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하이텍 물적 분할 시도는 지주사 전환 때문?
지주사 전환 요건 자산총액 5000억원 하회
작년 3분기 미달…"DB하이텍 주가 하락 탓"
입력 : 2023-01-17 06:00:00 수정 : 2023-01-17 06:00:00
[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지난해 DB하이텍(000990)의 물적 분할 시도는 지주사 전환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금리 등 국내외 자금조달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DB하이텍의 지분을 추가 취득하고자 분할 발표로 주가를 낮췄다는 것인데요. 당시 DB가 지주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DB하이텍의 지분을 대규모 매입해야했던 상황입니다. 일부 소액주주들은 상황이 이렇게 되자 지난해 비영리단체인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을 설립하고 주주명부 열람과 등사를 요구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사태가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자 결국 DB하이텍은 분사를 철회했습니다.
 
지주사 전환의 최대 장점은 지배구조가 투명하다는 데 있습니다. 반면 기업 입장에서는 지주사 전환 시 자회사 주식 취득에 대규모 자금 조달이 필요하다는 게 난제로 꼽힙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매년 말을 기준으로 자산총액이 5000억원 이상이면서 자회사 주식가액의 합계액이 자산총액의 50% 이상(지주비율 50% 요건)인 회사는 지주회사로 전환해야합니다. 2021년 말 기준 지배회사인 DB아이엔씨의 자산총액은 6020억원으로 집계됐는데요. 당시 DB하이텍의 공정가액은 4008억원으로 DB아이엔씨의 자산 중 66.6%를 차지하면서 이로 인해 지주사 전환 이슈가 불거졌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해 5월 공정거래위원회는 DB그룹에 지주회사 전환 기준을 충족한다는 심사 결과를 통보한 바 있습니다.
 
DB하이텍 부천 캠퍼스 전경. (사진=DB하이텍)
 
상황은 지난해 2분기를 지나 급변했습니다. DB하이텍의 물적분할이 이슈화되면서 주가가 곤두박질 친 부분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로 인해 자연스레 공정위의 지주사 전환 기준에서도 멀어졌습니다. 당시 DB하이텍은 "파운드리 사업과 브랜드사업 각각의 전문성 및 경쟁력을 높이고 글로벌 파운드리 기업의 전략 방향이란 점에서 브랜드 분사를 검토했으나 주주가치 훼손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며 "일반주주 보호정책 입법 절차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분사를 추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검토 작업을 중단키로 했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업계 안팎에서는 DB가 지주사 전환 시 상장 자회사인 DB하이텍 지분을 늘려야하는 상황에서 물적분할 시도로 인한 주가 하락이 도움이 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지주사는 자회사가 상장사일 경우 2년 안에 지분율을 30% 이상 확보해야 합니다. 만약 지주사로 전환하지 않고 싶으면 자산총액을 법적기준을 하회하게끔 만들어야 합니다. 일례로 주가가 떨어지는 것을 기대할 수 있겠죠.
 
그런데 말입니다, 실제로 자산총액이 감소했습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DB아이엔씨의 자산총계는 4525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최근 DB하이텍의 주가도 작년 3분기와 비슷한 점을 고려하면 DB아이엔씨의 자산총계는 5000억원 미만으로 낮아졌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일각에서 제기되는 의혹처럼 분할 발표가 DB그룹의 의도적 꼼수임을 증명하려면 DB하이텍 주식 매집이 반드시 이뤄졌어야 하는데 아직 실행되지는 않은 상태입니다. 따라서 업계는 이같은 DB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DB그룹이 지주사 전환 문턱에 서있기 때문입니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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