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구경이’ 김혜준, 안쓰럽지만 안쓰러우면 안 되는 인물 K
“김혜준 아니면 케이 상상할 수 없다고 기억 됐으면”
입력 : 2021-12-19 00:00:02 수정 : 2021-12-19 00:00:02
[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과거에는 배우들이 악역을 맡기를 꺼려했다. 이미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는 옛말이 됐다. 지금은 오히려 빌런이 시청자들에게 더 사랑을 받기도 한다. 아예 주인공이 악당인지 선한 인물인지 모호한 캐릭터가 등장하기도 했다. 배우 김혜준이 JTBC ‘구경이에서 연기한 K라는 인물 역시 시청자들에게 사랑 받은 매력적인 빌런이다.
 
구경이는 게임도 수사도 렉 걸리면 못 참는 방구석 의심러 구경이(이영애 분)의 하드보일드 코믹 추적극이다. 김혜준은 극 중 자신만의 원칙으로 사람을 죽이는 케이 역할을 맡았다. ‘구경이는 이영애의 복귀작이라는 점에서 제작 당시부터 주목을 받았던 작품이다.
 
김혜준은 이영애의 복귀작이라는 부담이 있을 법도 한데 오히려 이영애 때문에 고민할 것 없이 작품을 선택했단다. 김혜준은 미팅 제안이 오고 대본을 받았다. 원래 대본을 진득하게 보지 못한다. 한 자리에서 몇 부를 보고 쉬고 다시 보고 그런 편인데 구경이는 앉은 자리에서 5부까지 다 봤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 재미있어서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지만 케이라는 인물이 연기하기에 난이도가 높아서 고민을 하다가 살면서 언제 이영애 선배와 연기를 하겠냐는 생각을 하니까 고민할 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케이는 구경이, 용국장(김해숙 분)과 기 싸움을 펼치는 등 대립각을 세우는 인물이다. 그렇다 보니 김혜준은 김햬숙, 이영애 등 대선배들과 연기적으로 밀리지 않고 호흡을 맞춰야 했다. 김혜준은 다행히 복이 많게도 선배들이 잘 이끌어 주셨다. 캐릭터가 서로 대적을 하니까 기에 눌릴 수도 있는데 선배들이 먼저 마음을 열어 주고 다가와주고 편안하게 연기만 하도록 도와주셨다고 했다.
 
김혜준은 이영애 선배님이 늘 칭찬해주셨다. ‘잘 한다’ ‘귀엽다현장에서 칭찬이 마를 날이 없었다. 감독님이 늘 케이 같다고 하면서 용기를 내고 자신감을 갖도록 해주셨다고 말했다. 특히 김혜준은 건욱 역할을 맡아 자신과 가장 많이 호흡을 맞춘 이홍내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이홍내 배우는 현장에서 엄지척맨이었다. 괜찮냐고 물어봐도 불편한 거 없다’ ‘최고야 최고라고 엄지를 들어올려줬다고 말했다.
 
이어 홍내 배우가 건욱이 케이 조력자라서 케이가 빛날 때 본인 캐릭터가 빛이 난다고 대본 분석을 했다. 배우가 자신의 연기가 빛날 수 있기를 원하기 마련인데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빛나야 한다는 캐치하는 걸 보면 대단하다. 이런 연기 호흡을 해보니 배우의 호흡이 얼마나 중요한 지 깨달았다고 밝혔다.
 
JTBC '구경이' 김혜준 인터뷰. 사진/앤드마크
 
구경이는 독특한 연출로 주목을 받았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장면, 구경이의 추리 장면을 연극 무대로 표현한 연출 등 독특한 연출, 음악 등이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김혜준은 대사에 연극적인 느낌, 만화 같은 설정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촬영 중간에 고민도 많았다고 했다.
 
