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30)이재명·윤석열 '대혼전'…전망도 예측불가
TV토론 이후 6곳 중 5곳 오차범위 내 접전…이재명 1곳·윤석열 5곳 '1위'
역대 6번 중 5번 한달전 여론조사 1위 후보가 '당선'…이번엔 '오리무중'
야권단일화 없이 4자구도 가능성…"누구도 안심할 수 없는 승부"
입력 : 2022-02-06 18:00:02 수정 : 2022-02-06 23:55:26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대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론조사가 가리키는 판세는 그야말로 '대혼전'이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며 박빙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역대 대선 승패가 한 달 전 여론조사 결과와 일치했다는 점(2002년 노무현 후보만 예외였다)에서 이 같은 혼전의 여론조사만으로는 결과를 쉽사리 예측하기 힘들어졌다. 
 
6일 발표된 6곳의 여론조사 결과 이재명 후보가 1곳에서, 윤석열 후보가 5곳에서 1위로 나타났다. 또 6곳 중 5곳에서 이 후보와 윤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내 접전인 것으로 나타났다. 두 후보 간 최대 10.3%포인트까지 격차를 보인 가운데 최소 격차는 불과 1.3%포인트였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3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 후보 토론'에 앞서 기념촬영을 한 후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후보가 1위로 앞선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두 후보 간 격차가 최대 10.3%포인트, 최소 1.5%포인트였다. 피플네트웍스리서치(PNR)가 뉴데일리 의뢰로 지난 4~5일 전국 성인 200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이 후보와 윤 후보의 격차가 10.3%포인트로, 오차범위 밖이었다. 이재명 37.7% 대 윤석열 48.0%였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7.7%,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3.0%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서던포스트가 CBS 의뢰로 전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이재명 31.7% 대 윤석열 36.8%로 격차는 5.1%포인트로 오차범위 내였다. 안 후보는 6.9%, 심 후보는 2.7%로 조사됐다.
 
케이스탯리서치가 한겨레 의뢰로 3~4일 전국 성인 10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이재명 32.6% 대 윤석열 38.8%로 나타났다. 두 후보 간 지지율 격차는 6.2%포인트로, 역시 오차범위 안이다. 안 후보는 10.8%, 심 후보는 2.9%의 지지을 얻었다. 같은 기간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국민일보 의뢰로 전국 성인 1006명을 상대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재명 35.1% 대 윤석열 37.2%로, 두 후보 간 격차는 2.1%포인트였다. 안 후보는 8.4%, 심 후보는 2.2%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3~4일 뉴시스 의뢰로 전국 성인 1076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이재명 41.8% 대 윤석열 43.3%로 집계됐다. 두 후보 간 지지율 격차는 1.5%포인트였다. 안 후보는 7.5%, 심 후보는 2.6%였다.
 
이재명 후보가 1위를 기록한 여론조사에서도 1, 2위 후보 간 격차는 불과 1.3%포인트였다. 엠브레인퍼블릭이 중앙일보 의뢰로 4~5일 전국 성인 100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이재명 38.1% 대 윤석열 36.8%로, 이 후보가 1.3%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안 후보는 11.7%, 심 후보는 4.2%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설 연휴 기간 불거진 이 후보의 부인 김혜경씨의 갑질 논란이 악재로 작용하면서 이 후보의 지지율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여전히 혼전 양상을 보였다. CBS·서던포스트, 뉴데일리·PNR 조사에서 이 후보의 지지율은 각각 1.3%포인트, 2.0%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쳤다. 대선후보 4자 간 첫 TV토론이 실시된 이후 여론조사에서도, 설 연휴 양강 후보의 박빙 구도가 그대로 이어지는 모습이었다.
 
한국갤럽의 역대 대선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1992년 대선부터 2017년 대선까지 선거를 한 달 여 앞두고 선두를 달린 후보가 최종 당선에 실패한 경우는 2002년 대선이 유일했다. 1992년 대선에서는 김영삼, 1997년에는 김대중, 2002년에는 이회창, 2007년에는 이명박, 2012년에는 박근혜, 2017년에는 문재인 후보가 각각 대선 한 달 전 조사에서 1위에 이름을 올렸고 그해 당선됐다. 유일하게 2위 후보가 대권을 거머쥔 2002년 대선에서는 단일화가 결정적인 변수가 됐다. 그만큼 대선 한 달 전에는 어느 정도 여론이 고착화됐다. 다만 이번 선거에서는 양강 후보가 오차범위 내 초박빙을 이루고 있어 특정 후보의 우세를 논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12월21일 서울시내 한 식당에 코로나19로 인한 폐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이 후보와 윤 후보의 접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민심의 화두가 대선 판세를 결정지을 가능성이 높다. 앞선 대선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치러지며 당시 제1야당 후보였던 현 문재인 대통령이 유리한 구도에서 출발했다. 
 
