융당국이 금융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내부통제 강화 등을 주문했지만 최근 같은 은행에서 100억원 규모의 횡령 사고가 또다시 발생했습니다.
 
이외에도 대구은행의 불법 계좌와 금융권 사상 최대 규모의 횡령이 발생한 경남은행,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논란뿐만 아니라 올해도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 등에서 직원들의 배임 혐의가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금융기관이 사고 예방 비용을 합리적으로 산정할 수 있게 해 내부통제 유인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오태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감독 당국이 위험 인식의 구체성에 대해서는 통일된 기준을 적용하되, 내부통제의 실효성에 대해선 기관별로 차별화된 기준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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