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 '디벗' 추경 포함에…학부모 '반대', 교사 '찬반'
서울시교육청, 작년 중학교 1학년 스마트기기 7만4701대 보급
교사 "다양한 방식 수업 가능"·"스마트기기만 주는 건 선심성 정책"
학부모 "유튜브·게임 활용하는 아이 많아…사업 하지 말아야"
입력 : 2023-02-14 16:53:04 수정 : 2023-02-14 16:53:04
[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서울시교육청이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스마트기기 휴대 학습 사업 '디벗'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우선 교사들은 기존과 다른 다양한 방식의 수업을 진행할 수 있어 좋다는 긍정적인 견해와 제대로 된 체계도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 스마트기기만 보급하는 건 선심성 정책이라는 부정적인 의견이 공존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학부모들의 경우 아이들의 스마트기기 중독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반대 의사가 많았습니다.
 
서울시교육청, 지난해 중학교 1학년 대상 '디벗' 사업 시작
 
서울시교육청은 작년 4월부터 학습용 스마트기기를 무상으로 지급하는 '디벗'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620억원을 들여 서울 지역 모든 중학교 1학년 학생에게 7만4701대, 중학교 교사에게 1만7887대를 나눠줬습니다.
 
올해는 작년 말 서울시의회의 본예산 심의 과정에서 '디벗' 사업 예산 923억원이 전액 삭감됐습니다. 그러자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6일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해 서울시의회에 제출했습니다. 이번에는 '디벗' 사업 예산을 따로 구성하지 않고 '교육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예산' 1905억원을 편성하면서 여기에 포함시켰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당초 '디벗' 사업을 올해 고등학교 1학년 전체로 확대할 예정이었으나 예산 문제로 일단 70% 내외의 학생들만 우선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중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는 이월금 70%와 추경안 중 30%를 합해 지원한다는 계획입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역점 사업인 '디벗'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진은 조 교육감이 지난해 10월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15개국 개발도상국 공무원과 정책 담당자에게 서울시교육청의 스마트기기 휴대 학습 사업 '디벗' 정책의 추진 현황과 교육의 디지털 전환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사진 = 서울시교육청 제공)
 
중학교 1학년 담당 교사 78.9% '디벗' 활용 긍정적 답변
 
학교 현장에서는 '디벗' 사업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일부 교사들은 '디벗' 사업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최근의 학생들은 종이책보다 스마트기기가 더 익숙할 뿐만 아니라 기존의 수업 방식에서는 할 수 없는 다양한 시도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서울 지역의 한 중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교사 A씨는 "스마트기기로 수업을 하게 되면 교사도 지금까지 하지 못했던 새로운 유형의 수업을 진행할 수 있고, 학생도 무거운 교과서를 들고 다니거나 매 수업마다 교과서를 바꿀 필요가 없어 좋다"며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꼭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실제 서울시교육청이 지난해 10월 중학교 1학년 담당 교사를 대상으로 '디벗' 활용도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8.9%가 긍정적인 답변을 했습니다. 교사들은 '디벗'의 장점으로 "아이들이 잠을 자지 않고 수업에 흥미를 느낀다", "다양한 학습 자료를 활용할 수 있다" 등을 꼽았습니다.
 
학부모 "아이 스마트기기 중독 우려, 사업 안 했으면"
 
그러나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합니다. 단순히 스마트기기를 나눠주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수업에 필요한 기반 체제나 교수 방법 등도 제공해야 한다는 겁니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 대변인은 "교육의 디지털 전환이 필요하다면 스마트기기만 주고 끝내선 안 된다. 스마트기기로 수업을 잘 진행할 수 있도록 기반도 만들어 줘야 한다"면서 "지금 상황에서는 선심성 정책이라는 지적이 많다"고 꼬집었습니다.
 
학부모들도 '디벗' 사업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습니다. 학교에서 나눠준 스마트기기로 인해 가정에서 갈등이 생기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중학교 2학년 자녀를 둔 B씨는 "아이가 스마트기기에 중독되는 게 걱정돼 스마트폰도 사주지 않았는데 학교에서 태블릿PC를 나눠줘 어이가 없었다"며 "작년에 아이가 유튜브 보는 걸 막느라 엄청 고생했다. 이런 사업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른 학부모 C씨 역시 "집에서는 부모가 통제라도 할 수 있지만 학교나 학원에서 스마트기기 보안 프로그램을 무력화시킨 뒤에 게임하는 아이들도 많다고 들었다"면서 "이러한 부정적인 요소들을 다 없애주지 못할 거라면 사업을 하지 않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역점 사업인 '디벗'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진은 지난 2014년 4월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고은초등학교에서 열린 '스마트스쿨 구축 보고회' 당시 학생들이 스마트기기를 이용해 수업하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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