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사용료 대전①)콘텐츠사업자 vs. 통신사, 팽팽한 기싸움
콘텐츠사업자 "인터넷망은 공공재" vs. 통신사 "네트워크·설비 투자비 증가"
구글·넷플릭스 트래픽, 국내 트래픽 발생량 3분의1 넘어
입력 : 2022-10-17 06:00:00 수정 : 2022-10-17 09:02:36
글로벌 콘텐츠사업자(CP)가 발생시키는 트래픽이 급증하면서 망 사용료를 둘러싼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국회가 망 사용료 지급을 의무화하는 법안 추진을 본격화하자 구글은 전면에 등장해 법안 반대 서명을 독려하며 본격 저지에 나섰다. 그간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 이어왔던 망 사용료 소송에서 적극 나서지 않았던 KT와 LG유플러스도 공개적으로 망 사용료 입법 찬성 입장을 밝히며 지원 사격에 돌입했다. 각 사업자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쟁점 내용과 해외 사례를 통해 현안에 대해 살펴보고 망 사용료의 향방을 가늠해본다. (편집자주)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통신 사업자(ISP)들은 네트워크와 설비 투자비 증가로 재정적 부담을 토로하는 한편, 콘텐츠 사업자(CP)들은 망 중립성을 내세우며 인터넷망의 공공재적 성격상 사용료를 납부할 필요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트래픽 쏠림 현상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국내 트래픽 발생량을 조사해 올해 2월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구글과 넷플릭스가 각각 27.1%와 7.2%로 둘의 합이 전체의 3분의1을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CP 진영에선 한국이 채택한 발신자 종량제 자체가 CP들에게 불리한 환경이라고 주장한다. 인터넷에 데이터를 발송한 양에 비례해 비용을 지불하게 함으로써 결국 CP들이 망 사업자들에게 지불하는 인터넷 접속료가 올랐다는 것이다. 이들은 망 사용료 부과 법이 만들어지면 발신자종량제에 따라 정산돼 CP들이 콘텐츠 제작에서 재정적 부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망 사용료 의무화 반대 운동을 펴고 있는 사단법인 오픈넷의 이사인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해외에서는 자신이 낸 매출이나 이익에 비례해 보편적 표현 행위 접속기금 개념으로 지불하고 있는데, 이처럼 일부 부담하는 것과 법이 통과돼 망 사용료 지급이 강제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통신사에서는 법안이 망 사용 대가 지급 의무를 새롭게 만드는 게 아니라 시장자율협상으로 안 되는 '무임승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구글과 넷플릭스가 한국 이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최초로 연결한 ISP에게 망 사용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와 통신3사가 지난 12일 진행한 간담회에서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크리에이터들에게 망 사용료를 전가하겠다는 것은 결국 구글이 자신의 독점적 시장지배력을 남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KTOA는 지난 14일에도 재차 반박문을 내며 "망이용료는 망중립성 위반"이라는 오픈넷의 주장에 대해 정면 반박하기도 했다. 아울러 망이용료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구글이 법안의 반대 이유에 대해 목소리를 낼 것을 촉구했다.
 
현재 발의된 망 사용료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총 7건으로, 세부 내용은 다르지만 대규모 CP에게 망 사용 대가를 요구할 수 있는 근거를 강화하는 내용은 공통으로 담겼다.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이 2020년 12월 처음으로 대표 발의했으며, 이후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 무소속 양정숙 의원,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이 법안을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윤영찬 의원은 지난 9월8일에는 사업자 간 계약의 자유 문제를 일일이 규정하는 대신 일부 행위를 금지하는 방식인 사후 규제 방식의 법안을 발의했다.
 
해외에서도 빅테크들의 망 투자 비용 분담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3개국 정부는 유럽연합진행위원회(EC)에 빅테크가 네트워크 투자에 기여하도록 하는 법안 도입을 건의했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는 지난 3일 생태계의 장기적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인프라 투자에 대한 올바른 대가 마련을 논의해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 지난달에는 유럽통신사업자연합회(ETNO)에 속한 17개 통신사가 CP에 공정한 기여를 요구하는 공동 성명을 냈다. 
 
미국에서도 사용료 분담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브랜던 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달 26일 벨기에 브뤼쉘에서 열린 기술 포럼 기조 연설에서 빅테크들이 고속 네트워크로부터 엄청난 이익을 얻고 트래픽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이에 걸맞은 몫을 낼 수 있도록 국제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결국 늘어난 트래픽만큼 추가 투자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CP·통신사·소비자 3자가 어떠한 방식으로 분담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개별 업체별 망 사용 대가는 사업자 간 계약 사항이라 공개되고 있지 않아 정확한 미지급 피해 규모를 파악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업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가 실현되지 않은 것처럼 망 사용 대가를 공개하진 않더라도 실태조사 등을 통해 문제 해결의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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