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김순호 변수'까지 덮치자…김진표 "23일 본회의" 여야에 최후통첩
예산안 협상 중 김순호 초고속 승진 감행에 민주당 '격앙'
이상민·경찰국 예산 놓고 대치 이어 경찰 이슈, 또 정국 뒤덮어
입력 : 2022-12-21 16:26:02 수정 : 2022-12-21 17:34:46
6개월 만에 경찰 서열상 경찰청장(치안총감) 다음으로 높은 치안정감으로 초고속 승진한 김순호(가운데) 행정안전부 경찰국 초대 국장이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찰제도발전위원회 제5차 회의를 마치고 나오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예산안 정국에 '윤석열정부 경찰'이 변수로 등장했다. 앞서 경찰국 예산이 여야 대치의 원인으로 작용한 데 이어 이번에는 '김순호 변수'까지 등장했다. 이전까지 전향적인 양보를 취했던 민주당 내부에선 "정부가 퇴로를 막았다"며 격앙된 분위기가 감지됐다. 그러자 김진표 국회의장은 "2023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23일 오후 2시에 개의할 예정"이라며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교섭단체 간 합의가 이뤄지면 합의안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본회의에 부의된 정부안 또는 민주당 수정안을 처리할 예정"이라고 최후통첩을 날린 뒤 여야를 압박했다.
 
국민의힘이 20일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에 전격 복귀하면서 이전까지 꽉 막혀 있던 여야 예산안 대치 국면의 활로가 뚫릴지 기대를 모았다. 그간 국조특위가 예산안 합의에 걸림돌로 작용한 만큼 새 국면을 맞았다는 평가였다.
 
당장 21일 예산안 협상이 급진전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으나 이날 여야의 합의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국민의힘 국조특위 복귀가 여야 예산안 합의에는 큰 영향을 줄 수 없다는 기류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뉴스토마토>에 "이번 복귀가 예산안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며 "예산안은 이달 29일이나 30일께 가서야 (합의가) 되지, 그전엔 가능성이 없다"고 예상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찰 조직·인사 제도 개선방안 브리핑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순호 경찰국장, 이상민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사진=연합뉴스)
 
 
야권이 '완전체 국조특위'에도 불구하고 강경 입장을 고수한 것은 정부가 전날 김순호 행정안전부 경찰국 초대 국장을 경찰 서열상 경찰청장(치안총감) 다음으로 높은 치안정감으로 승진시킨 게 한몫을 했다. 김 국장은 이미 지난 6월 경무관에서 치안감으로 승진한 지 6개월 만에 다시 초고속 승진했다.
 
민주당은 같은 날 오영환 원내대변인 명의의 서면 브리핑에서 "승진 인사를 밀어붙이는 윤석열정부의 오만함은 상상을 초월한다. 밀정 의혹이 있어도 충성만 하면 앞뒤 안 가리고 영전시키는 것인가. 도덕성과 상식은 윤석열정부에서는 불필요한 것인가"라며 "국민은 안중에 없는 인사다. 또한 이번 인사는 공직사회에 문제가 있어도 충성하면 확실히 챙겨준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줄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강하게 비판했다.
 
내부 분위기는 더 격앙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의 한 민주당 의원은 "정부의 승진 발표 전까지 현 당의 감액안 관련해 원안보다 감액 규모를 줄이자는 내부 목소리도 나왔다"며 "이런 와중에 승진을 시킨 것인데, 사실상 현 예산안 협상을 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겠느냐"고 비판했다. 한 중진 의원도 "예산 정국을 막은 것이 경찰국 예산인데, 어제 (프락치 논란이 있는)김순호 승진을 발표하지 않았나"며 "이것은 우리 당을 엿 먹이려고 한 것"이라고 정부를 맹비난했다.
 
지난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채익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 내정자는 지난 1980년대 후반 노동운동단체 동료들을 밀고한 대가로 경찰에 특채됐다는 이른바 '프락치' 의혹을 받고 있다. 민주당은 김 내정자 임명 당시부터 "이 같은 인사가 초대 경찰국장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그간 여야는 경찰국 태동 때부터 쉴 새 없이 부딪혔다. 민주당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찰국 신설을 주도하자 임명 3개월 만인 지난 8월 이미 그의 탄핵을 언급했다. 이후 이러한 기조에 이어간 끝에 이태원 참사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책임을 물어 이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통과시켰지만, 대통령실은 이를 거부하며 맞섰다.
 
이후에도 이 장관과 경찰국은 정쟁의 정점에 섰다. 이번에는 이 장관 관련 예산과 경찰국 예산이 이슈로 등장했다. 민주당은 원내 제1당 이점을 내세워 이 장관과 경찰국 견제에 나섰다. 민주당은 지난달 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2023년도 경찰국 관련 예산 약 6억원 전액 삭감을 의결했고, 이 장관과 차관 업무추진비 예산(1억9200만원)은 1억원을 감액했다. 
 
이후 여야는 지난달 17일 다시 열린 전체회의 끝에 경찰국 기본경비 2억900만원은 2100만원 삭감된 1억8800만원으로, 3억9400만원이었던 경찰국 인건비는 1억원 깎인 2억9400만원으로 결정했다. 이 장관 업무추진비 감액 규모도 2000만원으로 조정됐으나 삭감을 피할 수 없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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