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주가 폭락, 멘탈 꽉 붙잡으면 기회
엔달러 145엔대서 공방…금융·외환 변동성 차츰 안정
가격 메리트 생긴 실적주 관심…조금씩 모으는 투자
입력 : 2024-08-06 17:07:08 수정 : 2024-08-06 17:07:08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에 일본 엔환율 반전이 방아쇠를 당겨 벌어진 이틀간의 글로벌 증시 동반 폭락이 조금씩 잦아들고 있습니다. 금융시장과 외환시장의 불안감은 남아 있지만, 단기 낙폭이 과해 오히려 시장의 부담은 한결 가벼워진 모양새입니다. 투자자들도 충격을 추스르고 포트폴리오를 정비한다면 또 다른 기회로 삼을 수 있을 전망입니다.
 
외환시장 눈치 보기…변동폭 축소 
 
우리 시간으로 6일 새벽 거래를 마친 미국 증시는 지난주에 이어 다시 급락했습니다. 다우지수는 –2.60%를 기록했고, 나스닥지수도 1만6200선(-3.43%)까지 떨어지며 모두 1영업일 전보다 낙폭을 키웠습니다.
 
지난주 일본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제롬 파월 의장이 내달 금리 인하를 암시하며 벌어진 외환시장의 급변동으로 인해 글로벌 주식시장이 동반 하락했습니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 축소 전망에 따른 엔캐리트레이드 청산 움직임에 경기침체 우려에 따른 ‘빅컷’ 가능성까지 더해져 변동성이 확대된 것입니다. 여기에 이란이 이스라엘 공습을 공식화하며 전운이 고조, 전 세계 주가가 맥없이 추락했습니다. 
 
하지만 하락을 먼저 겪었던 아시아 증시는 이날 오전 개장과 동시에 한국, 일본, 중국 등이 모두 급반등하며 전일의 낙폭을 일부 되돌렸습니다. 
 
이로써 주식시장은 일단 한숨 돌렸지만 2일과 5일의 충격파는 아직 남은 모습입니다. 코스피는 3.76% 오른 2533으로 출발해 종일 2500대를 지켰습니다. 잠깐 2500선이 깨지기도 했으나 2영업일 간의 충격은 수습한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글로벌 금융시장을 곤경에 빠뜨린 엔달러환율은 그러지 못했습니다. 엔달러환율은 지난밤 1달러당 142엔까지 무너졌다가 이날 이른 아침부터 반등하기 시작해 일본 외환시장이 문을 연 오전 9시쯤엔 146엔까지 반등했습니다. 이후 다시 144엔대 초반으로 밀려났다가 145엔을 넘어서는 등 하루 종일 출렁임이 심했습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2일 연속 대규모 순매도를 쏟아낸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날 외환시장 눈치를 살피며 장 초반 순매수를 나타내다가 다시 순매도로 돌아서는 등 불안감을 드러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사고 싶었던 주식 살 기회
 
주가 하락의 트리거는 엔달러환율의 대전환이었지만, 근본적인 배경엔 ‘R의 공포’ 즉 경기침체가 있으므로 이 우려를 쉽게 털어내긴 어려울 전망입니다. 다만 단기 낙폭이 너무 과도하다 보니 가격적인 메리트가 생긴 종목들이 많아진 것은 긍정적입니다. 
 
일본의 경우 슈퍼 엔저에 힘입어 니케이225지수가 사상 최초가 기록을 갱신했기에 반대로 환율이 돌아서면 하락 압력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이와 달리 국내 증시는 반도체 등 수출 증가에 따른 상승이었습니다. 증권업계에서 이번 낙폭이 과하다는 공통된 의견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따라서 하반기와 내년에 업황이 더 좋아지는 업종, 그중에서도 실적 증가 가능성이 큰 기업이라면 관심을 가져볼 만합니다. 사고 싶었던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때라고 여기고 이번 주가 하락으로 저가 매력이 커진 종목은 적극 매수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습니다. 갈수록 이런 출렁임의 시간이 짧아지는 추세여서 기회도 금세 지나갈 수 있습니다. 
 
다만 경기침체와 전쟁 같은 예측이 어려운 변수가 있는 만큼 단기 매매가 아닌 장기간 조금씩 모으는 투자가 바람직합니다. 
 
완성차·MLCC 엔고 수혜
 
하반기와 내년이 기대되는 업종으론 완성차업체를 먼저 꼽을 수 있습니다. 현대차와 기아의 경우 실적은 증가하는데 주가가 눌려 있던 형국이었고 이번 급락으로 인해 과도한 저평가 상태가 됐습니다. 그러나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일본의 엔캐리트레이드 청산이 호재입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완성차업체들과 경쟁하는 국내 기업들로선 엔화가 강세일수록 수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일본 도요타자동차 주가는 지난 3월 3만8000엔대까지 올랐다가 일본의 긴축 전망에 하락전환했고 지난 5일엔 2232엔까지 추락했습니다. 그동안 엔저의 수혜를 받았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현대차는 2009년 대세 상승을 기록할 당시 미국 신공장 가동과 원엔환율 상승을 2~3년 후행했었다”며 “이번 사이클에도 미국 신공장 가동과 엔화 강세라는 동일한 조건이 존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조선업도 계속 돈을 벌고 있는 업종입니다. 신조선가지수는 지난주 더 올랐습니다. LNG선박과 VLCC(초대형원유운반선)는 조정을 마쳤고, 대형 컨테이너선은 5주 연속, VLGC는 4주 연속 상승하면서 지수를 견인 중입니다.  
 
CMA-CGM, MSC, 머스크(Maersk), 하팍로이드(Hapag-Lloyd), COSCO, ZIM 등 글로벌 대형 해운사들의 이중연료 컨테이너선 발주 계획이 이어지고 있어 국내 조선 3사의 수주도 계속될 전망입니다. 중국 조선업체들이 VLCC 수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등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발을 넓히고 있는 점은 경계해야겠지만, 지금은 모두 수주가 넘치는 상황이어서 실적에 부정적인 변수를 찾기 어렵습니다. 
 
상반기를 이끈 반도체 역시 후보군입니다. 경기침체 우려와 함께 인공지능(AI) 회의론이 불거져 투자자들의 걱정을 사고 있으나 올해와 내년 설비투자(CAPEX) 전망치는 상향되고 있습니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 “AI 투자 전망치는 거시경제와 상대적으로 독립적일 수 있으며, 북미 CSP(클라우드서비스업체) 4사의 AI 비즈니스 선점 의지가 더 강하다고 판단한다”며 “현재 주가는 위험보다 기회가 큰 구간”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글로벌 시장이 성수기에 진입한 MLCC 관련주도 좋습니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 등 국내 업체들은 엔달러환율이 저점을 벗어나면서 반사이익이 기대됩니다. 박준서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AI향 일부 고부가제품의 판가 상승으로 가격을 추가로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리츠(REITs)도 금리 하락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는 종목이어서 괜찮습니다. 조달 금리가 하락하면 이자 부담이 감소해 배당 여력 또는 투자 여력이 커집니다. 리츠의 경우 수혜가 빠르고 뚜렷하게 나타나진 않겠지만 서서히 좋아지는 것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개별종목 중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돋보입니다. 2분기 매출이 3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71% 급증하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습니다. 상반기 영업이익 6558억원은 사상 최대 규모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공장 가동률이 100%에 근접하고 있으며 내년에 가동 예정인 5공장의 선주문도 따낼 전망입니다. 5공장까지 완공되면 총 78만4000리터 생산 캐파를 보유하게 됩니다. 최근엔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서 6공장 경관심의가 통과됐다는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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