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음악사 큰 별'…송해, 국민-노래 이어준 통로
34년 간 '전국노래자랑' MC 맡아 전국 돌며 소통
생전 10장 넘는 음반…여든 넘어 전국투어·신곡도
"'딴따라'는 내 천직…'땡' 받지 못하면 '딩동댕' 정의 몰라"
입력 : 2022-06-09 15:10:11 수정 : 2022-06-09 15:10:11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매주 일요일 '전국노래자랑'을 외쳤던 '국민 MC' 송해(본명 송복희·95)는 한국 대중음악사에도 큰 자취를 남긴 가수였다.
 
생전 가요 모음집을 비롯해 10장이 넘는 음반을 낸 트로트 가수이자, 지난 34년 간 KBS 1TV '전국노래자랑' MC를 맡아 쇼 프로그램 진행자로서, 전국을 돌며 국민과 음악을 연결시킨 역할은 상징적이다.
 
고인은 1927년 황해도 재령에서 태어났다. 6·25 직전까지 북한 해주예술학교에서 성악을 공부했다. 종종 '전국노래자랑'에서 구성진 곡조를 뽑아내기도 했는데, 이 같은 이력 때문이다.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고(故) 송해의 빈소에 금관문화훈장이 놓여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951년 혈혈단신으로 월남해 군 복무 뒤 1955년 '창공악극단'에서 가수로 데뷔했다.
 
이후 1960·70년대 라디오와 TV를 오가며 코미디언으로도 활약했고, 1967년 김상희의 '뜨거워서 싫어요'와 배호의 '남강의 비가'를 표제작으로 내세운 가요 모음집으로 첫 가요 음반에 참여했다.
 
'뜨거워서 싫어요', '농부의 딸' 등이 수록된 음반에서 송해는 '노총각 맘보', '피양체네'('평양처녀'의 평안도 사투리) 두 곡을 가창했다.
 
코미디언 이순주(1945~2022)와 함께 '노래와 코메듸'라는 타이틀로 여러 장의 컴필레이션 앨범도 냈다. 두 사람은 1970년대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 '웃음의 파노라마'와 '싱글 벙글쇼'에서 맞춰온 호흡으로 이 음반에서 만담과 노래를 섞어가며 콤비 궁합을 선보였다. 만담은 곡을 소개하는 용도로 쓰였다. 당시 서민들은 '노래와 코메듸'를 듣고 웃으면서 팍팍한 삶을 견뎠으며, 이 뿌리는 훗날 '전국노래자랑'으로 이어지게 된다.
 
'송해 표' 가요 모음집도 주목받았다. 1980년 음반 '송해의 가요산책'에서는 '짝사랑', '울고 넘는 박달재' 등 평소 애창하던 노래를 모아 불렀다. 1987년에도 '백마야 우지 마라' '애수의 소야곡' 등 1세대 대중가요를 모아 '송해 옛 노래 1집'이라는 타이틀로 냈다. 2003년과 2006년에도 앨범 '애창가요 모음집 송해쏭'을 선보였다.
 
현역 최고령 MC인 송해가 8일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95세. 사진은 지난달 23일 영국 기네스 '최고령 TV 음악 경연 프로그램 진행자'(Oldest TV music talent show host)로 등재된 송해가 기념패 전달식에 참석한 모습. 사진=KBS
 
여든이 넘은 2011~2013년 사이에는 '나팔꽃 인생 60년- 송해 빅쇼'라는 전국 투어 공연도 진행했다. 2년간 18개 지역에서 40회의 공연을 펼쳐 매진을 기록했다.
 
2015년에 신곡 '유랑 청춘'을, 이듬해 '내 인생 딩동댕'을 냈다. 아흔살을 넘긴 2018년 7월 곡 '딴따라'로 국내 최고령 음반 취입 기록을 세웠고, 2019년 11월 발표한 '내 고향 갈 때까지'로 기록을 다시 경신했다.
 
대표곡은 '나팔꽃 인생(작사 김병걸 작사, 작곡 신대성)'이다. 이 노랫말은 서울 종로 송해길에 세워져 있는 송해 동상에도 새겨져 있다.
 
생전 고인은 "제 노래가 듣기 좋진 않아도 제 나름대로 열심히는 부른다. 그간 살아오면서 고난의 순간을 만나면 노래로 풀었고 노래를 음미하며 살아왔다"고 돌아보기도 했다.
 
현숙, 태진아, 송대관, 설운도 등 트로트 스타들은 친부처럼 고인을 따랐다. 임영웅, 송가인, 이찬원, 정동원 등은 스타가 되기 전 '전국노래자랑'을 거치며 가수로 꿈을 키운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가 34년간 MC로 나선 '전국노래자랑'은 국민과 음악을 이어준 통로의 역할을 했다.
 
생전 그가 남긴 구수한 입담과 삶의 성찰적 말들도 다시금 화제가 되고 있다. 올해 초 설 연휴 대기획으로 방송된 KBS '여러분 고맙습니다. 송해'에서는 참가자들을 심사하는 실로폰의 '땡'과 '딩동댕' 소리에 대해 인생에 비유하기도 했다. "'땡'을 받아보지 못하면 '딩동댕'의 정의를 모릅니다. 저 역시 늘 '전국노래자랑'에서 내 인생을 딩동댕으로 남기고 싶었던 사람이었습니다."
 
1990년 MBC TV '휴먼다큐-사람이 좋다'에 출연해서는 "즐겁게 해주는 사람들이 '딴따라'다. 소위 말하는 우리가 하는 일"이라며 "이건 정말 나에게 내려주신 천직"이라고도 했다.
 
현역 최고령 MC인 방송인 송해(95송복희)가 별세한 8일 대구 달성군 옥연지 송해기념관을 찾은 시민들이 기념관 앞에 설치된 송해 선생 동상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국노래자랑' 송해의 후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생전 송해는 자신의 '후계자' 후보로 희극인 후배인 이상벽, 이상용, 임백천, 이택림, 고(故) 허참 등을 꼽기도 했다. 과거 임시로 맡은 적이 있는 작곡가 이호섭과 임수민 아나운서도 후보로 거론된다.
 
KBS는 돌아오는 일요일인 12일은 송해 특집방송으로 '전국노래자랑'을 꾸미고, 이후 방송에 대해서는 내부 논의를 거쳐 결정할 예정이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2,3호실에 차려졌다. 가족의 뜻에 따라 장례는 대한민국방송코미디언협회장으로 3일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영결식은 10일 오전 4시 30분에 진행된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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