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 합병증 '림프순환장애' 극복 길 열렸다
국내 의료진, '림프 재생 통로 역할' 림프채널시트 개발
입력 : 2022-08-03 06:00:00 수정 : 2022-08-03 06:00:00
전재용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 교수(왼쪽)와 천화영 의공학연구소 박사. (사진=서울아산병원)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암 치료 후 나타나는 합병증 중 하나인 림프순환장애를 인공구조물로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국내 의료진에 의해 개발됐다.
 
암이 림프절까지 전이되면 전이된 림프절 부위를 절제하고, 재발을 줄이기 위한 방사선 치료를 시행한다. 이때 림프 조직의 손상으로 림프의 흐름이 단절돼 팔 다리가 심하게 붓고 만성염증이 생기는 림프부종이 발생할 수 있다.
 
림프부종은 암 치료 후 암 환자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합병증이지만 예방법이나 치료법이 마땅치 않았는데 최근 국내 연구진이 손상된 림프의 흐름을 회복시키는 인공 구조물이 개발됐다. 림프부종 극복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전재용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 교수와 천화영 의공학연구소 박사팀은 림프절 절제술로 림프의 흐름이 끊어진 소동물 모델에 인공구조물 '림프채널시트'를 이식한 결과, 끊어진 림프의 흐름이 성공적으로 회복됐으며 부종 감소 효과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림프채널시트는 단절된 림프 구간의 흐름을 지속하는 통로 역할과 림프관신생을 위한 지지대(스캐폴드) 역할을 맡는다. 연구팀은 미세유체통로를 포함하는 2차원 구조물로 단절된 림프관 사이를 이어주도록 림프채널시트를 제작했다.
 
연구팀은 림프채널시트가 단순히 림프의 흐름을 지속시킬 뿐 아니라 새로운 림프관이 재생하는 데에도 기여하는 것을 추가로 확인했다.
 
연구팀은 새롭게 개발한 림프채널시트에 대한 특허를 취득했으며 현재 새로운 치료 기술을 완성하기 위해 임상연구를 준비 중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의공학 분야의 저명한 국제학술지 '생명공학 및 중개의학(Bioengineering&Translational Medicine)'에 최근 게재됐다.
 
일반적으로 림프절 절제술을 시행하면 절제된 림프관은 탄성에 의해 말린다. 이 때문에 림프관의 재생과 회복은 어렵다. 뿐만 아니라 방사선 치료로 주변 림프 조직들의 추가 손상이 일어나면 회복할 수 없는 림프 순환 단절이 일어난다. 이는 림프부종 발생의 주요 기전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어깨 림프절(상완림프절)이 제거된 소동물 모델에 림프채널시트를 이식하고, 방사선 치료 상황을 재연했다. 상완림프절은 팔의 림프 흐름이 모이는 곳으로 손과 팔 전체에서 발생하는 림프액을 모아 몸 안쪽 겨드랑이 림프절(액와부림프절)까지 전달해 림프의 흐름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림프채널시트를 이식한 소동물에 조영제를 주입해 확인한 결과, 상완림프절을 지나는 림프의 흐름이 이식된 림프채널시트를 통해 성공적으로 지속되는 것이 해부학적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첨단 형광 림프 조영술을 통한 비침습적 방법을 통해서도 같은 결과가 관찰됐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또 림프절이 절제된 소동물 모델과 림프절 절제 후 림프채널시트를 이식한 소동물 모델의 부종 변화를 8주간 비교 관찰했다. 그 결과 시트 이식 모델에서는 2주차부터 부종이 유의미하게 감소해 7주 후 정상치로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림프절 절제 모델에서는 이식 모델에 비해 부종 감소가 일어나지 않았으며 최종적으로 정상치로 회복하지 못하는 것이 확인됐다.
 
이에 더해 연구팀은 이식한 림프채널시트 내부를 조직검사한 결과 시트 내부의 채널을 따라 미세 혈관 및 미세 림프관이 새롭게 생성된 것을 확인했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림프채널시트가 림프의 흐름이 단절된 상황에서 림프 흐름을 지속시키는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새로운 림프관 재생을 돕는 환경을 제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의 교신저자인 전재용 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림프순환장애는 특히 유방암을 포함한 여성암 환자들이 많이 호소하는 수술 후 후유증"이라며 "아직까지 적절한 예방 및 치료 기술이 부족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연구가 재생의학 측면에서 림프순환장애의 획기적인 새로운 예방 및 치료 전략 확립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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