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끝없는 경기부진…수출 회복세마저 찬물
KDI, 9개월째 '내수 부진' 진단 유지
미국발 'R의 공포'에 수출 불확실성도↑
입력 : 2024-08-07 16:41:38 수정 : 2024-08-07 18:17:54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국내 내수가 부진하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진단이 9개월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내 내수 회복세가 가시화되지 못하면서 경기 개선을 제약하고 있다는 판단인데요. 한국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높은 증가세의 수출마저 미국발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 중동 지정학적 불안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우려가 깊어지고 있습니다. 내수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대외 악재로 수출마저 살얼음판을 걷는 상황은 한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는데요. 전문가들은 실질 구매력 확충 등 정책 노력을 통해 민간소비가 하반기 경기 안전판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반도체로 버티는 경제… '투자·소비·건설' 내리막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일 '경제동향 8월호'를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높은 수출 증가세가 지속됐으나, 내수는 미약한 수준에 그치며 경기 개선을 제약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습니다. KDI의 내수 둔화·부진 진단은 지난해 12월부터 9개월째 유지되고 있는데요. 지난 5월부터 "내수 회복 조짐"이라고 진단하고 있는 정부 판단과는 엇갈립니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최근 경제동향 7월호'에서 "내수 회복 조짐이 가세하며 경기 회복 흐름이 점차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하며 3개월째 '내수 회복' 진단을 유지했습니다.
 
KDI는 반도체를 제외한 부문의 생산이 다소 정체됐고, 소매판매액과 투자가 감소하는 등 내수가 부진한 모습이라고 진단했는데요. 특히 상품 소비가 부진한 가운데, 최근 서비스 소비도 점차 둔화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실제 6월 소매판매(-3.6%)는 승용차(-21.4%)가 기저효과로 대폭 감소한 가운데, 의복(-4.6%)과 음식료품(-2.8%) 등을 중심으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감소세를 이어갔습니다. 서비스 소비는 숙박·음식점업을 중심으로 둔화 흐름을 나타냈는데요. 서비스업 생산은 도소매업(-3.7%), 숙박·음식점업(-1.2%) 등의 부진으로 1년 전보다 0.5%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건설투자 역시 건축 부문을 중심으로 감소 폭이 확대되는 등 부진한 흐름이 지속됐습니다. 6월 건설기성(불변)은 건축 부문(-9.7%)을 중심으로 4.6% 줄어 감소 폭이 전월(-3.0%)보다 확대됐는데요. 선행지표의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건설투자의 부진이 지속될 가능성도 엿보였습니다. 
 
국내 내수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7일 서울 강동구 GS더프레시 명일점에서 한 시민이 할인 행사가 진행 중인 상추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국발 'R의 공포'에 수출도 살얼음판
 
문제는 내수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견조한 수출마저도 대외 악재로 인해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KDI 역시 "최근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험 고조,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다소 확대됐다"고 진단했는데요.
 
현재 국내 수출은 반도체 호조세를 중심으로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한국 경제 성장세를 이끌고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7월 수출액은 574억9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3.9% 증가하면서 10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가 9개월 연속 증가하며 수출 증가세를 이끌고 있는 가운데, 7월 반도체 수출액은 112억달러로 1년 전보다 50.4%나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미국발 경기침체 우려로 향후 수출의 불확실성도 커지는 모습인데요. 미국 경기가 냉각되면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클 수 밖에 없다는 판단입니다. KDI도 "미국 경제는 내수 중심의 강한 성장세를 유지했지만 경기에 대한 부정적 신호가 일부 나타나며 성장세가 약화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때문에 내수 진작을 통해 소비 부진 장기화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한데요. 시장에서는 고금리 기조 장기화에 따라 소비·투자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엔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로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9월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을 단행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한국 역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일각에선 오는 8월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를 개시해 연내 2회에 걸쳐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옵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는 "국내 민간소비 부진 현상이 지속되면서 향후 경기회복 걸림돌로 작용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거시경제 안정화 수단인 통화와 재정정책의 효율성 제고를 통해 민생경제의 활력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각종 가격지표의 안정화 등을 통한 실질 구매력 확충은 물론, 소득과 부채의 불균형 현생을 개선할 수 있는 정책 노력을 병행해 민간소비가 하반기 경기 안전판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7월 수출이 10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간 가운데, 부산 남구 신선대(아래) 및 감만(위) 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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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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