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롯데④)롯데온(ON) 점유율 바닥인 이유
모바일 쇼핑 앱 사용자 수, 롯데온 168만명으로 '바닥'
시작부터 진입 늦었던 롯데온…킬러 콘텐츠 부재 '난국'
업계 "오프라인 유통 DNA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행보"
입력 : 2023-02-14 06:00:00 수정 : 2023-02-16 11:27:22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롯데가 이커머스 시장 정복을 위해 야심 차게 내놓은 통합 플랫폼 '롯데온(ON)'이 출범 3년여를 앞두고 있음에도 좀처럼 뿌리를 내리지 못하며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모양새입니다.
 
국내 이커머스 업계 양강을 다투는 쿠팡과 네이버 쇼핑과의 격차가 현격히 벌어진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3위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SSG닷컴, 11번가와의 점유율 경쟁에서도 뒤처지며 위기에 몰려있는 것이죠.
 
이 같은 롯데온의 실패는 이미 론칭 초기부터 예견됐다는 것이 업계 중론입니다. 롯데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전후한 유통가의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의 급변 시류를 읽지 못했고, 이후로도 소비자에게 각인될만한 콘텐츠 마련에 실패한 것이 이 같은 결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입니다.
 
13일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월간활성사용자수(MAU) 기준 모바일 쇼핑 애플리케이션(앱) 사용자 1위는 2766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한 쿠팡이었고, SSG닷컴과 G마켓 합산 990만명, 11번가 942만명, 롯데온은 168만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같은 롯데온의 점유율은 롯데가 온라인 시장에서 자리 잡는데 사실상 실패했음을 의미합니다. 특히 롯데가 오프라인 유통 업계 맏형격 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받아들이기 힘든 성적표라 볼 수 있죠.
 
◆ 시장 진입 다소 늦었던 롯데온…실패로 끝난 '쇼케이스'
 
롯데온이 정식 출범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 창궐하기 시작했던 지난 2020년 4월 27일입니다. 이때 유통가는 팬데믹 여파로 언택트(Untact·비대면) 소비 패턴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으며, 무게축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었습니다. 당시에도 쿠팡이 시장을 주도하긴 했지만, 다양한 경쟁 업체들이 이른바 '이커머스의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각축전을 치렀던 것도 바로 이 시기입니다.
 
일각에서는 롯데의 이커머스 시장 진입이 다소 늦었다는 시각도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롯데가 기존에 갖고 있던 오프라인의 강점을 십분 활용하면 롯데온을 경쟁 궤도에 안착시키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죠. 유통 공룡 기업인 롯데를 두고 당시 경쟁사들의 긴장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롯데온의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와는 너무나도 달랐습니다. 롯데는 당시 유통 계열사인 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슈퍼·롯데닷컴·롭스·롯데홈쇼핑·롯데하이마트 등 7개 쇼핑몰을 한데 모은 온라인 쇼핑 플랫폼이라 설명했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온·오프라인 데이터를 통합했다고 강조했지만 사실상 기존 계열사들의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를 취합하는 수준에 그쳤고, 불편한 인터페이스로 소비자들의 호감을 얻지 못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출범 첫날부터 서버가 먹통이 됐고, 이후에도 1개월이 넘도록 오류가 이어졌습니다.
 
문제는 당시 롯데온이 2년여의 준비 과정을 거쳐 탄생한 서비스라는 점입니다. 2018년 '이커머스 사업부'를 신설하고 온라인 사업 경쟁력 강화를 기치로 내걸며 플랫폼 구축을 추진했지만, 결국 이커머스 업계 트렌드와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며 쇼케이스부터 실패한 것이죠.
 
◆ '킬러 콘텐츠'의 부재…낮은 인지도 역시 발목
 
첫 단추부터 잘못 꿴 롯데온은 이후로도 이커머스 업계에서 좀처럼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습을 계속 보이고 있습니다. 점유율이라는 수치를 떠나 '이커머스' 하면 쿠팡이나 SSG닷컴 등이면 몰라도, 롯데온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소비자는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인데요.
 
이는 롯데온 만의 대표 '킬러 콘텐츠' 부재와도 연관이 있습니다. 일례로 쿠팡이 2014년 도입한 '로켓 배송'은 빠른 배송의 대명사가 됐고, SSG닷컴의 '쓱배송', 오아시스마켓의 신선식품 배송 등 역시 이들 업체의 대표 콘텐츠를 넘어 아이덴티티로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네이버 쇼핑도 '도착보장' 서비스를 오픈하며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시작했죠.
 
