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관계가 이상기류라고?
국정원 "동향 주시"속 "얼굴 붉힐 수는 있어도 등은 못 돌려"분석 지배적
입력 : 2024-08-06 16:01:09 수정 : 2024-08-06 16:55:43
자오러지(오른쪽)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이 평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내 언론을 중심으로 최근 북한과 중국 관계에 균열과 이상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는 진단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8년 중국 다롄에서 같이 산책한 것을 기념한 '발자국 동판'이 사라졌다는 지난 6월 보도를 시작으로, 북한이 중국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비자 연장을 요청했으나 중국이 이를 거부하고 출국하도록 했다는 기사와 김 위원장이 지난달 주중 북한 외교관들에게 "중국 눈치를 보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기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 4월 북·중 수교 75주년 '친선의 해' 선포 행사에 중국 공산당 서열 3위인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 상무위원장이 방북한 뒤 현재까지 눈에 띄는 양국 간 교류·협력이 이어지지 않고 있고, 오히려 5월 한·중·일 정상회의에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비판 담화를 내는 상황이 그 배경이 됐습니다. 북한이 중국이 참여한 회의를 비판한 것은 이례적입니다.
 
그 밑바탕에는 최근 북한과 러시아의 급격한 밀착 상황을 중국이 견제하고 있다는 시각이 깔려있는데요. 미국과의 전략경쟁을 위한 경제 발전이 최우선 과제인 중국은 북·러가 밀착하면서 한·미·일 대 북·중러 신냉전 구도가 형성되고, 자신의 대북 영향력이 약화하면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을 바라지 않는다는 겁니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 "중·러 대북 영향력 놓고 경쟁"
 
지난달 30일 (현지시간)에는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이 "중·러는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놓고 경쟁하고 있고, 중국은 러시아가 북한에 취한 몇 가지 조치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고 언급하고, 국가정보원도 최근 북·중 관계와 관련해 31일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윤석열정부가 대중국 외교를 강화, 중국과 북·러 간 틈을 벌리면서 전략적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조언도 적극 제기되고 있습니다.
 
북한과 중국 관계는 1949년 10월 수교 이래 많은 부침을 겪어왔습니다. 중국 국·공 내전 시기 북한의 지원, 한국전쟁 때 중국의 참전으로 혈맹이 된 양국은 1956년 북한의 '8월 종파' 사건 처리로 갈등하고, 중국 문화대혁명기에는 한국전에 참전했다가 폭사해 북한 땅에 묻은 마오쩌둥 주석의 아들 마오안잉의 묘비까지 파손(이후 복구)하는 암흑기를 겪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전통적으로 양국은 '순망치한'(脣亡齒寒,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 관계를 유지해왔는데요. 특히 중국은 냉전 해체 이후 북한이 극심한 경제난을 겪는 상황에서 최대 배후국 역할을 해왔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금수산영빈관 정원구역에서 시간을 함께 보내며 친교를 다졌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6월 20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러시아가 북한 경제에서 중국을 대체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북·중 간 이상기류에 대해서도,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은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지난달 30일 "중국은 북한을 향해 '얼굴을 붉힐 수는 있어도 아예 등을 돌릴 수는 없다'는 특수관계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으며, 언제나 북한을 끌어안고 갈 수밖에 없는 근본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전제 아래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를 위해 중·러·북 3각 협력 구도를 주도하고, 러시아와의 밀착을 강화하며, 러북 관계 밀착에 대한 중국의 대북영향력 상실 우려감을 전략적으로 최대한 활용해 나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획득을 위한 대중국 접근 전략 및 시사점' 보고서)
 
이명박정부 시절 청와대 위기정보상황팀장을 역임한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지난달 31일 "이번 (6월 북·러)조약이 북한의 급격한 러시아 경사와 북·중 관계 이상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북·러 밀착관계와 『북·러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 함축성' 논문)
 
"최근 일부 매체에서…북·중관계에 ‘이상징후’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정확히 이야기해 북·중 관계는 북·러관계 만큼의 급속한 재밀착이 보이지 않을 뿐,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를 포기하고 러시아와의 밀착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며 "특히 북·중 경제 관계를 고려할 때, 북한이 일방적으로 북·중 관계 냉각을 시도한다는 분석은 타당성이 떨어지고, 경제적으로 러시아가 북한 경제에서 중국을 대체할 수는 없는 것도 현실"이라는 겁니다. 그는 특히 "푸틴이 3월 대통령 선거 이후 최초로 방문한 곳이 중국(5월)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과 러시아는 북·러관계에 있어서도 조율을 이루었을 가능성이 크며, 이는 북·중·러 연대를 북한이 견인한다는 김정은의 구상과는 동떨어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의 6월 방북은 앞서 5월 푸틴 대통령의 방중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논의한 결과물일 거라는 분석입니다.
 
지난해 북한 무역 중 중국 비중 98.3%…2022년보다 더 커져
 
이런 가운데 북한의 대중 교역 의존도는 더욱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지난달 21일 발표한 '2023년 북한 대외무역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북·중 교역액은 27억2110만 달러(약 3조7800억원)로 북한 전체 교역 규모(27억6912만달러)의 98.3%를 차지해, 전년도 96.7%보다 1.6%포인트 더 늘어난 겁니다.
  
황방열 통일·외교 선임기자 hb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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