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의 공포에 힘 받는 '9월 빅컷'…한은도 결단 임박
미 불황 우려에 증시 '출렁'…"적기 놓쳐" 실기론
미 금리 인하에 한국 금리 "인하 필요" vs "아직"
입력 : 2024-08-05 17:41:34 수정 : 2024-08-05 18:28:58
코스피가 전 거래일(2776.19)보다 234.64포인트(8.77%) 하락한 2441.55에 장을 마친 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779.33)보다 88.05포인트(11.30%) 내린 691.28에 거래를 종료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미국 경기 둔화 우려 속에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습니다. 그동안 인공지능(AI) 기술과 경제 성장을 앞세우며 성장세를 보이던 미국 증시는 최근 고용 지표가 급속도로 악화돼 전 세계 증시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달 한 차례 금리 인하를 강하게 예고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에 '빅컷(금리 대폭 인하로 0.5% 포인트 이상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미, 경기침체 우려…글로벌 증시 일제히 타격
 
이번 증시 폭락이 시작된 것은 지난 2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7월 고용보고서 때문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률은 4.3%로 시장 예상과 전월치인 4.1%를 웃돌았습니다. 이는 2021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샴의 법칙'이 발동돼 경기 침체가 확인됐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법칙은 경제학자 클로디아 샴이 제시한 지표로 실업률의 3개월 이동 평균이 직전 12개월 내 3개월 이동평균 최저치보다 0.5% 포인트 이상 높아지면 경기침체가 시작된다고 보는 것인데요. 현재 이 지표는 0.53% 포인트를 기록해 미국이 경기 침체에 진입했다는 뜻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AI 투자 회의론에 이어 빅테크(기술대기업)의 투자 계획 실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커졌습니다. 이런 불안감은 지난 2일(현지시간) 증권시장에 반영돼 S&P500 지수는 1.37% 내린 5446.68, 나스닥 지수는 2.30% 급락한 1만7194.15에 장을 마감했습니다. 다우지수도 전장 대비 494.82포인트(1.21%) 내린 4만347.97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뉴욕증시 하락 여파는 5일 개장한 아시아 증시가 급락으로 출발하는 것에 영향을 미쳤고, 낙폭을 확대했습니다. 코스피는 8%까지 폭락하면서 2450선 아래로 내려갔다가 20분간 거래가 중단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습니다. 여기에 일본 니케이225지수, 대만 가권 지수 모두 장중 8%가 넘게 빠졌습니다. 
 
이제는 '빅스텝' 넘어 '빅컷'
 
미국 내에서는 경기 침체 공포가 확산되고 있는데요.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달보다 오른 실업률에 "형편없는 고용 보고서"라며 "정책 입안자들은 이제 인플레이션이 아닌 고용시장을 걱정해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연준이 더 몇 달 전에 금리를 내렸어야 한다는 '실기론'도 나왔습니다. 
 
이에 따라 키움증권과 KB증권은 연내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횟수 전망치를 기존 2차례(9·12월)에서 3차례(9·11·12월)로 조정했습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기존에 연준은 고용시장 수급이 타이트해 실업률이 급격한 상승은 어려울 것"이라며 "그러나 미국 경제활동 인구와 실업자 수가 함께 증가해 고용시장의 타이트한 수급이 점차 완화될 것이라 연준의 통화정책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상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의 고용지표가 8월에도 부진하다면 연준이 9월에 빅컷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또 일각에선 연준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전에 임시회의를 열어서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다고 보는 전망 등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확실한 건 8월 지표까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가 과도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빅컷'을 할 근거가 없다"라며 "실업률이 올랐다고 하지만 고용도 11만명 증가해 사실상 경기 침체라고 보기는 어려우며, 지금까지 미국의 증시가 AI 등으로 과열됐기 때문에 내려간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빨라지는 '금리인하' 시계…변수는 '가계부채' 
 
미국의 'R(Recession·경기침체) 공포'에 따라 한국은행의 금리인하도 빨라질 것이란 기대감과 동시에 여러 요인을 고려해 늦춰야 한다는 전망이 엇갈립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달 22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우리가 선제적으로 0.25%포인트 금리 인하를 해야 한다"라며 "미국 연준이 금리 인하 적기를 놓쳤기 때문에 우리는 이를 반복하면 안 된다"고 언급했습니다. 
 
반면 신세돈 교수는 "일각에서 금리 인하 주장이 나오지만 우리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금리가 낮았기 때문에 문제가 많았다"며 "특히 지난해 말부터 낮은 금리가 준 시그널 때문에 부동산 시장이 급등하고 가계부채까지 늘어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부동산 특례 대책을 오히려 거둬들여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도 "지금 금리를 논하기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며 "물가가 2% 초반대로 안정된 후에 이야기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습니다. 더불어 "아직 우리 금리는 미국과 격차가 있기 때문에 향후 연준의 결정을 보고 난 후 결정해도 되고, 중동 사태란 변수가 있어 여러 상황을 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상훈 연구원도 "연준이 9월쯤 기준금리를 '빅컷'이 아니라도 일정 부분 인하한다면 한국은행은 10월쯤에 인하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언급했는데요. 8월 인하론에 대해선 "우리나라도 증시가 많이 하락해 손실이 나는 것을 막기 위해 금리 인하를 할 순 있지만 이는 실물경기보단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조치일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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