한 증권사 유통 애널리스트는 "유통 업계에 있어 소비 심리가 관성과 함께 지속되는 '경로의존성'이 매우 중요한데 이커머스는 소비자들의 경로의존성이 강하게 나타나는 분야"라며 "이는 온라인 소비가 오프라인 소비에 비해 압도적인 편리함을 갖추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커머스 업체들이 대표 콘텐츠를 갖춰야 하는 것도 소비자에게 자사 이미지를 확실히 각인시키고 이 경로의존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롯데온의 경우 이렇다 할 대표 콘텐츠가 생각나지 않습니다. 롯데온을 상징하는 콘텐츠 부재 수준에서 끝나지 않고, 롯데온의 인지도 자체가 낮은 것이 최대 걸림돌이라는 지적마저 나올 정도죠.
 
실제로 지난해 6월 오픈서베이의 리포트에 따르면, 어떠한 온라인 쇼핑몰을 1순위로 이용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쿠팡, 네이버 쇼핑, G마켓, 11번가 등을 응답한 경우는 각각 34.2%, 23.5%, 8.1%, 6.3%로 집계됐습니다. 하지만 롯데온을 선택한 응답자는 0.8%에 불과했습니다. 100명 중 롯데온을 주력으로 이용하는 고객이 1명도 채 되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온라인 쇼핑몰 고객 이용 1순위 업체 순위. (제작=뉴스토마토)
 
운영하는 콘텐츠를 소비자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롯데온은 자체 유료 멤버십 프로그램인 '롯데오너스'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역시 오픈서베이에 따르면 롯데오너스를 인지하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의 18.3%에 그쳤습니다.
 
또 실제로 이용하고 있다는 응답자는 이보다 더 감소한 3.5%에 불과했습니다. 쿠팡과 네이버의 유료 멤버십인 로켓와우, 네이버플러스 이용률이 각각 39.9%, 26.7%인 점과 비교하면 매우 저조한 수치입니다.
 
소비자들에게 유용한 일부 서비스를 종료해 아쉽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수익성 개선을 이유로 4월 새벽 배송인 '새벽에 온'을 중단했는데요, 경쟁사들이 승기 굳히기에 나서기 위해 배송 전쟁을 강화하는 분위기 속에 사실상 배송 서비스 퇴보라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 난항 거듭하는 롯데온 사령탑…영업적자 지속
 
지난 3년간 롯데온이 좀처럼 시장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다 보니 이에 따른 사령탑의 행보 역시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롯데온 출범과 함께 조영제 롯데쇼핑 이커머스 사업부 대표는 "적자를 내며 사업할 생각이 없다"며 기존 이커머스와 다르게 물류 비용을 최소화시켜 이익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1년도 안 된 2021년 2월 사임하며 이 바람은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이에 롯데지주 측은 "조영제 사업부 대표는 롯데온 등 사업을 이끌어왔으나,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에 차질을 빚으며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롯데온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이례적으로 혹평했을 정도입니다.
 
이후 2021년 4월 나영호 대표는 롯데온 반등을 위해 새롭게 수장 자리에 올랐지만 취임 만 2개월을 앞둔 지금 가시적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유임되긴 했지만, 나영호 대표에게는 차별화된 콘텐츠로 롯데온의 점유율을 빠른 시일 내로 높여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죠.
 
실제로 롯데온을 운영하는 이커머스 사업부는 지난해에도 적자를 면치 못했습니다. 이커머스 사업부의 작년 매출은 1130억원으로 전년보다 4.5% 상승했지만, 영업손실은 1560억원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경쟁사인 쿠팡이 지난해 3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하고, SSG닷컴이 적자 폭을 빠르게 줄이는 모습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에 대해 롯데쇼핑은 온라인 사업 역시 상품 및 브랜드 확장, 온·오프라인 송객 활성화, 물류 효율화 등을 통해 버티컬(전문성 강화) 서비스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해 나간다는 입장입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작년 영업손실 측면만 바라봤을 때는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지만 이는 지난 2021년도에 거버넌스 조정에 따른 기저효과에 따른 것"이라며 "롯데쇼핑 내부적으로 회계 처리 기준을 바꾼 데 따른 실적으로, 판매하는 데 소용되는 비용은 이커머스로 잡힌 것이 이 같은 결과로 나타났다. 기저효과를 빼면 400억원 정도 적자폭을 줄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또 물류 효율화의 경우 코로나19 엔데믹이 돌아오면서 팬데믹 당시 늘려놨던 사업을 소화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며 "배송 권역을 조정하고 비용을 현실화했다고 보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이커머스 업계의 양극화가 이미 심화된 상황에서 롯데온의 이 같은 행보는 기존 오프라인 유통 DNA의 행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분석입니다.
 
한 유통 업계 전문가는 "롯데가 오프라인 유통 업계의 강자다 보니 이커머스 시장에서도 기존 오프라인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며 "사실 버티컬 서비스, 물류 효율화는 타사도 진행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위험을 회피하고 안정성에 확보에 초점을 맞춘 사업 전략을 수립하다 보니, 템포가 빠른 이커머스 시장에서 기민한 대응에 나서지 못하는 것이 시장에서 자리 잡지 못하는 원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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