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가축분뇨로 수돗물보다 깨끗한 물을 만든다
가축분뇨 발생량 증가…살포지 감소 등 처리 한계
돼지분뇨로 정화수 만드는 국내 유일 공장 방문
수돗물보다 깨끗한 물…먹는 물 수질검사도 통과
15개월간 3만6600톤 생산…법령 없어 사용 한계
입력 : 2022-08-28 11:00:00 수정 : 2022-08-28 11:00:00
[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강한 악취와 메탄가스 덩어리로 지목되는 가축 분뇨가 환경 친화적 처리 기술과 만나 새로운 자원으로 재탄생되고 있다. 제주에 위치한 제주양돈농협 공동자원화시설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해당 가축 분뇨 정화 시설에는 돼지 분뇨를 정화하는 시설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악취가 나지 않고 모기나 파리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26일 <뉴스토마토>가 방문한 제주도 제주시 한림읍 누운오름로에 자리한 제주양돈농협 공동자원화시설은 제주도 여건에 걸맞은 환경 친화적인 가축분뇨 처리가 위치해 있다.
 
가축 분뇨를 정화하는 공동자원화시설은 전국 86곳을 자랑하나 제주양돈농협 공동자원화시설만의 특이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국내가축분뇨를 이용해 정화수를 만드는 유일한 공장이기 때문이다.
 
자원화공장 업무는 '공동자원화시설 사업'으로 지난 2008년 11월 9일부터 추진했지만 정화수를 만드는 작업은 2021년부터 15개월 남짓에 불과하다.
  
가축분뇨 발생량은 지속적인 증가세이나 가축분뇨를 재처리해 만든 퇴액비 살포지가 감소하면서 처리에 난항을 겪어왔다. 퇴액비 살포지는 2015년 167만9000헥타르에서 2019년 158만1000헥타르로 감소한 상황이다.
 
특히 분뇨를 퇴액비로 만드는 과정에서 온실가스와 가축질병이 발생하고 농가 고령화와 장마기간 증가로 퇴액비 살포 여건은 악화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액체로된 비료를 의미하는 액비는 일부 농가에서 정화 방류해 처리하고 있지만 퇴비의 경우에는 농경지 살포 외 처리 방법에 한계가 따른다.
 
환경규제 강화와 사육두수 증가 등으로 개별농가 처리도 한계에 봉착한 상황이다.2020년 가축분뇨 발생량은 5194만톤으로 돼지분뇨는 2037만톤에 달한다. 이는 전체 분뇨 발생량의 40%를 차지하는 규모다. 한육우와 젖소의 자체저리 비중이 70~80%에 달하지만 돼지는 66.8%가 위탁처리다.
 
오영종 제주양돈농협 가축분뇨공동자원화공장 공장장은 "액비(액체로 된 거름) 살포지가 감소하고 가축분뇨 처리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특히 제주도 특성상 생활용수나 농업용수 95%가 지하수를 사용하고 있는데, 정화수를 활용할 경우 지하수는 다른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26일 <뉴스토마토>가 방문한 제주도 제주시 한림읍 누운오름로에 자리하고 있는 제주양돈농협 공동자원화시설은 제주도 여건에 걸맞는 환경 친화적인 가축분뇨를 처리하고 있었다. 사진은 공정 과정을 설명 중인 오영종 제주양돈농협 가축분뇨공동자원화공장 공장장 모습. (사진=농림축산식품부 공동취재단)
 
분뇨가 공장으로 반입되면 고액을 분리해 고체는 퇴비로 만든다. 액비는 다시 액비와 재이용수로 나뉜다. 이온과 바이러스, 용해염류는 역삼투압 원리에 의해 제거하고 흰색 분리막을 수 차례 거쳐 대장균, 세균, 조류, 점토, 모래입자 등을 없애 재이용수를 만든다.
 
오영종 공장장은 "자연적으로는 저농도에서 고농도로 빠지게 되지만 여기서는 저농도에서 고농도로 빠지도록 고압펌프를 이용해서 힘을 줘서 밀어낸다"며 "정수기에 사용되는 R/O(역삼투압방식) 필터를 두번 거쳐 최종적으로 재이용수를 만들고 있다"고 공정 과정을 설명했다.
 
호스에서는 35도의 투명하고 따뜻한 물이 흘러나왔다. 최종적으로 만들어진 재이용수였다. 가까이서 냄새를 맡아봤으나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았다. 공정을 거친 정화수는 수치상으로도 수돗물보다도 깨끗하다. 다만 정화과정에서 미네랄 수치는 떨어진다. 최근에는 제주대학에 의뢰한 먹는물 수질검사를 가뿐하게 통과했다.
 
오 공장장은 "용해고형물질(TDS)은 수분율 중에서 질소, 인 등이 얼만큼 쌓여있는지 그것을 판단하는 기준"이라며 "제주도 삼다수가 33ppm, 수돗물이 81ppm인데 재이용수의 경우 46ppm으로 수돗물보다 깨끗한 셈"이라고 말했다.
 
공장에서 지난해 5월 17일부터 올해 7월 31일까지 15개월간 생산된 정화수는 총 3만6631톤에 달한다. 
 
다만 아직까지 정화수 활용 범위는 한정적이다. 방역수, 조경수, 청소수, 차량소독수 등 주로 공장안에서만 이용되고 있다. 아직까지 국내에는 가축분뇨로 가지고 정화수를 만드는 법령이 없기 때문이다. 하수종말처리장이나 빗물은 법령에 들어가 있는데 가축 분뇨는 그 범주에 들어가 있지 않다.
 
제주양돈농협 가축분뇨공동자원화공장에서 국내 최초로 분뇨를 이용해 정화수를 만드는 공정을 진행한 이후 관련 법령을 재정비하는 개정안이 국회에 올라가 있는 상황이다.
 
오 공장장은 "정화를 통해 악취를 나지 않도록 하고 재이용수 공급으로 축산의 부정적 인식도 개선할 수 있는 사업"이라며 "뿐만 아니라 토양의 양분과다나 처리비도 낮은 만큼 하루 빨리 법이 정비돼 정화수를 여러 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게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6일 <뉴스토마토>가 방문한 제주도 제주시 한림읍 누운오름로에 자리하고 있는 제주양돈농협 공동자원화시설은 제주도 여건에 걸맞는 환경 친화적인 가축분뇨를 처리하고 있었다. 사진은 정화수 모습. (사진=농림축산식품부 공동취재단)
 
제주=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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