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새정부 효과 뚜렷…민주당은 내홍에 자책골마저
국민의힘, '힘있는 여당론' 효과 발휘…한미정상회담에 손실보상금도 긍정적
민주당, 비대위 진퇴 시작으로 송영길·이재명 출마 역효과…김포공항 이전 혼선까지
민주당, 다시 호남에 고립…이재명, 나홀로 생환
입력 : 2022-06-01 20:25:24 수정 : 2022-06-02 01:45:38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 등 민주당 지도부 인사들이 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전국지방선거와 보궐선거 출구조사 방송보도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대선 85일 만에, 윤석열정부 출범 23일 만에 치러진 6·1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은 새정부 출범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국민의힘은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전국 광역단체장 17곳 가운데 최소 10곳에서 승리를 거뒀다. 반면 민주당은 거듭된 내홍에, 명분싸움마저 국민의힘에 밀리면서 참패를 면치 못했다. 단 4곳에서만 확실한 우위를 보였다. 이조차 호남(광주·전남·전북)과 제주로, 민주당은 다시 호남에 고립될 위기에 처했다. 경기와 대전, 세종은 개표결과를 끝까지 확인해야 할 경합지역으로 분류됐다. 
 
이번 지방선거는 초반부터 국민의힘에 유리한 구도로 전개됐다. 국민의힘은 새정부에 힘을 실어주는, 여론의 '국정안정' 심리에 기대는 한편 '힘있는' 집권여당 후보론으로 중앙정부에 이어 지방정부 교체를 주장했다. 윤 대통령이 당선 직후 광화문 시대 약속을 파기하고 용산 국방부 청사로의 대통령실 이전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가 하면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을 법무부 장관에 파격 기용하는 등 검찰공화국 우려를 키웠지만, 민주당 자책이 더 크게 다가오면서 비교적 무난하게 파고를 넘었다.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보수정당 최초로 국민의힘 소속의원 전원과 함께 하며 중도층의 표심을 파고들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취임 초기 성사된 한미정상회담도 국민의힘에겐 호재로 작용했다. 지방선거 막판 소상공인·자영업자 손실보상을 위한 62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이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한 점도 국민의힘에는 긍정적 요인이었다. 지방선거 특수성을 감안하면 집권여당 후보론도 국민의힘 승리에 힘을 보탰다. 지방재정이 열악한 상황에서 집권여당 후보가 당선되면 중앙정부로부터 재정 지원을 수월하게 이끌어내 지방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논리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경기 평택 오산 미 공군기지 항공우주작전본부 방문을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반면 민주당은 자책골의 연속이었다. 당 내홍이 계속됐고, 급기야 지도부 내에서도 이견이 노출되며 마찰을 빚었다. 이재명·송영길 등 간판급 인사들의 명분 없는 출마 강행이 국민의힘에 공세 빌미를 만들어주며 스스로를 곤궁으로 내몰았다. 정권 견제론은 국정 안정론에 막혔고, 급하게 일꾼론을 들고 나왔지만 집권여당 프리미엄에 대항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송영길 지도부를 대신해 당을 이끌게 된 윤호중 비대위는 초반부터 진퇴 논란에 휩싸였다. 절차적 정당성과 함께 윤호중 체제로는 지방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위기감이었다. 어렵게 사태를 마무리 짓고 전열 재정비를 하려 했지만, 이번에는 '송영길 폭탄'이 터졌다. 대선 패배 책임을 지겠다며 당대표에서 물러났던 그가 불과 한 달도 안 돼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나서면서 당이 들끓었다. 게다가 송 전 대표의 정치적 근거지는 인천이었다. 명분 없는 그의 출마에 당장 서울권 의원들의 반발이 뒤따랐고, 당 전략공천위원회는 송 전 대표를 공천에서 배제했다. 하지만 박영선 전 장관 등이 출마를 고사하면서 대안을 찾지 못했고, 이는 송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로 이어졌다. 
 
