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판 워터게이트'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 "사퇴 안 해"
야당 대표 "반드시 책임져야 할 것"
입력 : 2022-08-09 17:49:00 수정 : 2022-08-09 17:49:00
(사진=연합뉴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
 
[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언론인과 정치인 등 유력인사를 도청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른바 '그리스판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정치 생명에 치명타를 입은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가 총리직에서 사퇴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AP통신,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미초타키스 총리는 8일(현지시간) 그리스 공영 ERT 방송을 통한 대국민 연설에서 "법의 테두리 안에서 진행한 것으로 보이지만 정치적으로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나는 몰랐고, 알았다면 절대 허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 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PASOK)의 니코스 안드룰라키스 대표가 지난 5일 국가정보국(EYP)으로부터 도청을 당했다고 폭로하면서 해당 논란이 불거졌다.
 
안드룰라키스 대표는 PASOK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앞둔 지난해 9월, EYP가 자신의 휴대전화에 감시 소프트웨어를 깔아 석 달 간 통화 내용을 엿들었다며 지난달 26일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면서 안드룰라키스 대표는 "총리는 즉각 도청한 이유를 밝혀달라"면서 "어떤 은폐도 용납하지 않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또 EYP는 언론인들의 휴대전화도 도청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지난 4월 CNN 그리스 지국에서 일하는 타나시스 코카시스 기자는 시민단체로부터 자신이 도청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달받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그는 돈세탁과 부패 문제를 취재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스 정부는 이같은 도청 행위가 검사의 승인을 받아 합법적으로 이뤄졌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그리고리스 디미트리아디스 총리 비서실장은 사임했고, 파나기오티스 콘톨레온 EYP 국장은 즉시 해임되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특히 그리스 최대 야당인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은 EYP가 미초타키스 총리의 상황을 과거 리차드 닉슨 전 미국대통령의 이른바 '워터게이트 사건'에 비유하며 즉시 사과하고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시리자 측은 오는 22일 도청 논란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의회 본회의 여름 휴회 기간을 9일 단축하자고 주장했으며 정부도 이를 승인했다.
 
다만 미초타키스 총리는 계속 재임할 것이라고 밝힌 뒤 대신 EYP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4가지 개혁 방안을 제시했다.
 
한편 '워터게이트 사건'이란 1972년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비밀공작반이 워싱턴DC 워터게이트 빌딩에 소재한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에 침입해 도청 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된 사건이다. 닉슨 전 대통령은 이를 '가짜뉴스'라고 부인했지만 사실이 밝혀진 뒤 사임한 바 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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