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제국, 영광의 이면③)"벤처 정신 잃었다"…몸집 키운 플랫폼의 모럴해저드
'벤처신화' 카카오, 혹독한 성장통…"초심 찾기 아닌 사회적 책무 다할 때"
직원 행태도 도마에…"성장 중인 인터넷 기업 교훈 얻어야"
입력 : 2022-10-21 06:00:00 수정 : 2022-10-21 06:00:00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플랫폼 경제는 전통 산업의 위상을 위협할 만큼 세를 불렸다. 커뮤니케이션은 물론 모빌리티, 음식주문, 중고거래, 부동산 등 다양한 영역의 플랫폼들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또 모바일로 기반을 옮겨갔다. 하지만 이용자가 많아지고 영향력이 커지면서 적지 않은 플랫폼들은 잡음을 내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윤리 의식 없이 외형 확장에만 주력한 결과"라고 꼬집는다. 
 
플랫폼 경제의 대표 주자인 카카오는 한 때 '벤처신화'의 상징과도 같았다.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의 성공을 발판으로 모빌리티, 금융, 엔터 등으로 영토를 확장했다. 2019년에는 총 자산규모 10조원을 넘는 대기업 반열에도 올랐다. 비대면 경제를 확산시킨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는 자산총액이 30조원을 돌파했다. 카카오 창업주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세계에서 손에 꼽는 자수성가형 부호로 주목받았다. 
 
카카오의 영광은 여기까지였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과도학 수익화 시도, 카카오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과 골목상권 침해,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먹튀 논란, 공동체 쪼개기 상장 논란,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추진, 카카오게임즈 이용자 기만 논란 등 지난 1년여동안 카카오 본사를 포함한 대부분의 주력 계열사가 끊임없이 논란에 시달렸다.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서비스 장애는 그간 악재의 총체와도 같았다. 
 
남궁훈, 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가 지난 19일 판교 카카오 아지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서비스 장애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남궁훈 대표는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사진=카카오)
 
업계에서는 "올 것이 왔다"고 입을 모았다. 앞만 보고 질주해왔던 카카오가 혹독한 성장통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의 위기대응 능력도 도마에 올랐다. 매번 이슈의 중심에 설 때마다 카카오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의 땜질 처방에만 머물렀다. 수익화가 문제가 되니 해당 서비스를 폐지한다 했고, 계열사 경영진의 일탈이 지적되자 그룹 컨트롤타워를 만들었다.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거듭 약속했지만 반복되는 논란에 대중의 신뢰만 잃고 있다. 
 
이에 대해 카카오가 스스로의 영향력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고삼석 동국대 석좌교수는 "기업이 성장하면서 겪어야하는 성장통이 있게 마련이지만 문제는 그 성장통이 사회적 피해를 끼쳤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카카오의 문제는 벤처 정신을 잃었다는 것"이라며 "(이미 대기업이 된 그들에게)초심을 찾으라는 것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고 교수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유도하는 수 밖에 없다"며 "이번 사태가 대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인터넷 기업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카카오 내부에서도 비슷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카카오 계열사의 한 고위 관계자는 "카카오에서는 여전히 벤처 문화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때로는 체계적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 할 필요도 있는데, 여전히 조직문화가 이전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카카오 경영진뿐 아니라 직원들의 행태도 구설에 올랐다. 서비스 먹통으로 한창 회사가 시끄러울 때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무급이라 일하지 않는다"는 글이 올라온 것이다. 이 작성자는 "회사가 망하면 나는 이직을 하면 되고 안 망하면 받은 만큼만 하면 된다"고 언급해 논란이 일었다. 카카오 사측과 노동조합 측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일각에선 "카카오가 직원들에게도 신뢰를 잃었다는 방증"이라고 일침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전문가는 "비상상황에서 무슨 시급을 따지고 있냐"며 "평균 연봉이 1억원이 훌쩍 넘는 카카오 직원의 입에서 나오는 말로는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카카오가 몸집에 맞지 않은 행동으로 질타를 받았음에도 여전히 적지 않은 플랫폼 기업들이 그 전철을 밟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명품 플랫폼의 경우 코로나19 국면에서 명품 수요가 커지면서 급성장했지만 이용자 권익 침해로 비판받았다. 트렌비는 허위 과장 광고로 공정거래위원회의 경고 처분을 받았고 발란은 개인정보 유출로 5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발란은 또 '네고왕' 프로모션 행사에 앞서 상품 가격을 올리는 꼼수로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논란에도 휘말렸다. 결국 이들은 국감대로 소환돼 "시정하겠다"며 거듭 고개를 숙여야 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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