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낙하산일지라도 전문성은 갖춰야
입력 : 2022-11-14 06:00:00 수정 : 2022-11-14 06:00:00
한국가스공사 신임 사장에 최연혜 전 의원이 내정됐다. 최 전 의원은 2016년 정계에 입문해 옛 국민의힘인 새누리당·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에서 20대 국회의원을 지낸 인물이다. 지난 대선 때는 윤석열 대통령 캠프에서 활동했다.
 
가스공사 사장은 산업부 장관이 제청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 캠프에서 활동했던 이력이 이번 사장 내정과 무관하다고 하긴 어려울 것이다.
 
한국지역난방공사도 오는 18일 주주총회를 열어 정용기 전 의원을 새 사장으로 선임할 예정이다. 정 전 의원 또한 새누리당·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에서 19·20대 국회의원을 지내고 윤 대통령 캠프에서 일했다.
 
두 내정자 모두 '낙하산'이라고 비판받지만 사실 대통령 쪽 인물이 공공기관 수장으로 가는 것은 흔한 일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대부분 낙하산 인사를 했고 과장을 좀 보태면 오히려 예외가 없었다.
 
이처럼 낙하산을 안 하기 어렵다면 적어도 설득력은 있어야 한다. 굵직한 공공기관을 이끌어야 하는 만큼 해당 분야에 대한 경험이나 최소한의 전문성은 필요하다.
 
실제 이전 사례를 보면 전문성을 갖춘 인물들이 에너지 공기업에 다수 임명됐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산업부 출신의 관료들이 주요 에너지 공기업 기관장에 가는 경우가 많았다.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 정재훈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정 사장은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을 지냈고, 정 전 사장 역시 산업부의 전신인 지식경제부에서 에너지자원실장으로 일했다.
 
채희봉 현 가스공사 사장 또한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을 거쳐 대통령비서실 산업정책비서관을 지낸 인사다.
 
관련 분야에서 일하던 관료 출신을 공기업 사장으로 임명하는 게 장점만 있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최소한의 전문성은 갖췄다는 점에서 기본 자격은 있다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최연혜·정용기 사장 내정자의 경우 이런 기본 자격이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최 전 의원은 한국철도공사 사장, 한국철도대학 총장 등을 지낸 적은 있지만 에너지 산업에 대해선 눈에 띄는 이력이 없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과, 대선캠프에서 탈원전 대책 및 신재생에너지특별위원장을 맡은 것이 전부다. 대학에서는 독어독문학과 경영학을 공부했다.
 
특히 최 전 의원의 경우 채용과정에서 가스공사에 낸 직무수행계획서가 가스공사 홈페이지 소개 자료를 '짜깁기'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비전문가 논란'을 키우고 있다.
 
정 전 의원 또한 에너지 분야 이력은 없으며 20대 국회에선 국토교통위원회 위원,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위원 등을 지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전임 정부를 비판하며 공공기관 낙하산을 원천 차단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가스공사·난방공사 수장 임명을 보면 오히려 더욱 노골적인 낙하산 인사를 하고 있다고밖엔 보이지 않는다.
 
그간의 선례를 볼 때 낙하산 원천 차단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적어도 그 자리에 어울리는 최소한의 자격을 갖춘 인물을 국민에게 보여주길 바란다.
 
김지영 경제부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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