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사망자까지…특수본 '꼬리자르기' 수사 비판 불가피
직권남용·증거인멸·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박홍근 "권한 큰 사람이 우선적 책임 져야"
입력 : 2022-11-11 17:58:17 수정 : 2022-11-11 17:58:17
[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핼러윈 축제 안전사고 대비 정보보고서' 삭제 의혹으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수사를 받던 용산경찰서 전 정보과 계장 A씨가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이태원 참사의 책임이 실무 특정인에게 몰리면 안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행정안전부나 서울시 등 재난 안전 주무 부처와 같은 '윗선' 수사보다 일선 직원들에게만 집중되는 특수본의 수사가 희생을 키운다는 지적이다.
 
11일 경찰에 따르면 용산서 전 정보과 계장 A씨는 이날 오후 12시45분쯤 서울 강북구 자택에서 숨진 채 가족의 신고로 발견됐다. 경찰은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구체적인 경위를 확인하고 있다.
 
특수본은 지난 7일 A씨와 정보보고서 삭제에 같이 개입한 용산서 전 정보과장을 직권남용·증거인멸·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 전날 용산서 정보과 직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었다.
 
정보과장은 지난달 26일 용산서 정보과 직원이 작성한 해당 보고서를 참사 발생 나흘 뒤인 지난 2일 컴퓨터에서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정보과장과 함께 보고서를 작성한 직원에게 작성사실을 숨기자는 취지로 회유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었다. A씨는 이같은 의혹에 대기발령 조치됐다.
 
용산서와 용산구청 등 하위기관 수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반면, 상급기관인 행안부나 서울시를 향한 수사는 제자리 상태다. 특수본은 수사를 위한 관련 법리를 검토하는 등 행안부와 서울시의 행사책임 유무를 파악중에 있다고 설명한다. 수사를 시작한 지 열흘째 접어들었지만 두 기관에 대한 수사의 진척이 없어 꼬리자르기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치권에서도 A씨의 사망과 관련해 특정인을 단정짓고 수사를 하는 방식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강남구 봉은사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추모 법회' 참석 후 기자들에게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며 "(이태원 참사) 사건은 정확히 규명해가야 하지만 특정한 사람으로 단정짓고 책임을 몰아가는 방식으로 가서는 안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권한과 역할이 큰 사람이 우선적 책임을 져야 사람들의 마음이 공감되고 해소되지 않겠냐"며 "그분(A씨)이 왜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해서도 규명돼야 할텐데 더 이상의 희생이 발생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 관계자들도 고통스러운 시기이긴 하지만 이 시기를 잘 이겨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결국 가장 큰 책임은 정책 결정자들에게 있다"며 "그런 것 없이 일선 경찰관이나 소방관에게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컨트롤 타워가 마치 재난 안전의 컨트롤 타워가 아닌 꼬리 자르기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모양새다. 무책임과 책임 전가의 끝판왕"이라며 "(사망)경위를 확인해야겠지만 안타깝다"고 밝혔다.
 
특수본은 A씨의 정확한 사망 경위를 파악한 뒤 '공소권 없음'으로 처분할 예정이다. 특수본 관계자는 "경찰공무원으로서 국가에 헌신한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게도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태원 사고 수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용산경찰서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 관계자가 청사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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