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정호영' 딜레마 빠진 국민의힘…'윤심'이냐 '민심'이냐
윤석열 "정호영 '부정의 팩트' 있어야 한다"며 '사수' 의지 피력
안철수·이준석·권성동, 새정부 인선부터 민주당에 밀릴 수 없다
김용태·하태경·김근식 "조국사태 떠올리게 해…거취 결단해야"
경기지사 도전한 김은혜 "국민들 인식 중요…내로남불 없어야"
입력 : 2022-04-18 16:51:45 수정 : 2022-04-18 23:00:37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국민의힘이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거취를 놓고 '윤심'을 따르느냐, '민심'을 좇느냐의 딜레마에 빠졌다. 정 후보자는 자녀를 둘러싼 이른바 '아빠 찬스' 논란에 휩싸였다. 국민의힘은 새정부 출범에 힘을 싣는 차원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40년 지지를 엄호해야 할 처지다. 동시에 정 후보자 논란이 '조국 시즌2'로까지 비화되는 현실은 극히 부담이다. 특히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공정·정의에 반하는 인선을 강행할 경우 민심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국민의힘에선 정호영 후보자 거취를 둘러싼 이견이 표면화됐다. 윤 당선인 측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의혹을 해명하겠다는 입장이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18일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정 후보자가 어제 기자회견으로 국민 앞에 모든 걸 열고 확인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며 "청문회에서 적임자인지 판단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배 대변인은 앞서 전날 브리핑에서는 "정 후보자에 대해 부정의 팩트가 확실히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윤 당선인 생각을 전했다. 조국 사태와는 사례가 다르다고도 했다. 다만 국회 인사청문회까지 여론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18일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시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건물에서 출근하던 중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안철수 인수위원장도 같은 날 기자간담회에서 "어쨌든 국민들 의혹이 없게 명확하게 진실을 가리는 일이 가장 중요하지 않겠느냐"라며 "(진실 규명이)가장 먼저이고, 진실이 밝혀진 바탕 아래 모든 판단이 이뤄져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국민적 의혹을 풀기 위해서라도 청문회에서 해명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말이다.
 
이준석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 후보자에 관해)개인적 의견은 없는 상태"라며 "인수위에서 인사 검증을 할 것으로 보고 인수위에서 해명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사실상 한 발 뺀 모습이다. 권 원내대표는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청문회라는 건 국회가 국민을 대신해 후보자들의 도덕성과 역량을 검증하라고 만들어 놓은 제도”라며 “정 후보자의 주장이 국민 정서상 수용할 수 없다(면) 이런 부분은 청문회를 통해서 국민들에게 부각을 시키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여론의 향배를 지켜보면서도, 가능한 첫 내각 인선에 낙마라는 흠집을 남기지 않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자칫 정 후보자 낙마가 현실화될 경우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론스타 연루 및 김앤장 고액 고문료 의혹), 김인철 사회부총리 후보자(한국외대 총장 재임시절 회계부정 연루 의혹),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전세 내로남불 의혹) 등 총체적 인사 실패로 규정될 수도 있다. 민주당과의 기싸움에서 밀릴 경우 다른 후보자들에 미칠 연쇄효과를 우려해 최대한 인사청문회까지 끌고 가겠다는 의지다. 
 
그럼에도 정 후보자에 대한 당내 사퇴 촉구는 끊이질 않고 있다. 김용태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에서 "현재까지 제기된 의혹과 정 후보자의 설명으로 볼 때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는 달리 위법행위는 없었던 걸로 보여진다"면서도 "국민은 새로 시작하는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에 공정과 정의를 기대하고 있는데,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정 후보자는 거취에 대해 직접 결단해달라"고 사실상 사퇴를 촉구했다. 그는 또 "품격과 도덕성이 필수인 고위공직자 후보자에게 이해충돌 논란이 벌어진 것 자체만으로 공정을 바랐던 국민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줄 수 있다"며 "조국 사태를 떠올리게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21년 10월14일 김용태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이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태경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억울하더라도 자진사퇴를 하는 게 맞다"며 "대신, 철저한 수사요청을 해서 결백을 입증해야 한다"고 명분 있는 퇴진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정 후보자 입장에선 아직 불법적이고 분명한 사례가 입증된 게 아니기 때문에 억울할 수 있다"면서도 "국민 눈높이나 정서법 등으로 보면 상당히 좀 부담이 되지 않느냐"고 했다. 특히 윤 당선인을 향해 "이 부분은 조국 사태와 견줄 수밖에 없는 것이, 조국 사태가 문재인정부 실패의 시작이었고 대선 패배의 원인이었다"면서 "윤석열정부가 출범해서부터 조국 사태와 기시감을 가질 정도의 비슷한 의혹이 제기되면 조기에 이 부분은 수습을 해 줘야 된다"고 했다. 

'윤심'을 등에 업고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예비후보로 뛰고 있는 김은혜 의원도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저는 국민들의 인식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공정·상식의 원칙이 사람에 따라 바뀌면 그건 원칙이 아니고, 잘못이 드러나면 내로남불하지 않는다는 것도 너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 눈높이에 맞춰 정 후보자가 거취를 결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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