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BTS, 3년 연속 후보…그래미 빗장 풀까
입력 : 2022-11-16 12:01:00 수정 : 2022-11-16 12:01:00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세계 대중 음악계 에베레스트로 꼽히는 '그래미 어워즈(Grammy Awards)'가 그룹 방탄소년단(BTS)에 빗장을 풀까. 올해 BTS는 후보 명단에 3년 연속 이름을 올렸다. 특히 그룹으로 총 2개 부문에 지목돼 K팝 최초 기록을 또 세웠다.
 
한국 대중음악 가수가 그래미 어워즈 후보에 오른 것은 BTS가 최초이자, 3년 연속 후보 지명 역시 처음이다.
 
올 한 해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점과 향후 입대 문제로 완전체 활동이 잠정 중단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이례적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15일(현지시간) 제65회 그래미 어워즈 후보 발표 행사에서 방탄소년단은 '베스트 팝 듀오 그룹 퍼포먼스(Best Pop Duo Group Performance)'과 '베스트 뮤직비디오(Best Music Video)', 총 2개 부문 후보로 지명됐다.
 
'베스트 팝 듀오 그룹 퍼포먼스'의 경우, 올해 이 부문에서 콜드플레이와 협업한 '마이 유니버스'로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아바의 'Don't Shut Me Down', 카밀라 카베요와 에드시런의 'Bam Bam', 포스트 말론과 도자캣의 'I Like You', 샘 스미스와 킴 페트라의 'Unholy'와 경합한다.
 
방탄소년단은 앞서 2020년 '다이너마이트'로 이 부문 후보에 오른 바 있다. 지난해에는 '버터'로 이 부문에 함께 오른 콜드플레이 '하이어 파워'와 겨뤘지만, 도자캣과 SZA의 '키스 미 모어'에게 수상이 돌아갔다. 방탄소년단은 이 부분에서만 3년 연속 후보다.
 
'마이 유니버스'는 콜드플레이 특유의 반짝거리는 록과 신스 사운드의 균형 위로, 마틴의 허스키한 보이스는 BTS 멤버들의 부드럽고 유려한 고음과 하모니를 만들어가는 곡이다.
 
콜드플레이 정규 9집 '뮤직 오브 더 스피어스'(Music Of The Spheres) 수록곡으로, 보컬 크리스 마틴이 지난해 4월 직접 내한해 BTS와 협업했다. 장르와 지역, 언어를 뛰어넘는다는 초월적 메시지로 코로나 세계를 돌파하자는 염원이 담긴 듯해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 발표 직후 빌보드 '핫100' 정상에도 올랐다.
 
Credit: James Marcus Haney x Heo Jae Young x Kim So Jung. 사진/워너뮤직
 
'베스트 뮤직비디오' 부문의 경우, 앤솔러지(선집) 음반 '프루프'(Proof) 타이틀곡 '옛 투 컴'(Yet To Come)으로 후보로 지명됐다.
 
지난 9년 음악 여정을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표현한 이 노래 뮤직비디오는 미국의 한 사막에서 촬영됐다. 방탄소년단의 과거 노래를 상징하는 소품을 곳곳에 배치해 팬들의 추억을 불러일으기고 수려한 영상미로 호평을 받았다. 공개 10일 만에 유튜브 조회 수 1억 건을 넘기는 등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었다.
 
이 부문에선 영국 팝스타 아델의 'Easy on me', 도자 캣의 'Women', 미국 힙합스타 켄드릭 라마의 'The heart part five', 영국 팝스타 해리 스타일스의 'As it was',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 'All to well: the short film'도 같은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온라인으로 '제63회 그래미 어워즈(GRAMMY AWARDS)' 레드카펫에 참여한 모습. 사진=빅히트뮤직
 
그러나 여전히 백인 중심의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들로 구성된 그래미의 벽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BTS가 그간 상을 휩쓴 '빌보드 뮤직 어워즈'와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와는 달리 대중적인 인기 투표보다는 선정위원들을 중심으로 수상자를 가린다는 차별점이 있다.
 
그간 비백인 아티스트에 박한 평가를 내린 길을 걸어왔다. 실제로 보수적인 40대 이상 백인 남성이 주 선정위원으로, 회원 가운데 아시아 지역 비중은 10%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베스트 팝 듀오 그룹 퍼포먼스' 부문의 경우, 스웨덴의 전설적인 4인 혼성 팝 그룹 아바의 'Don't Shut Me Down' 수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상황이다. 40년 만에 뭉쳐 새롭게 발표한 앨범 '보야지(Voyage)' 수록곡으로, 발표 당시 전성기를 방불케 하는 멜로디로 평단을 사로 잡았다.
 
'베스트 뮤직비디오' 부문에서는 최근 MTV 시상식을 휩쓴 테일러 스위프트 'All to well: the short film'의 수상이 유력하다.
 
다만, BTS의 후보 지명과 무대가 최근 3~4년 새 지속적으로 이어져오고 있는 만큼, 그래미가 서서히 빗장을 풀 것이란 예상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간 방탄소년단은 3년 연속 무대를 꾸몄다. 2020년 릴 나스 엑스와 합동 무대를 시작으로 2021년 '다이너마이트' 단독 무대, 2022년 '버터' 단독 무대로 흐름을 이었다. 
 
톰 크루즈가 적외선 레이저를 피하는 영화 '미션 임파서블' 콘셉트로 꾸민 무대, 올리비아 로드리고와 뷔가 귓속말을 주고 받는 듯한 합동 퍼포먼스로 호평 받았다. 
 
멤버들도 그간 그래미 수상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멤버 슈가는 지난해 1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그래미 수상이 당연히 쉽지는 않겠지만 뛰어넘을 장벽이 있고,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는 없다"고 말했다.
 
올해 '64회 그래미어워즈'에서 '버터' 무대를 선보인 방탄소년단. 사진=빅히트뮤직
 
그러나 그래미 측은 '다이너마이트'와 '버터' 무대 당시 BTS 순서를 후반부에 배치해 시청률을 챙기려했다는 비판에도 직면한 바 있다. 한편으로는 그만큼 글로벌 팬덤의 파급력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는 방증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올해 지목이 유력했던 블랙핑크가 수상후보에 오르지 못하면서 아직까지 K팝 전반에 대해 관대하지 않은 상황으로도 볼 수 있다.
 
향후 K팝을 라틴 음악처럼 은근히 미국 주류의 바깥에서 챙길 것이란 시각도 일부 있다. 라틴 팝 붐이 미국을 삼키던 2000년대 초반, 그래미는 별도로 '라틴 그래미상'을 만들고 라틴 재즈(Latin Jazz), 라틴 팝, 탱고, 보사 노바 같은 남미 음악 장르에 한정해 시상하는 행보를 보여왔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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