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분단 이후 첫 NLL 이남 탄도미사일 도발(종합2보)
3발 중 1발 NLL 이남 공해상에 떨어져…한때 울릉군 공습경보 발령
윤 대통령 "실질적 영토침해 행위"…군, NLL 이북에 공대지미사일 대응 사격
입력 : 2022-11-02 17:02:42 수정 : 2022-11-02 17:02:42
조선중앙TV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25일부터 10월9일까지 인민군 전술핵운용부대 등의 군사훈련을 지도했다고 10월11일 보도했다. 사진은 저수지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하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북한이 2일 분단 이후 처음으로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 공해상에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도발을 감행했다. 이로 인해 한때 울릉도 지역에 공습경보가 내려지고 주민들이 일시 대피하는 등 긴박한 상황이 조성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을 "실질적 영토침해 행위"로 규정, "분명한 대가를 치르도록 엄정한 대응을 신속히 취하라"고 지시했고, 우리 군은 NLL 이북 공해상에 공대지미사일 사격으로 대응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6시51분쯤 평안북도 정주시와 피현군 일대에서 서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4발을 발사했다. 또 오전 8시51분쯤에는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했다. 이 중 1발은 NLL 이남 공해상에 떨어졌다. 미사일은 NLL 이남 26㎞, 속초 동방 57㎞, 울릉도 서북방 167㎞에 탄착됐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지난달 28일 강원도 통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후 5일 만이었다.
 
북한은 또 이날 오전 9시12분쯤부터 함경남도 낙원, 정평, 신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평안남도 온천, 화진리와 황해남도 과일 일대에서 서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지대공 미사일 등으로 추정되는 10여발을 추가로 발사했다. 이어 오후 1시27분쯤에는 강원도 고성군 일대에서 동해상 NLL 북방 해상 완충구역 내로 100여발의 포병사격을 감행했다.
 
북한이 그동안 해안포나 방사포를 NLL 이남으로 발사한 적은 있지만 탄도미사일 도발은 처음이었다. 북한 탄도미사일이 울릉도 방향을 향하자, 공군 중앙방공통제소(MCRC) 및 탄도탄 경보 레이더 등과 연계된 중앙민방위경보통제센터에서 울릉군에 공습경보를 발령했다. 공습경보는 2016년 2월7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당시 서해 최북단 백령도와 대청도에 발령된 지 6년9개월 만이었다. 공습경보는 오후 2시부로 해제하고 경계경보로 대체했다. 주민대피령도 내려졌지만 별다른 피해는 없었다.
 
북한의 도발에 윤석열 대통령은 즉각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했다. 윤 대통령은 NSC를 주재한 자리에서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해 "분단 이후 처음으로 NLL을 침범해 자행된 미사일에 의한 실질적 영토침해 행위"라며 "우리 사회와 한미동맹을 흔들어 보려는 북한의 어떠한 시도도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북한 도발이 분명한 대가를 치르도록 엄정한 대응을 신속히 취하라"고 지시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국방부와 합참은 공동위기관리시스템을 가동해 대응했고, 경계태세도 2급으로 격상했다. 또 군은 윤 대통령 지시에 따라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비례해 NLL 이북 공해상에 공대지미사일 사격으로 맞섰다. 공군 F-15K, KF-16의 정밀 공대지미사일 3발을 동해 NLL 이북 공해상, 북한이 도발한 미사일의 낙탄 지역과 상응한 거리의 해상에 정밀사격을 실시했다. 동해상 북한의 포병사격에 대해서도 '9·19 군사합의 위반 및 즉각도발 중단'에 관한 경고통신을 진행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뉴시스 사진)
 
북한의 이번 도발은 지난달 31일부터 시작된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에 대한 반발 차원으로 분석된다. 앞서 이날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박정천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한미 연합군이 북한을 겨냥해 무력을 사용할 경우 "끔찍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고, 북한 외무성 대변인도 전날 담화를 통해 "미국이 계속 엄중한 군사적 도발을 가해오는 경우, 보다 강화된 다음 단계 조치들을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번 북한의 행동은 '비질런트 스톰'에 대한 맞대응이라고 봐야 한다"며 "'비질턴트 스톰'이 동해상에서 진행되고 있고 키웨스트함(핵추진 잠수함·6000톤급)이 부산에 와 있는데, (북한 입장에선)키웨스트함의 작전 반경을 좁히기 위해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도 "한미의 '비질런트 스톰'에 대한 반발 차원의 고강도 대남 무력시위"라며 "북한이 NLL 이남 공해상으로까지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NLL을 무력화하겠다는 그들의 의지를 다시 한 번 드러낸 것으로, 남북 간에 동해상이나 서해상 무력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최근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을 잇달아 감행한 것을 두고 7차 핵실험으로 가려는 수순으로 보고 있다. 특히 북한이 이번에 탄도미사일 발사 방향을 동해 NLL 이남 우리 공해상으로 한 것은 전술적 핵실험 대상을 미국 뿐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까지 확대한 것으로 분석했다. 국립외교원장 출신의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지금까지는 (북한이)미국만을 놓고 전술핵에 관한 위력 실험, 사용할 수 있는 핵무기들로 전략을 짰는데, (이번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가까운 거리에 있는 한국이나 일본을 타깃으로 확보한다는 의미에서 (향후)핵실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은 '비질런트 스톰'에 이어 오는 3일(현지시간) 열릴 예정인 '한미 국방장관의 안보협의회의'(SCM) 개최를 빌미로 또 다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포함한 무력시위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워싱턴DC에서 회의를 열고 한반도 안보정세 평가 및 정책 공조, 연합방위태세 강화 등 동맹 현안을 논의한다. 특히 확장억제 실행력을 높이는 방안이 중요하게 다뤄질 전망이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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