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대장동 50억 클럽' 줄소환…'로비 의혹 수사' 속도
지난 주말 곽상도·권순일 자정 넘겨 고강도 조사
검찰, 물증 보다 언론제기 의혹 중심 질의
전관들, 혐의 전면 부인…한, 두차례 추가 소환 가능성
입력 : 2021-11-29 06:00:00 수정 : 2021-11-29 06:00:00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로비 혐의를 정조준하고 고위 전관 출신 인사들을 줄소환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전담 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 검사)은 전날 소환한 권순일 전 대법관과 곽상도 전 의원을 자정을 넘긴 이날 새벽까지 조사한 뒤 돌려 보냈다.
 
수사팀은 권 전 대법관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변호사 등록을 하지 않고 김씨가 대주주로 있는 화천대유 대주주 고문을 맡은 경위를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월 고문료 1500만원 외에 정치권에서 제기된 '50억 클럽'의 실체에 대해서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장동 50억클럽' 의혹 등으로 28일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곽상도 전 의원(왼쪽), 권순일 전 대법관. 사진/뉴시스
 
권 전 대법관은 김씨와 친분이 있는 인물로, 지난해 7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무죄를 주장했다. 그해 9월 대법관직에서 퇴임한 뒤 변호사 등록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화천대유 고문을 맡아 논란이 일었다. 
 
여기에 김씨가 전관 로비대상으로 대가를 약속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일명 '50억클럽' 일원으로도 지목됐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지난 10월 경기도 국감에서 대장동 세력으로부터 금품을 받거나 받기로 한 로비 대상자들 실명을 공개하며 권 전 대법관을 언급했다.
 
권 전 대법관은 제기된 의혹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후보에 대한 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서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합의 시스템상 개입이 불가능하다는 취지로 강경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같은 날 곽 전 의원에 대한 조사에서 하나은행컨소시엄과 화천대유 간 협업에 개입했는지를 강도 높게 조사했다. 곽 전 의원은 대장동 개발사업 민간사업자 공모시 화천대유가 하나은행컨소시엄 자산관리회사로 사업에 참여하게 된 과정에 깊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화천대유가 곽 전 의원 아들에게 지급한 퇴직금 50억원이 그 대가가 아닌지를 의심하고 있다. 곽 전 의원 역시 대장동 세력의 로비대상인 '50억클럽' 중 한 사람으로 지목됐다. 
 
앞서 검찰은 곽 전 의원 소환 전 아들을 두차례 불러 조사했고, 지난 17일에는 곽 전 의원 자택과 사무실, 하나은행 본점 등을 압수수색했다. 곽 전 의원 그러나 아들이 지급받은 퇴직금은 정당한 것이며, '50억클럽'에 대해서는 실체를 알지 못한다는 취지로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 26일 박영수 전 특별검사도 불러 조사했다. 박 전 특검 역시 특검 임명 전 변호사 시절 화천대유 고문을 맡았으며, '50억클럽' 중 한명으로 거론됐다. 화천대유 직원이었던 딸이 대장동 아파트를 시세보다 싼 값에 분양받았다는 의혹또 제기됐다. 또 김씨가 대장동 개발 분양대행을 맡았던 박 전 특검의 인척 이모씨에게 줄 돈의 원금보다 5배가 많은 100억원을 건넨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최근에는 2011년 부산저축은행의 1100억대 불법 대출자금이 대장동 개발 사업 초기자금으로 흘러들어가는 과정에 개입한 브로커 조모씨를 변호한 것을 두고 또 다른 의혹에 휩싸였다.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2과장으로 수사에 관여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연관성이 있었다는 것 아니냐는 것이 여권을 중심으로 나온 의혹이다.
 
박 전 특검은 그러나 이번 사건과 본인의 연관성을 전부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본인과 서로 아는 김씨나 이씨 등이 본인 모르게 일을 진행하면서 이해관계에 따라 본인과의 연관성을 언급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장동 의혹'에 대한 대가성도 성립될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 찰은 박 전 특검을 조사하던 날 역시 '50억클럽' 일원으로 의혹을 받고 있는 언론사 회장 홍모씨를 소환 조사했다. 홍씨 또한 김씨와의 수십억대 금전거래 의혹이 불거졌지만 차용증을 근거로 주고받은 정당한 계약관계이며, '대장동 의혹'과는 무관하다는 논리로 의혹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전관들에 대한 소환 조사는 한, 두차례 더 진행될 전망이다. 이번 수사 상황을 잘 알고 있는 법조인 중 한명은 "조사 내용이 언론에 의해 제기된 의혹 전반을 묻는 것으로, 자금흐름 등에 대한 구체적인 질의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압수수색에 이은 해당자 소환 수순을 보면, 곽 전 의원에 대한 수사가 상대적으로 빨리 진행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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