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서른살 된 한중관계, 새 전략 필요할 때
입력 : 2022-08-23 06:00:00 수정 : 2022-08-23 06:00:00
오는 24일이면 한·중 수교 30주년이 된다. 지난 30년 동안 양국 관계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1992년 당시 51억달러 수준이었던 대중 수출액은 수교 8년 뒤인 2000년 185억달러로 증가했다. 이듬 해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을 하면서 두 나라의 교역 규모는 급속도로 확대됐고 2021년 한국의 대중 수출은 1629억달러를 기록했다. 30년 사이 30배 이상 수출 규모가 커졌다. 특히 중국이 글로벌 교역의 중심에 서게 된 지난 20여년 동안에는 9배 성장했다. 같은 기간 한국의 전체 수출 규모가 3.7배 커진 것과 비교하면 우리 경제에서 중국의 존재감이 얼마나 커졌는지를 대충이나마 가늠할 수 있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 2003년 미국을 제치고 한국의 최대 수출 상대국에 이름을 올린 이후 지금까지 부동의 1위를 유지 중이다. 
 
수출 품목도 크게 달라졌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발간한 '산업별 대중 수출의존도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대중 수출 비중이 가장 큰 산업은 정밀기기(42.5%), 정밀화학(40.9%), 반도체(39.7%) 순으로 나타났다. 2000년 목재(42.3%), 가죽·신발(38.8%), 석유화학(33.4%)가 톱3를 형성한 것과 전혀 다른 양상을 띄고 있다. 특히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의 대중 수출 비중은 2000년 3.2%에서 20년 사이 13배가량 증가했다. 대한상의는 "양국의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소비재의 수출 의존도는 상대적으로 줄어든 반면 기술집약 산업의 수출이 크게 늘었다"며 "역으로 말하면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좁혀졌을 때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라고 진단했다. 
 
두 나라의 경제적 밀월이 깊어지면서 한국 기업들의 중국 진출도 가속화됐다. 2000년 8억달러에 그쳤던 대중 직접투자는 2021년 67억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누적 투자금액은 816억달러에 달한다. 중국 진출 초기에는 중국을 생산 기지로 삼아 제3국으로의 수출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이 컸지만 최근에는 현지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는 투자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사람으로 치면 학문의 기초를 이룬다는 '이립', 서른을 맞이한 한중 양국은 지난 시간 관계 발전의 기초를 단단히 다진 셈이다. 그런데 최근 두 나라 사이에는 미묘한 기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정치적 이슈가 경제에까지 타격을 주고 있는데 이어 양국 국민들의 정서에도 부정적인 여론이 발생하고 있다. 수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 물품이라면 무조건 통했던 중국이었지만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법칙이 됐다. 새로운 관계 정립이 필요한 시점이 된 것이다. 
 
중국은 미국에 이은 경제 대국이며, 세계 최대 내수 시장을 갖춘 곳임은 변함이 없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중국 내부 환경 변화에서 힌트를 얻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 중 첫 째는 중국 내 '넘버원'이 아닌 '온리원'이 되라는 것이다. 나만의 기술과 능력으로 중국 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서로 윈윈을 추구하는 모델이 아니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직접 진출보다는 로열티를 받는 합작 형식이 보다 유리한데, 중국 기업 안타와 손잡고 현지 시장을 공략 중인 휠라의 사례가 이를 방증한다. 
 
사드 사태에 이어 쿼드, 칩4에 이르기 까지 앞으로 한중 관계에 미칠 변수들은 수도 없이 많다. 복잡다단한 국제 정세를 어떻게 활용할 지는 결국 우리에 달려 있다. 오로지 국익만을 위한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한 때다. 
 
김진양 중기IT부 기자(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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