이번 대선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피해가 큰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민심이 대선 판세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22일 KB경영연구소가 발간한 'KB자영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자영업자는 총 657만명으로, 국내 경제활동인구의 약 4분의1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의 가족까지 감안하면 최소 1000만명 이상의 표심이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20대 표심도 대선 판세를 좌우할 캐스팅보트로 꼽힌다. 현재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20대는 윤 후보 쪽으로 조금씩 기운 모양새지만 지지 후보가 아직 없다거나, 지지 후보를 바꿀 수 있다는 응답이 가장 많다. 그만큼 특정 현안에 표심이 크게 요동칠 수 있다.
 
이와 함께 서울 등 수도권 표심의 향배에 따라 대선 판도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울은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지역이다. 이는 이재명 후보에게 불리한 지형으로 작용 중이다. 역대 대선에서 서울에서 이기지 않고 당선된 민주당 후보는 없었다. 2012년 대선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이기고도 졌다. 이러한 점에서 이 후보가 서울에서 지지율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느냐 여부가 주목할 만한 관전 포인트도 꼽힌다.
 
대선 판을 크게 흔들 수 있는 초대형 변수는 2002년 대선에서 보듯이 후보 단일화다. 1997년 대선에서는 김대중·김종필 후보의 'DJP연대'가 성사되면서 김대중 후보가 당선됐고, 2002년에는 노무현·정몽준 후보의 단일화로 노무현 후보가 승리를 거뒀다. 2012년에는 안철수 후보의 사퇴로 사실상 문재인 후보로 단일화 됐지만 양측의 화학적 결합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절반의 단일화'에 그치면서 박근혜 후보가 당선됐다. 2007년 대선에선 이명박 후보의 대세론으로 단일화 이슈가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단일화의 파급력이 여전하다는 점에서 이번 대선에서도 윤석열·안철수 후보 간 막판 단일화 여부가 주목을 받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두 후보가 단일화를 이뤄낼 경우, 모두 이재명 후보에게 오차범위 안팎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야권 단일화는 진전 없이 공전하고 있다. 특히 안 후보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감정의 골이 깊다는 점에서 양측은 단일화 없이 사실상 4자 구도로 이번 대선을 치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3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 후보 토론'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문가들은 최종적으로 4자 구도로 치러질 경우, 초박빙 싸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1, 2위 후보 간의 격차가 양자 구도 대결 때보다 훨씬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윤석열·안철수 후보의 단일화가 야당으로서는 좀 안전한 길이 될 텐데 단일화 없이 3월9일까지 가는 것은 야권으로서는 상당한 리스크"라며 "민주당 지지층도 더 결집할 테니 4자 구도로 가면 누구도 안심할 수 없는 승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4자 구도가 이재명 후보에게 전반적으로 유리하다고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안철수 후보가 반문, 정권교체 표를 나눠 먹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렇지가 않다"며 "정서상으로는 반문 표가 맞지만 안 후보의 고정표는 여권의 표를 나눠 먹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안철수 표가 호남에서 일부 나오고, 수도권 중에서도 서울에 안철수 표가 일부 있다"며 "이는 이재명 표와 일부 겹치고, 윤석열 표만도 아니다. 그래서 4자 구도가 자동으로 이재명 후보에게 유리하다는 것은 넌센스"라고 말했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도 "안철수 후보 지지 쪽에 있는 10%나 그 내외 사람들의 구성 분포가 꼭 정권교체를 원하는 국민의힘 쪽 사람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후보에 대한 불만이나 혐오 감정이 있는 사람들도 있다"며 "안 후보 본인의 정치적 기반이 형성되고 있다는 느낌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4자 구도로 가서 누가 이긴다고 판단하기에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윤 후보와 안 후보 측도 4자 구도를 염두에 두고 대선 준비에 나서고 있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상황실장인 윤재옥 의원은 "어떤 구도에서도 승리할 수 있는, 1등 후보로서의 안정적인 기반 확보가 우리 전략의 핵심"이라며 "정권교체 민심을 한 곳으로 집결시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당 총괄선대본부장인 이태규 의원은 "상식적으로 이러한 비호감 선거는 안 된다고 생각한 유권자들이 있는데 이 분들은 결국 안 후보의 지지 기반이라고 보고 이 분들이 좀 더 결집하고 적극적으로 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화선을 찾는 게 선거 전략의 핵심 과제"라며 "또 '안철수가 사람은 제일 나은데 안철수를 밀어주면 될까'하는 사표 방지 심리를 어떻게 깰 것인가 하는 부분도 과제"라고 말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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