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의 진실)②살 안 찐다는 제로…"정말 그럴까"
제로, 설탕 대신 열량 낮은 '대체 감미료' 사용
다이어트 식품?…WHO "장기적으로 도움 안돼"
소비자는 건강 때문에 제로 선택…"맹점 인지해야"
입력 : 2024-07-22 15:30:00 수정 : 2024-07-22 18:26:46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저당·저열량을 강조한 '제로(Zero)' 마케팅이 음료와 주류뿐만 아니라 과자, 아이스크림 등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제로 열풍 이면에는 일반 제품보다 제로가 체중 감소에 도움이 되고 더 건강할 것이라는 소비자 인식이 자리하고 있는데요. 제로 식품이 단맛에 대한 저항감을 낮추고, 설탕 대신 사용한 대체 감미료에 대한 안전성 우려가 제기된다는 측면에서 부작용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제로 마케팅의 맹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22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제로 식품의 핵심은 설탕 대신 적은 양으로 특유의 단맛을 내는 대체 감미료를 사용한 것입니다. 저당은 물론 열량이 낮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열량이 거의 없거나 매우 낮은 대체 감미료를 사용하거나, 설탕과 같은 열량이라 해도 강한 단맛을 내는 대체 감미료를 소량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대체 감미료 중 하나인 아스파탐의 1g당 열량은 4㎉로 설탕과 같지만 단맛은 설탕의 200배에 달합니다. 아스파탐을 비롯해 사카린나트륨, 수크랄로스 등이 고감미도 감미료에 속합니다. 알룰로스 등과 같은 저감미도 감미료도 있습니다. 대체 감미료마다 특성이 제각각이라 식품에 따라 종류와 양을 다르게 사용합니다.
 
전문가들은 업계에 만연한 제로 마케팅이 허위는 아니라고 진단합니다. 설탕이 안 들어갔으니 '제로 슈거'라는 말은 맞습니다. 당국의 관리로 당 함유량이나 열량 성분 표시 등에 있어 위법 요소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먹을 것이 부족했던 과거에는 설탕이 귀했지만 오늘날 음식 선택이 풍족해지고 열량을 얻을 수 있는 요소가 많아지면서 설탕 섭취를 줄이고자 하는 욕구가 커졌다"며 "가공식품에서 단맛은 빠질 수 없는 만큼 대체 감미료를 찾는 손길이 늘었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이어 "국내에서 사용이 허가된 대체당은 22가지"라며 "식품공학 관점에서 설탕과 대체당 모두 장단점이 있어 옳다 나쁘다 얘기하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시내 편의점에 '제로(ZERO)' 아이스크림이 진열돼 있다. (사진=뉴시스)
 
당류·열량 정말 제로?
 
다만 제로라는 명칭이 붙었다 해도 무조건 칼로리가 '0'이라든지, 열량이 없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당 함량이 100㎖당 0.5g 미만인 경우 무당(제로 슈거)으로, 100㎖당 열량이 4㎉ 미만이면 무열량(제로)으로 표시할 수 있습니다.
 
제로 식품의 저당, 저열량 측면이 과하게 부각되면서 다이어트 식품으로 여겨지는 풍토까지 생겨났는데요. 하지만 장기적으로 체중 감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넘어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5월 발표한 '비설탕 감미료(Non-Sugar Sweeteners) 가이드라인'을 통해 대체 감미료를 체중 조절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체중 조절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의학계에서는 대체 감미료를 과다 섭취하면 복부팽만, 설사, 소화불량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서희선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대체 감미료가 내분비계 교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은 학계 정설로 통한다. 단맛은 나는데 칼로리가 없다는 것에 뇌는 속지 않아 호르몬 분비 시스템에 교란이 일어난다"라며 "이런 점에서 제로 식품이 더 안 좋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여기에 대체 감미료의 발암 논란은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제암연구소(IARC)가 아스파탐을 '인체 발암가능 물질(2B군)'로 분류하면서 제로 열풍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식약처가 나서 현재 아스파탐 섭취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하면서 해당 사태는 일단락됐는데요. IARC가 암 발생 위험성 평가 시 실제 섭취량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과 국제식량농업기구·세계보건기구 합동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가 현 섭취 수준이 안전하다고 평가한 것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대체 감미료에 대한 안전성 우려는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무조건 신뢰는 지양해야"
 
설탕의 대체재로 주목받는 대체 감미료가 되레 다른 병을 유발할 수 있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로 식품을 무조건 신뢰하기보다 주의를 요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옵니다. 더욱이 제로 식품이 단맛에 대한 저항감을 낮춰 탄산음료 등의 섭취량을 늘릴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작용입니다.
 
제로와 기존 제품의 차이가 미미한 경우도 있습니다. 한국소비자원이 시중에 판매하는 5개 종류의 제로 슈거 소주와 일반 제품의 성분 함량 차이를 조사한 결과, 일반 소주도 당류가 100㎖당 평균 0.12g으로 낮아 제로 슈거로 표기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반, 제로 할 것 없이 당 함량이 낮아 사실상 모두 제로 소주로 봐도 무방한 셈입니다.
 
(인포=뉴스토마토)
 
열량은 제로 슈거 소주가 일반 소주보다 100㎖당 2.85~13.87% 낮았는데요. 제로 슈거 소주의 알코올 도수가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류에 따른 소주 열량 차이는 크지 않다고 봤습니다. 이렇다 보니 소주의 제로 마케팅이 허상에 가깝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반면 소비자들은 제로 슈거 소주의 열량이 크게 낮을 것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소비자원이 설문조사를 진행한 2000명 중 1371명(68.6%)은 '제로 슈거 소주가 일반 소주 대비 칼로리가 상당히 낮을 것이다'라고 응답했습니다. 또한 설문조사 대상 82.1%는 건강관리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제로 식품을 구매한다고 답했는데요. 이는 제로 마케팅의 맹점이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소비자들로 하여금 제로가 일반 제품 대비 건강하다는 인식을 갖게 하기 때문입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날이 갈수록 건강에 대한 관심은 높아져 가고, 기업 입장에서는 제로 트렌드를 거스를 수 없다"라며 "이런 흐름이 맞물려 제로 식품의 종류는 빠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제로 식품의 이점에 가려 소비자들이 위험성은 망각하고 있는 부분이 크다"면서 "제로 식품에 대한 소비자 이해도를 높이고 소비자 개인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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