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인사청문회 '가시밭길'…방송 장악 논란 증폭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계획, 가속도 붙을 전망
이진숙 "MBC, 최소한의 보도준칙 무시"
언론·노동·사회 단체 반발…"MBC 사영화 의도"
입력 : 2024-07-05 17:25:22 수정 : 2024-07-08 13:52:12
[뉴스토마토 최수빈 기자]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지명된 이진숙 전 대전 MBC 사장의 인선을 놓고 야권이 또 다시 탄핵 추진을 시사했습니다. 이에 이 후보자의 청문경과보고서 채택 불발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등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난항이 예고됩니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은 청문 보고서 채택과 관계없이 방통위원장 인사를 강행한 바 있는데요. 이 후보자의 임명이 강행될 시 ‘2인 체제’ 방송통신위원회가 의결한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계획에 속도가 붙으면서 윤정부의 방송장악 논란 역시 증폭될 전망입니다.  
 
이진숙 신임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인사브리핑에서 지명 소감을 말하던 중 머리카락을 넘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진숙, MBC 민영화 추진·노조 사찰 이력인청 난타전 예고
 
지난 4일 임명된 이 후보자는 MBC 기자 출신으로, 2021년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에서 언론특보를 지냈습니다. 지난해에는 여당 몫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추천됐는데요. 이 후보자는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인사브리핑에서부터 이례적으로 길게 소감을 발표하며 민주당을 직격했습니다. 
 
이 후보자는 “민주당은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작년부터 위원 추천을 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이 비판하는 2인 체제는 민주당이 만든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방송통신위원회가 5인 상임위원을 구성할 수 있도록 민주당 몫의 위원 추천을 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습니다. 
 
현재 방통위는 열달 넘게 여당 몫 2인으로만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에 야권은 방통위 2인 체제 운영의 위법성을 지적하며 방통위원장 탄핵 사유로 내세웠는데요. 결국 지난해 12월 이 전 위원장에 이어 지난 2일 김 전 위원장까지 방통위는 두 번 연속 야당이 발의한 탄핵소추안의 국회 표결을 앞두고 수장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이 두 분은 업무 수행에 있어서 어떤 불법적인 행위에 가담하지 않았다. 정치적인 탄핵을 앞두고 대한민국의 방송과 통신을 담당하는 기관의 업무가 중단되는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자리를 떠난 분들”이라며 야권의 주장에 정면 반박했습니다. 
 
그러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후보자의 과거 문화방송(MBC) 노조 불법 사찰 의혹 등에 대해 문제 제기했는데요. 이 후보자는 MBC 언론노조 본부의 간부들을 ‘트로이컷’이라는 프로그램을 이용, 불법 사찰해 대법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습니다. 또 MBC 기획본부장 시절이던 2012년 10월 방송문화진흥원에 보고하지 않은 채 고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만나 지분 매각을 논의한 바 있습니다. 
 
이 후보자는 MBC 세월호 보도의 책임자로서도 비판받았습니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이 후보자는 MBC 보도본부장을 지냈는데요.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전원 구조’ 오보 및 유가족 폄훼보도 책임자로 이 후보자를 지목했습니다. 여기에 과거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폭도들의 선전선동’이라고 주장한 댓글에 ‘좋아요’를 누른 것으로 나타나는 등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민주당은 이 후보자 임명 첫날부터 탄핵을 거론했는데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이 후보자의 과거 행적들이 쟁점으로 대두되면서 여야 대치는 더욱 팽팽해질 전망입니다.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열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지명 철회 촉구 기자회견에서 민주언론시민연합 신태섭 상임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언론계 "마지막 방송장악 대상, MBC 사영화 의도"
 
야권의 거센 반발에도 이 후보자의 임명은 강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회 인사청문회법상 국회는 인사청문 요청이 제출된 날로부터 20일 안에 인사청문 절차를 마쳐야 합니다. 만약 여야 의견 대립 등의 이유로 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될 경우 윤 대통령은 10일 이내의 기간에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국회가 기한 내 재송부 요청에 응하지 않으면 청문보고서 없이 장관에 임명할 수 있는데요. 김 전 위원장 역시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된 상태에서 임명장을 받은 바 있습니다. 이 후보자 역시 전임 위원장의 전철을 밟을 확률이 높습니다. 
 
언론계 일각에서는 이 후보자의 지명은 친여권 인사 중심의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염두에 둔 인사라는 의견도 나옵니다. 박성제 전 MBC 사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방통위원장은 MBC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들을 윤 정권에 충성하는 자들로 임명해 버리고 탄핵당하기 전에 사퇴하는 것이 임무”라며 “윤석열 정권에게 이진숙은 가장 악역이 필요한 시기에 한 번 쓰고 버리는 카드”라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이 후보자는 지명 소감을 통해 공영방송 이사진 재편 작업 완수 의지를 강조했는데요. 이 후보자는 “MBC, KBS, EBS 등 공영방송의 이사 임기가 끝나면 마땅히 새 이사들을 선임해야 한다. (MBC)의 ‘바이든 날리면’ 같은 보도는 최소한의 보도준칙도 무시한 보도”라며 정부 비판적 논조를 유지 중인 언론사를 향한 전방위 압박을 예고했습니다. 
 
공영방송 임원 공모 절차는 이미 시작됐는데요. 이 후보자의 지명에 앞서 방통위는 지난달 28일 전체회의를 열고 MBC 대주주인 방문진과 한국방송공사(KBS), 한국교육방송공사(EBS) 임원 선임 계획을 의결했습니다.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가 각각 2년, 3년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친여권 인사 위주의 경영진 교체를 위한 포석으로 해석됩니다. 
 
언론·노동·사회 단체는 일제히 이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촉구했는데요. 참여연대와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90여 노동사회단체가 모인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5일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인 체제 파행운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진숙 후보자가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임명되면 그 역시 국회 탄핵소추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그런데도 윤석열 대통령이 초단기 방통위원장이 될지도 모를 인물을 내리꽂는 이유는 단 하나다. 윤 정권의 마지막 방송장악 대상인 MBC를 사영화하겠다는 의도”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최수빈 기자 choi3201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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