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글로벌 'K-플랫폼' 탄생을 기대하며
입력 : 2022-03-18 06:00:16 수정 : 2022-03-18 06:00:16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최근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표했다.  등기이사직도 내려놓고 카카오의 글로벌 확장에 보다 힘쓰겠다고 공언했다. 이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창업주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이사회 의장을 사임하고 해외 사업에 집중하겠다고 했던 것과 꼭 닮은 행보다. 
 
김 의장은 이사회를 떠난다는 사실을 알리며 "미래 10년 카카오의 핵심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비욘드 코리아와 비욘드 모바일"이라며 "비욘드 코리아는 해외시장이라는 새로운 땅을 개척해야 한다는 카카오의 미션이자 대한민국 사회의 강한 요구"라는 말을 남겼다. 비욘드 코리아를 위한 카카오공동체의 글로벌 확장으로 업무의 중심을 이동하기로 했다는 향후 계획도 알렸다. 국민 메신저 반열에 오른 '카카오톡'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지 12년만이다. 
 
김 의장의 선언이 있었던 날 네이버는 최연소 수장을 맞았다. 지난 5년여간 네이버를 포털을 넘어 커머스, 콘텐츠를 아우르는 종합 플랫폼으로 키워낸 한성숙 전 대표는 유럽 사업 개발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스페인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에도 네이버의 DNA를 심을 계획이다. 
 
그간 유수의 국내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활약하는 모습은 익히 봐왔지만 네이버, 카카오 같은 플랫폼 기업의 해외 진출 성과는 미미했다. 하지만 이들은 국내 인터넷 시장을 글로벌 빅테크 기업으로부터 지켜냈다는 나름의 '업적'이 있다. 1990년대 말 인터넷이 본격 태동한 이후 전세계적으로 토종 플랫폼 기업이 시장 지배적 지위를 확보한 곳은 한국과 중국 정도다. 중국은 자국 기업 밀어주기를 위한 정부의 전폭적 지지가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플랫폼 기업들의 성과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렇게 국내에서 힘을 키운 기업들이 하나, 둘씩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뿐 아니라 쏘카, 배달의민족, 당근마켓 등 분야별 대표 플랫폼들도 해외 법인들을 통해 한국을 넘어 세계로 나아갈 준비를 차근히 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도로 디지털 플랫폼 정책포럼이 발족됐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전문가는 "유럽에서는 토종 플랫폼이 힘을 가진 우리가 부럽다고 한다. 왜 우리는 이런 역량을 활용하지 못하는가"라고 일갈했다. 새롭게 태동하는 서비스들을 기존의 잣대로만 평가하고 규제의 칼을 들이댈 것이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과 겨뤄도 뒤지지 않을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줘야 한다'는 의견이다. 
 
네이버, 카카오의 창업자, 경영진이 잇따라 해외로 향하면서 올해가 K-플랫폼이 글로벌 시장에 뿌리를 내리는 원년이 될 것이란 기대를 높인다. 한국의 구글, 한국의 아마존, 한국의 우버가 아닌 네이버, 카카오, 쏘카 등 본연의 이름으로 세계인들을 만나는 서비스가 되길 바란다. 
 
김진양 중기IT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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