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체리피커 양산하는 카드사 마케팅
입력 : 2022-05-30 06:00:00 수정 : 2022-05-30 06:00:00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20만원 돌려 드립니다." 
 
카드사들이 최근 수십만원의 현금성 포인트 환원을 약속하면서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신규 가입자 내지 6개월 이상 휴면 고객을 대상으로 하며, 현금을 미끼로 신용카드 판매 매출을 늘리려는 것이다.
 
현대카드는 다음달 30일까지 '더 핑크', '더 그린' 카드 결제내역이 없는 고객들이 30만원 이상 결제하면 20만원 상당의 포인트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하고 있다. 우리카드와 하나카드도 일부 카드 이용 시 최대 19만원 상당의 포인트를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하고 있다. 이밖에도 삼성·KB국민·신한·롯데·BC 등 전업 카드사들도 10만~14만원에 가까운 페이백을 약속하면서 고객을 모으고 있다.
 
비대면 카드발급이 늘면서 카드사들은 현금 마케팅을 벌이기 수월한 환경을 누리게 됐다. 카드 설계사에게 주는 비용 부담이 줄어든 만큼 대고객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나설 여력이 커진 것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카오뱅크 등으로 유입된 고객에게 페이백을 하더라도 과거 다수의 카드 설계사를 운영할 때보다 비용이 덜든다"며 "2030세대가 한 번씩 대규모의 '체리 피킹(Cherry picking·혜택만 골라 받는 행위)'을 하는 경우를 제외하곤 대부분 이익"이라고 귀띔했다.
 
지난 2020년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카드사들은 신용카드 발급과 관련해 연회비 대비 10%를 초과하는 경제적 이익을 줄 수 없게 됐다. 카드사들의 페이백 마케팅은 해당 규제를 우회한 것이기도 하다. '가입'을 유도한 것이 아니라 '사용'을 권하면서 제공하는 혜택이라는 이유에서 규제 망을 교묘히 빠져나간 것이다.
 
또한 최근 카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6개월 마다 카드를 갈아타는 이른바 '풍차돌리기'가 만연하다. 카드사들이 사실상 카드 해지 후 재가입을 쉽게 용인하는 점도 체리 피킹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금융소비자는 결국 카드사의 단발적인 혜택을 쫓다가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예컨대 연체 없이 장기간 사용한 카드를 해지하게 되면 신용 가점 요인이 사라지게 돼 신용점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단기적으로 보면 이 같은 페이백 마케팅이 고객 유치에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이런 체리 피커를 노리는 전략은 충성도가 높은 고객을 외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무분별한 마케팅 전략은 득보다 실이 많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신병남 금융부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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