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송' 홍준표, 쉴드인가 디스인가
홍준표 시장의 묘한 화법…"여권 핵심 지지 기반 다지기"
친윤 저격수 홍준표 시장, 윤 대통령과 한동훈 협공 시작
입력 : 2024-05-17 17:43:14 수정 : 2024-05-17 17:43:14
홍준표 대구시장이 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참배를 마친 뒤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최수빈 기자] 홍준표 대구시장이 연일 중앙 정치를 향해 거침없이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을 비호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정치권에서는 보수층의 민심을 파고들면서 대권가도를 탄탄히 다지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다만 여권 내에서 겉으로는 윤 대통령을 두둔하는 척하면서 희화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홍준표 “윤 대통령 상남자” 발언여권 내에서도 비판
 
홍 시장은 최근 윤 대통령을 ‘상남자’라고 표현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습니다. 홍 시장은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신이라면 범법 여부가 수사 중이고 불명한데 자기 여자를 제 자리 유지하겠다고 하이에나 떼들에게 내던져 주겠나”라며 “자기 여자 보호하는 건 방탄이 아니라 최소한 상남자의 도리”라고 전했습니다. 
 
이에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서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다음 날인 15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홍 시장의 언어도단은 대통령이 자기 여자를 보호하기 위해 수사와 인사까지 개입하고 있다는 국민적 의혹을 확인시켜 분노를 키울 뿐”이라고 날을 세웠습니다. 
 
여권 내에서도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졌는데요.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민들을 위한 의무가 있는 공직자에게 그런 말을 하는 건 굉장히 부적절하다”라며 “만약 그렇게 생각한다면 본인이 공직을 그만둬야 한다”고 했습니다. 
 
다만 홍 시장은 윤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전제로 글을 쓴 바 있습니다. 홍 시장은 지난 대선 경선에서 윤 대통령에 밀려 2위로 낙선했는데요. 홍 시장은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은 부득이하게 받아들여 모시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여권 일각에서는 홍 시장이 윤 대통령을 두둔하는 것이 아니라 비판에 방점을 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김병민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15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윤 대통령과 법무부의 기본 입장을 보면 아내 관련 내용을 덮기 위해 인사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라며 “그런데 그걸 완전히 기정사실화 시켜버리면서 대통령을 희화화시키는 선봉장 역할을 홍준표 시장이 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정치권에서 홍 시장의 발언을 두고 파장이 확산했는데요. 이에 홍 시장은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을 통해 “누구를 쉴드(방어)치는 메시지가 아니라 상식적인 접근”이라며 “사람을 미워하기 시작하면 한이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홍 시장의 묘한 화법에 대해 여권의 핵심 지지 기반으로 정치를 이어가려는 행보로 해석했습니다. 박창환 정치평론가는 본지와 통화에서 “대구, 보수의 민심을 안고 대선 경선을 이기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라며 “대통령과 차별화를 꾀한 다음 차기 대선을 노리는 것이 여권 대선 주자들의 전통적인 방식이지만 홍 시장의 경우 대통령을 옹호함으로써 다른 주자들과 차별화를 분명히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대권 가도에 방해되지 않도록 옹호 발언을 이어간다는 주장도 나왔는데요.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 대통령은 후보를 만들어서 차기 대선에 출마시킬 수 없지만 특정인을 방해할 수 있다”라며 “최소한 대통령이 자신의 대선 가도를 방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미”라고 말했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객대기실에서 강기정 광주시장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준표, 총선 이후 대통령 수비수 자처…'대권 잠룡' 한동훈 견제
 
앞서 홍 시장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친윤(친윤석열)계 저격수를 자처했습니다.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을 등에 업고 당선된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 사퇴 다음 날 “이참에 용산, 지도부 홍위병도 정리해라”고 촉구한 바 있습니다. 
 
다만 국민의힘의 4·10 총선 참패 이후 홍 시장은 윤 대통령을 옹호했는데요. 홍 시장과 함께 대권 잠룡으로 평가되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원톱 체제로 총선 과정을 진두지휘했습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과 홍 시장이 한 전 위원장을 향해 협공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실제로 이들은 지난달 18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실 관저에서 만찬을 함께했는데요. 당시 당 안팎에서는 인적 쇄신에 대한 요구가 분출했습니다. 이에 홍 시장은 후임 총리에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비서실장에 장제원 의원을 추천했습니다. 
 
최수빈 기자 choi3201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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