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회사와 공동체, 그리고 사회적 책임
입력 : 2022-07-29 06:00:00 수정 : 2022-07-29 06:00:00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설이 일단은 잠잠해졌다.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가 카카오 공동체 얼라인먼트 센터(CAC)에 매각 유보를 공식 요청하면서다. CAC는 이를 받아들였고, 카카오모빌리티는 8월 중에 협의체를 구성해 상생방안을 마련하고 CAC에 제안하기로 했다. 매각설에 반발하던 카카오 노조도 일단 환영의 뜻을 전하며 협의체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숨돌릴 시간은 번 셈이다. 상생 방안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이 철회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주어진 시간이 길지 않다. 택시업계, 회사 내 직원과 더불어 '성장'하며 '상생'하는 안을 마련한다는 게 이렇게 단기간에 나올 성질의 것이었다면 애초에 매각 추진을 할 필요도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일단 성장 면에서 보자면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우 여타 비슷한 플랫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청신호가 켜진 상태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만한 정도는 아니다. 첫 흑자전환을 맛본 것이 지난해로, 연결기준 매출 5465억원, 영업이익 125억원을 기록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성장에 고삐를 더욱 쥘 시점인 셈이다. 또한 카카오모빌리티는 비록 1대 주주지만, 지분은 57.5%로 절반을 조금 넘어선 수준이다. 2017년 설립된 이 기업은 이제 햇수로 5년차, 즉 나머지 재무적 투자자들의 투자금 회수 압박이 거세질 타이밍을 맞고 있기도 하다. 여기에 더해 다른 부담도 안게 됐다. 그동안 회사가 택시업계와 충돌하며 갈등의 고비고비를 넘어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인데, 이제는 매각설로 인해 내부 직원들과도 균열이 생기게 됐다. 한마디로 성장세가 한창 가팔라야 하는 시점에 상생 요구도 기업 안팎으로 한껏 커진 격이다.  
 
아쉬운 것은 이른바 카카오 공동체의 의사결정 방식이다. M&A로 커온 회사이기 때문일까. 이번 매각추진은 다소 갑작스럽고 진중하지 못하게 느껴진 것이 사실이다. 물론 회사로선 상황이 고달프긴 했을 것이다. 지난해 카카오는 문어발식 경영에 질타를 받으며 상생 이슈에 지속적으로 시달려 왔다. 카카오 관계자들은 '다른 곳들도 다 하고 있는 사업인데 카카오가 하면 이슈가 된다'며 고충을 토로하기도 한다. 이번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추진도 이같은 사회적 책임 요구에 부담을 느낀 데 따른 결정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런데 이런 회피성 방식이 과연 최선일까. 카카오 계열은 카카오톡, 카카오택시 등 국민 생활에 밀접한 서비스들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해당 사업에 직접 뛰어드는 방식을 택했다. 다른 기업과 협업을 통한 간접적 방식으로 진출한 것이 아닌 만큼, 회사 주인, 최대 주주가 바뀌는 것에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의사결정 방식을 보면 카카오는 아직도 동아리 같다. 상생 이슈가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공동체의 이름을 내걸어 한 회사의 명운을 결정한다. 카카오 정도 되는 회사라면 적어도 계열사 매각이라는 중차대한 이슈를 결정해야 할 때는 기업의 성장성, 재무적 상황 등 구성원들에게도 납득할 만한 이유를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공동체라는 이름, 민주적인 방식이라는 허울 아래 혹여 소통의 층위를 한정지어 놓은 것은 아닌지 의구심마저 생긴다. 상생안 마련까지 주어진 시간이 비록 짧아보이지만, 이번에는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말이 떠오르지 않도록 지속가능한 경영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김나볏 중기IT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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