이재명 전 후보의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도 결과적으로 악수가 됐다. 무엇보다 그가 경기도 성남시 분당갑 보궐선거 대신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인천 계양을로 향하면서 송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명분론에서 크게 밀렸다. 그는 전국 지원을 이유로 내걸며 당의 총괄선대위원장까지 맡았지만 전국 지원은 손에 꼽을 정도였고, 격전지의 경우 유권자들의 '이재명 반감'을 의식해 그의 지원을 달가워하지 않는 상황까지 연출됐다. 현수막과 선거공보물에서조차 '이재명' 이름을 찾기 어려웠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위원장의 계양을 출마를 '방탄 출마'로 규정하는가 하면 무연고 약점을 물고 늘어지며 명분싸움에서 우위에 섰다. 명분 없는 조기 복귀가 역효과를 낳으면서 그나마 승리를 예상했던 인천과 경기도 상황도 어렵게 돌아갔다. 
 
국회 상황도 민주당에게는 패배를 불러온 단초가 됐다.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을 강행 처리하며 검찰개혁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지만, 이 과정에서 위장탈당 등 꼼수도 동원됐다. 국민의힘이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받아들이는 여야 합의를 파기했음에도 이를 적절히 활용 못한 채 회기 쪼개기 편법을 동원, 소수 야당의 권리인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했다. 검찰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설득보다 '힘의 처리'에만 집중하면서 국민의힘이 주장한 '입법폭주' 프레임에 갇히고 말았다.
 
윤호중·박지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25일 국회에서 열린 선대위 합동회의에 자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특히 인사청문 정국은 민주당 완패였다. 민주당은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김인철(교육부)·정호영(보건복지부)·한동훈(법무부)·원희룡(국토교통부) 등 대대적 낙마를 예고했지만 결정적 한 방 없이 언론 보도만 되풀이하는 한심한 수준을 보였다. 특히 한동훈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는 '이모' 발언 등 전혀 준비되지 않은 모습을 보이면서 망신만 샀다. 한덕수 총리 후보자 역시 초반 당의 입장을 뒤집고 인준에 찬성키로 급선회하는 등 오락가락 행보 끝에 지지층의 마음을 잃었다. 김인철, 정호영 후보자의 경우에도 자진사퇴를 통한 낙마였을 뿐, 민주당의 공세에 대한 항복이 아니었다. 
 
여기에 박완주 의원의 성비위 문제가 터졌고, 최강욱 의원의 성희롱 발언 등까지 더해지면서 곤욕을 치렀다.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 집중포화에 직면했던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은 선거를 눈 앞에 둔 24일 단독 기자회견을 열고 팬덤정치와의 결별, 86그룹 퇴진 등을 주장해 당을 다시 내홍 속으로 몰고 갔다. 당장 윤호중 비대위원장이 "개인 차원의 입장 발표"라며 선을 긋는 등 지도부 내 갈등으로 비화됐다. 논란이 거세지자 박 위원장이 지난 27일 사과하며 수습에 나섰지만 쇄신 의지만큼은 물러서지 않았다. 
 
지방선거 직전 윤호중·박지현 위원장의 갈등이 간신히 봉합됐지만, 이번에는 이재명발 '김포공항 이전' 문제를 놓고 또 다시 엇박자를 냈다. 이재명 위원장이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와 정책협약을 통해 '김포공항 이전' 공약을 내놨지만, 지도부는 김포공항 이전은 당론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 과정에서 '비행기 수직 이착륙'(이재명), '제주까지 해저터널'(송영길) 등 예기치 못한 발언까지 더해지며 파국을 맞았다. 무명에 가까운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와 초접전을 벌이는 등 초조함이 불러온 자충수였다. 제주를 중심으로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출마자들조차 이 위원장의 김포공항 이전 공약에 이의를 제기했고, 당 일각에서는 "이재명의 끝을 봤다"는 비토가 이어졌다. 그렇게 이재명 위원장은 '나홀로' 생환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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