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위험신호①)가계빚보다 기업부실 더 심각
1000조 넘은 기업대출, 금융위기 이후 최대 증가폭
은행채 묶인채 대출만 펑펑…유동성 우려 커진 은행
입력 : 2022-12-05 06:00:00 수정 : 2022-12-05 06: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올 들어 급증하고 있는 기업대출이 금융권의 부실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을 포함한 기업들의 자금 창구로 사실상 은행권의 대출이 유일한 상황에서 자금 시장 리스크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국내 은행권의 기업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13조7000억원 늘어난 1169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대기업(9조3000억원)과 중소기업(4조4000억원) 모두 대출 규모가 늘어났는데, 특히 이번 9월 대비 10월 증가폭(13조7000억원)은 통계 작성이 시작된 지난 2009년 6월 이후 10월 기준, 역대 최대 증가폭이다.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사진=뉴시스)
 
기업대출이 급증하는 가운데 기업대출 금리도 약 1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업대출 금리가 9년8개월 만에 5%를 돌파했다. 상승폭도 24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10월 전체 기업대출 금리는 5.27%로 전월(4.66%)대비 0.61%p 올랐다.
 
기업대출 금리가 치솟은 이유는 회사채 시장 위축으로 은행 대출 수요가 큰 폭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회사채 발행이 막히자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자금 확보를 위해 은행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유동성 공급 위축으로 대출에 의존 중인 기업뿐 아니라, 이를 공급하고 있는 은행권의 리스크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이 금융당국의 자제령에 은행채 발행을 중단하고 수신금리도 인상하지 못하게 되자 자금을 조달할 길이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대출은 꾸준히 늘어 은행 유동성 지표가 악화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은행권은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등 건전성 지표가 악화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LCR이란 향후 1개월간 순현금유출액에 대한 고유동성자산의 비율을 의미한다. 통상적으로 LCR이 100%를 넘으면 비교적 안정적 수준의 유동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LCR이 최근 90%대 후반으로 내려왔고, 12월에는 90%대 중반까지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 이종용

금융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