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속 노출되면 안과질환 '군날개' 유발
국내 의료진, 세계 첫 중금속 노출 '군날개' 발생 규명
입력 : 2022-06-22 06:00:00 수정 : 2022-06-22 06:00:00
중금속에 노출되면 안구질환 중 하나인 군날개를 유발할 수 있다는 첫 연구 결과가 국내 의료진에 의해 발표됐다. 왼쪽부터 최윤형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 김동현 안과 교수. (사진=가천대 길병원)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중금속에 노출되면 결막의 섬유혈관성 조직이 뿌연 날개 모양으로 자라는 안구질환 군날개(익상편)를 유발할 수 있다는 세계 첫 연구 결과가 국내 의료진에 의해 발표됐다.
 
가천대 길병원은 최윤형 예방의학과 교수·김동현 안과 교수팀이 2008~2011년 국내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성인 6587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납·수은 노출이 군날개 발생에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군날개는 결막의 섬유혈관성 조직이 자라 눈의 안쪽 각막의 중심부를 향해 자라나는 질환이다. 지난 2011년 국민건강영양조사 통계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성인의 약 8.8%가 군날개를 가지고 있었다.
 
발병 원인으로는 미세먼지, 자외선 노출 등이 꼽힌다. 군날개의 주요 증상은 충혈, 자극감이 있다. 이 밖에 섬유혈관성 조직이 안구를 덮어 미용적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섬유혈관성 조직이 크게 자라나면 안구의 움직임에 제한이 생길 수 있고 난시, 시력저하, 안구건조증, 사시 등 심각한 안구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초기에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지 않으며 인공눈물 점안 등으로 상황을 지켜봐도 된다. 질환이 진행됐다면 부분 마취 이후 수술을 받아야 한다.
 
김동현 교수는 "최근 미세먼지나 황사 같은 대기오염 물질에는 중금속도 다수 포함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최근 공기 중에 노출된 안구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다양한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는 만큼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날에는 가급적 외출을 삼가고 외출 시에는 선글라스, 보안경 등으로 눈을 보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구팀은 대상자 6587명의 혈중 중금속 농도를 5분위로 나눠 군날개 발생위험을 비교했다. 대상자 6587명의 평균 연령은 41.14세였다. 성별로 나누면 남성은 3264명(56.5%), 여성은 3323명(43.5%)이었다. 대상자 중 군날개 질환자는 348명, 비질환자는 6239명이었다.
 
연구 결과 혈중 납농도가 높을수록 군날개의 위험이 뚜렷하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혈중 납농도가 가장 낮은 하위 20%에 해당하는 대상자들에 비해 혈중 납농도가 가장 높은 상위 20%에 해당하는 대상자들은 군날개 위험이 2.22배 유의하게 높게 관찰됐다.
 
2분위에 해당하는 중간 수준의 혈중 수은농도를 갖는 대상자들은 혈중 수은농도가 가장 낮은 대상자들에 비해 군날개의 위험이 1.64배 높았다.
 
연구팀은 군날개의 주요 위험요인인 나이, 햇볕(자외선) 노출, 근시 유무, 생활습관 및 사회경제학적 요인 등을 통제했을 때 관찰된 연구 결과라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또 연구팀은 중금속이 일상생활 속 흡입, 섭취, 피부접촉을 통해 유입된 후 체내에 산화스트레스를 일으켜 군날개 발생에 기여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산화스트레스는 체내에 활성산소가 과도하게 축적돼 유해산소가 급증하는 상태를 말한다. 이 경우 체내 장기의 기능이 저하되고 면역 체계가 무너져 각종 질병에 노출될 위험이 높아진다.
 
최윤형 교수는 "중금속은 체내에서 항산화물질인 글루타티온(GSH) 수준을 감소시켜 세포신호전달과 항상성 유지 등에 관여하는 활성산소종(ROS)의 축적과 산화스트레스를 일으킴으로써 결막에서 군날개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생활 속에서 접하게 되는 낮은 수준의 노출로도 군날개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중금속 노출에 대한 위험 인식을 높이고 현재의 노출 수준을 더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선 혈중 수은농도가 가장 높은 그룹의 경우 군날개 위험이 나타나지 않았다.
 
최윤형 교수는 이에 대해 "해산물을 많이 섭취하는 사람들은 수은에 노출될 위험이 높은 반면 오메가3도 많이 섭취하는 특성이 있다"면서 "오메가3의 군날개 예방효과로 인해 수은 노출로 인한 군날개 위험이 희석돼 관찰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추측했다.
 
김동현 교수는 "혈중 중금속 농도에 따른 군날개 발생의 상관관계를 밝혔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 결과는 특히 의미가 있다"며 "최근 환경 유해 인자에 대한 질병 영향에 관심이 높아진 만큼 환경 유해 인자와 안질환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들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환경 분야 국제학술지 '인바이론멘털 사이언스 앤드 폴루션 리서치(Environmental Science and Pollution Research)'에 최근 실렸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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