이어 내가 너무 과장을 한 것 아닌지 고민이 됐다. 시청자들이 받아들일지도 고민이 됐는데 감독님이 걱정하지 말라고 하면서 계획 했던 게 맞고 지금처럼 하면 된다고 확신을 줬다고 했다. 촬영 내내 고민에 빠졌던 김혜준은 방송을 본 뒤 감독이 생각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됐다. 김혜준은 되게 참신하고 재미있게 봤다. 이상한데 묘하게 끌렸다보면서 감독님이 다 계획이 있었구나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자신이 연기한 케이에 대해 김혜준은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서 사회성이 없다. 만들어진 사회성. 그렇게 보이려고 했다고 말했다. 또한 작위적이고 삐걱되는 느낌. 연극을 통해서 녹아 들려는 모습에서 뭔가 오버하고 서툰 그런 느낌을 표현하려고 했다어디로 튈지 모르고 예측할 수 없는 게 케이다고 자신이 연기한 케이에 대해 정의했다.
 
감독 역시 케이를 두고 아이처럼 해맑게 웃으라고 주문을 했다. 김혜준은 순수함을 끌어 모아야 했다. 원초적이게 웃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케이를 연기한 김혜준은 케이가 바라는 목표가 없었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세상이 깨끗해 졌으면 하는 사명보다는 놀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케이는 목적보다는 즐거운 것, 그리고 내가 애착을 가진 사람이 원하는 걸 들어주는 것이 살인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처음 살인을 시작할 때부터 케이는 마치 사탕을 바라는 아이처럼 목적보다는 놀이에 가까운 살인을 저지르는 인물이다고 했다.
 
이런 사이코패스 케이를 연기하다 보니 촬영 현장에서 웃지 못할 일도 생겼단다. 김혜준은 케이를 연기하다 보니까 대사를 자주 틀리더라. 어떤 장면에서 케이가 움직이면 다친다라고 이야기해야 하는데 움직이면 죽인다고 해서 NG가 났다. 감독님이 농담으로 죽이면 안 된다고 했다이런 식으로 나도 모르게 죽인다는 말을 자주 해서 NG가 자주 났다고 웃지 못할 비하인드를 전하기도 했다.
 
JTBC '구경이' 김혜준 인터뷰. 사진/앤드마크
 
김혜준은 케이를 연기하면서도 너무 못 됐다고 생각하기도 했단다. 그는 화장실에서 건욱의 소중한 것을 건들이는 장면이 있다. 구경이를 건드리는 게 아니라 그의 소중한 팀원들을 괴롭힌다. 이런 모습을 보는데 참 못 됐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케이는 어린 시절 산 속에서 조난을 당하게 된다. 그리고 모두가 포기한 순간 극적으로 상처 하나 없이 무사 귀환을 한다. 그러나 케이는 당시의 일을 전혀 기억을 하지 못한다. 그리고 당시 숲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드라마에서 밝혀지지 않았다.
 
김혜준은 대본을 받고 고민을 했다. 산에서 어떤 일을 겪고 어떤 트라우마가 생겼는지 생각을 했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그게 작품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아닌가 싶었다어째든 사이코패스다. 어떤 계기나 사고라는 서사를 부여하면 연민의 대상, 케이의 행동이 정당해 보일 수 있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또한 캐릭터가 안쓰럽고 사람들에게 본능적인 분노를 긁어줘 응원을 받을 수 있다고 감독님이 그러셨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쁜 사람이라고 보여줄 거라고 하셨다찍으면서도 느낀 건 드라마가 말하는 바가 바로 악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갈 가치가 있는지를 개인이 판단할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고 밝혔다.
 
김혜준은 케이의 마지막 모습에 대해 안쓰러운 표정 연민을 느낄 거 같으면서도 옆에서 진짜 죽일 놈이다는 말을 듣고 눈이 돌아가는 걸 보면 사람이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혜준은 구경이에 대해 진짜 또 보고 싶은 드라마로 시청자들에게 남았으면 좋겠다. 나에게 케이는 그래도 내가 연기를 했으니까 마음이 가는 친구다. 안쓰러운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으로 김혜준은 시청자들에게 연기적으로 호평을 받으면서 다음 작품이 궁금한 배우라는 극찬을 받았다. 이에 그는 다음에 또 보고 싶은 배우, 차기작이 궁금한 배우. 김혜준이 아니면 케이를 상상할 수 없다고 기억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JTBC '구경이' 김혜준 인터뷰. 사진/앤드마크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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